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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밥도둑
황석영 지음 / 교유서가 / 2016년 3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327/pimg_7997391441390745.jpg)
"먹고사니즘"
살기 위해 먹는 것일까, 먹기 위해 사는 것일까?
자취 경력 10년차,
먹는 것은 삶의 큰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한 끼'를 챙겨먹는게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곤한다.
끼니라는 것은 내겐 '먹고사니즘'의 문제이기도 하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327/pimg_7997391441390748.jpg)
나는 30대 취업준비생이다.
직장인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회사생활을 하느라 돈 쓸 시간도, 밥 먹을 시간도 없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정작 '쳇바퀴라도 열심히 돌리고 싶은 야생 다람쥐'는 돈도 없는데 시간 마저도 없어 서글퍼진다.
음식을 '눈으로 먹는다'는 말이 있었던가?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이 책을 읽어내려갔다.
'음식에 대한 한 조각의 기억'은 그 자체로, 그 시절, 그 장소로 나를 데려다주는 시간탐험의 주문 같았다.
'반숙 계란 후라이'
옆집 동갑내기 친구집에서 밥을 자주 얻어먹었다.
친구네 집이 308호, 우리집이 309호
지금 생각해보면, 노른자를 거의 익히지 않아서 '반숙이라고 하기에도 껄쩍지근한' 암튼 노란 국물이 윤기나게 흐르는 그 계란 후라이를 해주시던 옆집 아주머니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벌써 20년도 훨씬 더 지난 일인데 말이다.
그 계란 후라이와 함께 파김치를 내어주셨는데 유치원생 입맛에 그게 그렇게 맛있었는지, 납작한 접시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거의 설거지를 하다시피 야무지게 비워냈던 기억이 난다.
'혼자 먹는 밥', '함께 먹는 밥'
대학교 다닐 때부터 혼자 먹는 밥을 선호했던 것 같다.
혼자 먹는 것이 좋아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닌데, 내게 밥을 먹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하면서 동시에 해야만 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걸으면서 김밥을 먹고, 강의를 들으면서 컵밥을 먹고, 책을 읽으면서 빵을 한 입 베어물었다.
'혼자 먹는 밥'이라고 했을 때 떠올랐던 것들은, '빨리 먹을 수 있다, 효율적이다, 끼니를 때운다, 외롭다'이다.
'같이 먹는 밥'이라고 했을 때 내가 떠올렸던 것들은, '천천히 먹는다, 웃는다, 따뜻하다'의 이미지였다.
먹고 사는 게 쉽지가 않아서 '먹고사니즘'이라고 이름을 붙여본다.
'무엇을' 먹느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누구와' 먹느냐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다.
내가 떠올렸던 '반숙 계란 후라이'와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핫케이크'에는 모두 함께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음식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지금 70대인 작가가 자신의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 청년기를 회상하는 것을 나역시 총총총 따라가면서, 음식을 통해, 사람을 통해, 작가의 인생을 함께 경험한 것만 같았다.
내 인생이 내가 보고, 듣고, 읽고, 말하고, 먹고, 경험한 것들의 총합이라면
앞으로는 '혼자 먹는 밥' 대신에, '함께 먹는 밥', 행복한 순간들로 내 인생을 빼곡하게 채워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