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700쪽이 넘는 분량, 9명의 인물들이 풀어나가는 이야기, 등장인물들과의 접점이 있는 많은 종류의 나무들... 이 깊고 넓은 책을 내가 온전히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책의 첫 장을 펼치기 전, 그리고 읽어나가는 내내 들었다.
『오버스토리』는 2019년 퓰리처상을 받은 작품인데, 마치 어린 시절 아버지의 책장에서 먼지가 뽀얗게 쌓이고 색이 누렇게 바랜 『앵무새 죽이기(1961년 퓰리처상 수상작)』를 조심스레 펼쳐보던 때의 감정과 장면이 묘하게 되살아나 오버랩 되는 기분이었다.
◈ 나무라는 연결고리로 운명처럼 만난 이들
- '그들의 이야기'
각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마치 큰 퍼즐액자의 한 부분을 이루는 것 같다.
각자의 사회, 문화적 배경은 다르지만 그들이 경험하는 일련의 사건들은 마치 이들이 '숲을 지키는 파수꾼, 혹은 나무의 이야기를 인간사회에 전달하는 대변인이 되기 위한 운명의 장치' 와도 같이 느껴진다.
독자라는 제 3자의 시선으로, 이들의 유년시절부터 따라가본다. 공교롭게도, 혹은 정교하게도 영화처럼 펼쳐지는 각 장면마다 그들 곁에는 나무들이 있었다. 이름 모를 나무들이 아니라, 그들에게 의미있는 '각각의 이름이 있는 나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