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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선 1
필립 마이어 지음, 임재서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흥망성쇠란, 어떤 인간도 어떤 영광스러운 업적도 피해가지 않으며 제국과 도시를 평범한 묘지에 묻어 버린다.
- 에드워드 기번
 
책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는 광활한 대륙의 개척사가 첫 장을 펼치면서 부터 강하게 가슴을 치고 들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보듯이 가족의 역사를 적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영어에 대해 문외한인 나로서는 '더 선(The Sun)' 이라는 제목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가 어려웠다. 아들? 태양? 그러나 글을 읽어가면서 미국의 개척 시대를 살아간 매컬로 가족의 가계도-우리의 족보와는 다른 가족의 역사-를 뜻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1863년 3월 2일, 텍사스 공화국이 멕시코의 폭정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던 날 태어난 엘리 매컬로 대령으로부터 시작되어 셋째 아들 피터 매컬로의 일기와 증손녀 진 앤 매컬로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형식으로 200년 이라는 시간차를 배경삼아 역사의 전, 후를 넘나든다.


이 이야기의 무대는 텍사스이며. 엘리 매컬로가 더 이상 두 발로 설 수 없게 되어 침대에 꼼짝없이 묶여 있으면서 인디언과의 생활과 아버지인 암스트롱 매컬로가 텍사스의 마타고다에 도착하던 때를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엘렌 매캘로는 1849년의 봄날, 이웃에서 도난당한 말을 찾기 위해 아버지가 추격대를 이끌고 떠난 날 저녁에 코만치 인디언의 습격을 받았는데 어머니와 누나는 인디언들에게 능욕을 당하고는 처참하게 죽었고 형과 함께 인디언에게 끌려가게 되지만 도중에 결국 형도 죽게 되고 홀로 코만치의 세계에 끌려가, 그 생활에 적응하면서 그들과 운명을 함께 한다.
또한 코만치 세계에서 새로운 이름을 얻고 그들과 버펄로 사냥에도 나서면서 인디언 여자와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인디언이나 멕시코인 심지어 백인마저 적으로 상대하며 코만치 부족의 전사로 성장해 간다.

 

진 앤 매컬로는 엘리의 증손녀로써 2012년 3월의 봄날, 여든여섯의 나이에 엘리 매컬로 대령에서부터 그녀와 그녀의 오빠들이 태어났던 대 저택에서 지난날을 회상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제2차 세계대전과 목축업의 몰락으로 인해 기울어가는 집안에서 운명적으로 가계를 이어받아 텍사스의 손꼽히는 석유 부호로 살아가게 되는 과정이 펼쳐진다. 그녀의 증조할아버지인 엘리 맥컬로의 성격을 그대로 이어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엘리의 막내아들이며 진 앤 맥컬로의 할아버지인 피터 매컬로.
합리주의자인 그는 목장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거침없는 성격의 아버지와 많은 갈등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45번째 생일인 1915년 8월 10일, 그러한 갈등은 결국 아버지가 백인 동료들을 이끌고 이웃 목장인 라틴 혈통의 정착민인 페드로 가르시아네로 쳐들어가 그들을 몰살시키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면서 더욱 깊어지고, 그렇게 희생된 가르시아의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고 항상 괴로워하게 된다.

 

아직 2권을 읽어보지 못한 상태라 그 결말을 점칠 수는 없지만, 미국의 개척 시대에 벌어졌던, 그리고 우리가 서부 영화에서 다 보지 못했던 많은 부분들이 새롭게 다가오고, 밑바닥에서 일가를 일구고 키워가면서 겪게 되는 사랑과 갈등의 가족사를 엿볼 수 있다.

1권의 마지막 장에서 피터가 페드로가르시아의 딸과 조우하는 모습은 또 어떤 갈등 관계를 만들어갈지, 2권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거의 200년에 이르는 한 집안의 파란만장한 연대기를 통해 텍사스의 역사, 나아가 미국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재현함으로써 ‘미국의 건국 신화를 새로 슨’ ‘역사 소설의 최고봉’이라는 평단의 극찬을 받는 필립 마이어는 1974년 예술가인 어머니와 과학 강사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볼티모어의 철강 산업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후 자전거 수리공과 학업과정을 거치면서 졸업 후 월스트리트와 다양한 경험을 병행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몰락한 철강 마을을 배경으로 절박한 선택에 내몰린 두 젊은이의 이야기를 그린 '아메리칸 러스트'로 강렬하게 데뷔한 미국 문학의 총아 필립 마이어는 무려 5년에 걸친 창작의 고투 끝에 웅장한 스케일의 ‘더 선’을 완성시켜서 우리에게 용기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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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줄에서 통찰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시詩적 생각법'
황인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 보자.
파랗다. 하얗다. 깨끗하다. 싱그럽다.
신선하다. 짜릿하다. 후련하다.
기분 좋은 말을 소리내보자.
시원하다. 달콤하다. 아늑하다. 아이스크림.
얼음. 바람. 아아아. 사랑하는. 소중한. 달린다.
비!
머릿속에 가득 기분 좋은
느낌표를 밟아보자.
느낌표들을 밟아보자. 만져보자. 핥아보자.
깨물어보자. 맞아보자.터뜨려보자.
 
이 시는 책의 말미 쯤에 나오는 황인숙의 <말의 힘>이다.
말!
우리는 평상시에 말의 힘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또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이 책을 '사색의 향기'로 받은 것은 6월 말일 경이었다.
그리고 약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두고 읽었으니 읽은지 3개월 정도가 지났다는 것이지만 이제야 서평을 쓴다는 것에 대해서, 나는 과연 이 책에서 무엇을 느껴보려 했고, 무엇을 만졌고 핥았는지 궁금하다.
느낌이라는 건 표현할 수 있고, 공유할 수 있을 때 그 감동이 배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책을 읽고도 글 한 줄을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한 나는 얼마나 이기적이란 말인가.
 
이 책의 작가인 황인영 씨는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국문과(문학박사)를 졸업한 후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경향신문 스포츠칸 종합뉴스부장을 거쳐, 선임기자를 하다 2009년 2월 퇴직했다.
13년전부터 경기대 국문과에서 학부생, 대학원생들을 가르치며 시의 실용화를 강조하여 왔고, 아예 문학경영연구원을 창업해  대표로 있으면서 경기대 국문과 교수를 겸하고 있다.

‘인문학적 자기경영’이라는 퓨전 혹은 컨버전스(융합)의 시대, 문학 전공자와 경영학자가 한데 어우러져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문학경영학회를 만드는 게 꿈인 그는 비즈니스와 일상에서 아이디어가 샘솟기를 간절히 원하는 직장인을 위해 비즈니스 영감을 안겨줄 ‘시에서 배우는 자기계발서’를 선보이게 되었다.
2008년 8월부터 1년 4개월간 〈이코노믹리뷰〉에 ‘시와 경영’이라는 칼럼을 연재했다. 시가 비즈니스 현장에서 창의적 사고와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법을 제시해 평소 시를 좋아하지 않던 독자들에게까지 큰 호응을 얻었다.
 대표적 저서로는 <생각의 뼈> <한국 서정시와 자연의식> <시 창작이란 무엇인가> <CEO 시를 알면 성공한다>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등의 저서가 있는데, 위 저서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가 인간에게 가지는 의미 등을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이다.
 
'생각이 나와 세상을 지배한다'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프롤로그에서 1950년대 섭씨 10도의 컨테이너에서 얼어 죽은 선원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우리가 생각을 가지는 순간 주변의 미립자들이 내가 생각하는 모습으로 현상을 만들어가게 된다는 생각의 엄청난 힘에 대해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많은 생각릐 혼란을 겪어야 했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파이프 그림을 그린 벨기에 출신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이야기에서 부터 생각을 하지 않고는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
 
사회 생활을 통해 대면하는 많은 상황에 대해 사람들은 대부분 어림짐작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섣부르며 어리썩은지를 아이는 가르쳐 준다.
 
미국의 한 토크 프로그램에서 초등학생을 초대해 인터뷰를 했다. 사회자가 어린이에게 물었다.
"우리 어린이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나요?"
"파일럿이요."
"만약 태평양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는데 비행기 연료가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할 거예요?"
아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비행기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라고 하고, 저는 낙하산을 타고 밖으로 나올 거예요."
 
여기까지 읽었을 때 '맹랑한 꼬마네"라는 생각에 엻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현장에서 들었다면 나도 책에 나와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생각없이 박장대소 했을 것이다.
 
순간 관중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어떤 사람은 눈물까지 흘리며 웃었고, 어떤 사람은 "저런 나쁜 녀석, 자기만 살겠다고......." 하며 미간을 찡그렸다. 사회자가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자신의 대답이 사람들을 웃겼다고 생각해 혹시라도 의기양양하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그런데 이 아이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당황한 아이에게 아나운서는 다정하게 물었다.
"왜 낙하산을 타고 밖으로 나갈 건가요?"
아이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연료를 구해오려고요."
 
아마 우리는 우리가 어림짐작하는 잘못된 버릇으로 인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아이디어들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디어라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닌,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사소한 것 조차도 비웃을 수 없다. 사소하고 어이없는 듯한 말에 웃는다면 그 사람은 단지 바보가 될 뿐이다.
 
연암 박지원은 청나라의 수레를 많이 관찰한 후 우리나라에도 수레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시의 지배층은 우리나라 지형이 험해 수레가 필요없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청을 오랑캐로 취급하던 선비들의 편협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즉 오랑캐에게서는 배울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예 청의 문물을 무시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박지원은 그의 저서 '열하일기'에서
"치자는 백성과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다면 그 법이 비록 오랑캐에게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배워야 한다. 오랑캐를 물리치려면 중국의 법제를 모조리 배워 우리의 고루하고 거친 풍속부터 바꿔야 한다." 고 했다.
 
박지원에게는 청이 오랑캐가 아니라 '청을 치자'고 외치면서도 수레 조차도 사용할 생각을 못하는 조선이 더 어리썩은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 5.16 쿠데타 이후, 박정희 정권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려 할 때 '지금 고속도로를 만들면 이 나라는 망한다'고 반대를 했던 사람들을 생각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다.
또한 지금도 많은 반대로 인해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도 결국은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만들면 미 해군이 들어 온다'는 단편적인 생각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주장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좀 더 넓게 생각해 볼 수 있는 힘을 기르는데는 자신의 생각을 깨뜨리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다시한 번 더 깨닫게 된다.
 
아마 이 책을 쓴 황인영 작가도 시인의 생각을 통해 '생각 그 이상의 생각'을 우리에게 이야기 하는 것 일것이다.
 
휴대폰의 떨림에서, 움트는 싹을 보며, 석양을 날아가는 새 한마리를 바라보면서 단지 그 현상이 아닌 그 너머의 것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결국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다른 누군가에게 굳이 이 책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시집 한 권 정도는 자신의 책꽂이 가장 손이 자주가는 곳에 두고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시를 읽으면서도 의미를 알기 어렵다면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아마 그 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시에 담긴 뜻이, 내 주변의 많은 의미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많은 생각릐 혼란을 겪어야 했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파이프 그림을 그린 벨기에 출신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이야기에서 부터 생각을 하지 않고는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
 
사회 생활을 통해 대면하는 많은 상황에 대해 사람들은 대부분 어림짐작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섣부르며 어리썩은지를 아이는 가르쳐 준다.
 
미국의 한 토크 프로그램에서 초등학생을 초대해 인터뷰를 했다. 사회자가 어린이에게 물었다.
"우리 어린이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나요?"
"파일럿이요."
"만약 태평양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는데 비행기 연료가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할 거예요?"
아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비행기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라고 하고, 저는 낙하산을 타고 밖으로 나올 거예요."
 
여기까지 읽었을 때 '맹랑한 꼬마네"라는 생각에 엻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현장에서 들었다면 나도 책에 나와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생각없이 박장대소 했을 것이다.
 
순간 관중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어떤 사람은 눈물까지 흘리며 웃었고, 어떤 사람은 "저런 나쁜 녀석, 자기만 살겠다고......." 하며 미간을 찡그렸다. 사회자가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자신의 대답이 사람들을 웃겼다고 생각해 혹시라도 의기양양하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그런데 이 아이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당황한 아이에게 아나운서는 다정하게 물었다.
"왜 낙하산을 타고 밖으로 나갈 건가요?"
아이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연료를 구해오려고요."
 
아마 우리는 우리가 어림짐작하는 잘못된 버릇으로 인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아이디어들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디어라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닌,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사소한 것 조차도 비웃을 수 없다. 사소하고 어이없는 듯한 말에 웃는다면 그 사람은 단지 바보가 될 뿐이다.
 
연암 박지원은 청나라의 수레를 많이 관찰한 후 우리나라에도 수레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시의 지배층은 우리나라 지형이 험해 수레가 필요없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청을 오랑캐로 취급하던 선비들의 편협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즉 오랑캐에게서는 배울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예 청의 문물을 무시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박지원은 그의 저서 '열하일기'에서
"치자는 백성과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다면 그 법이 비록 오랑캐에게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배워야 한다. 오랑캐를 물리치려면 중국의 법제를 모조리 배워 우리의 고루하고 거친 풍속부터 바꿔야 한다." 고 했다.
 
박지원에게는 청이 오랑캐가 아니라 '청을 치자'고 외치면서도 수레 조차도 사용할 생각을 못하는 조선이 더 어리썩은 것이었다.
 
돌이켜 보면 5.16 쿠데타 이후, 박정희 정권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려 할 때 '지금 고속도로를 만들면 이 나라는 망한다'고 반대를 했던 사람들을 생각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다.
또한 지금도 많은 반대로 인해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도 결국은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만들면 미 해군이 들어 온다'는 단편적인 생각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주장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좀 더 넓게 생각해 볼 수 있는 힘을 기르는데는 자신의 생각을 깨뜨리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다시한 번 더 깨닫게 된다.
 
아마 이 책을 쓴 황인영 작가도 시인의 생각을 통해 '생각 그 이상의 생각'을 우리에게 이야기 하는 것 일것이다.
 
휴대폰의 떨림에서, 움트는 싹을 보며, 석양을 날아가는 새 한마리를 바라보면서 단지 그 현상이 아닌 그 너머의 것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결국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다른 누군가에게 굳이 이 책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시집 한 권 정도는 자신의 책꽂이 가장 손이 자주가는 곳에 두고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시를 읽으면서도 의미를 알기 어렵다면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아마 그 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시에 담긴 뜻이, 내 주변의 많은 의미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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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란 무엇인가
틱낫한 지음, 유중 옮김 / 사군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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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린다.
한 때는 새벽마다 산사에 올라가 108배를 100일 동안 해 본 적도 있고, 5,000배를 해 본 적도 있다.
그러다가 지난 1년 동안은 산사에 오르지 않았다.
아마 택시 운전을 시작하면서 힘든 현실도 있었지만 내 자신이 게을러진 것도 있으리라.
그러나 나는 다른 것에서 답을 찾는다.
 
무(無).
이것은 허무를 이야기 하는 것도, 배울 것이 없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세상은 무상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도(道)를 깨우친 것은 결코 아니다.
 
불생불멸(不生不滅) 불구부정(不垢不淨) 부증불감(不增不減).
 
이 책을 '사색의 향기'로 부터 받아서 읽기 전에는 책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즉, 나는 이 책을 죽국의 사서 중 하나인 중용과 같은 내용 정도로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아는 만큼만 상상한다는 말이 얼마나 적절한가 그렇게 나의 성급한 어리썩음을 또 알게 되었다. 책을 번역하여 옮긴이 유중 선생은 '중도는 이분법적 사고를 뛰어 넘어서는 것'이라고 앞 글에서 말했다.
 
지난 날, 100일 동안 산사에 올라 금강경과 반야심경을 100일 동안 읽으면서 느꼈던 위의 열 두 글자의 의미를 이 책을 읽으면서 정립할 수 있었다고 말하겠다.
 
'중도를 깨닫다'라는 1장의 첫 머리에 나온 붓다의 깨달음에서 부터 책은 심각한 물음과 의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혹시 1겁 이라는 시간이 어느 정도의 시간인지 아는가?
이 글을 쓰면서 나 또한 궁금하기에 검색해 보니.......
 
1겁을 검색하다가 부부의 인연에 대해, 그리고 어느 부부의 이야기를 읽고는 엉엉 울다가 왔다.
사실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줄기차게 흐르는 눈물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고나할까.
 
아무튼 1겁은 천지가 한 번 개벽하고 다음 개벽이 시작될 때까지의 시간이라고 한다. 대략 4억 3200만 년.
사실 상상이 안가는 시간이지만, 우리가 옷깃을 한 번 스치기 위해서도 몇 겁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니, 이 글을 읽는 분들과의 인연도 보통은 나닐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4억 3200만 년 동안 우리가 몇 번을 태어나야 만이 그런 인연을 만들 수 있겠는가?
 
나는 여기에서 불교의 윤회설을 믿지 않을 수 없다.
그 근저에는 '불생불멸(不生不滅) 불구부정(不垢不淨) 부증불감(不增不減).'라는 말이 있다.
즉, 세상의 어느 것도 새로 생겨나는 것이 없고 그리고 사라지는 것도 없다.
우리의 몸은 많은 무기물질과 유기물질로 이루어 졌고 그러한 물질은 우리 주변에도 흔히 있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저기 저 바위가 살아있는가? 죽어 있는가?
저기 저 바위에도 철분은 있고 내 몸 속에도 철분은 있는데, 그럼 내 몸속의 철분은 살아 있는가? 죽어 있는가? 조금 전에 마신 물이 내 혈관을 타고 흐르면서 나를 숨쉬게 하는데, 그럼 저 물은 산 것인가?
 
저것은 죽은 것인데 내 몸에 들어오면 산 것이 되는가?
 
윤회라는 건, 결국 눈에도 보이지 않는 원자가 때로는 돌이 되고, 물이 되고, 또는 다른 생명과 인간의 생명이 되기도 하면서 변해가는 것, 그것이 인연이다.
그래서 나와 나 아닌 것으로 세상을 나눌 필요도 없고 나눌 수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1억겁의 인연을 통해 만난다는 것도 결국 그러한 과정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바르다는 생각도 바르지 않다는 생각도 선을 그어 분별할 수 없고, 내것과 내것 아닌 것을 분별할 필요가 없는 것이 우리의 인연이 아니겠는가.
 
최근 갑이니 을이니 하는 논리, 그러나 들여다보면 갑도 을도 존재하지 않는다.
좌니 우니, 보수니 진보니.
그러나 그것은 결국은 우리가 함께 행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걸 우리 모두는 안다.
다만 우리 가슴속에 스스로 만들어 놓은 우리의 울타리에 갇혀 있기에 생기는 일이며, 우리가 스스로 걷어 낼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할 때 만이 그러한 오해와 갈등을 풀고 진정한 삶의 환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틱낫한 스님께서는 부처님의 글을 통해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아니 그렇게 나는 생각한다.
 
많은 책들이 그렇지만 이 책은 읽는 내내 머리를 어지럽히고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자신의 정체성에 막혀 있거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막연함을 풀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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