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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ㅣ 미 비포 유 (살림)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미 비포 유 [Me before you]
책을 열고 몇 페이지만 읽어 간다면 이 소설의 전개가 어떻게 흘러갈 지에 대해 대략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이야기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다. 교통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남자와 그 남자를 간호하는 여자라는 인물 배치에서 이미 결말은 예고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해 묻는 스스로의 물음에 대한 답을 이미 얻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영국의 상류 사회로 대변되는 윌 트레이너와 서민층을 대변하는 루이스 클라크는 교통 사고로 인해 발생한 경추 부상의 24시간 간병을 요구하는 C5/6 사지마비 환자가 아니었다면 도저히 인연이 닿을 수 없는 전혀 이질적인 계층의 사람들이다.
디그니타스 병원.
인간의 스스로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자살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자살 할 수 있는 권리마저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데, 그 권리를 대행해주는 곳이 바로 디그니타스 병원이다.
그것을 우리는 소위 ‘안락사’라고 말하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에 소재하면서 환자나 불치병 환자가 생을 존엄하게 마감하도록 도와주는 소위 ‘자살 클리닉’으로 불리는 병원으로 외국인도 받아들이는 곳이다. 라틴어의 ‘존엄’이라는 말에서 그 이름을 채택한 것으로 그들은 그들이 도와주는 자살에 대해 ‘존엄사’라는 말을 한다.
이 소설이 주목 받는 이유는 아마도 존엄사 라는 이 사회가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든 명제에 대해 던진 물음일 것이다. 또한 후천적 장애로 인해 한 개인이 겪는 아픔과 모든 장애인들이 사회와 접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이야기 속에 풀어내고 있다.
다만 신문이나 언론 또는 서점과 출판사에서 만들어내는 미사여구처럼 순애보적인 사랑으로 이 책을 본다면 실망할 것이다. 내용은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 현실에서도 사형수를 사랑한 사람이나 인질범을 사랑한 인질의 이야기처럼, 남녀가 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저런 감정이 안 생긴다면 그건 그들의 감정에 문제가 있는 것일 뿐이듯이 윌과 클라크가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이 이야기의 주제가 아니다.
인간 생명의 존엄에 관한 것과 한 여자가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현실을 벗어버리게 되는 과정을 그리는 것을 제외한다면 평이한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공감한다는 것이 꼭 인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 바로 감동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다만 단순한 러브스토리로 포장한 각 언론들이나 출판사의 선전 문구를 배제할 수 있다면,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안락사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기 위해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