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바람도 그릴 수 있다면 - 만화와 사진으로 풀어낸 인도여행 이야기, 인도 여행법
박혜경 지음 / 에디터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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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 카스트 제도, 타지마할, IT 강국, 갠지스 강, 비위생적, 여성인권, 19., 요가
인도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니 생각보다 부정적인 단어가 많았다. 악명 높은 사건 사고도 많고, 무엇보다 더러운 거리가 연상되어 '인도'라는 곳 자체에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가야하는 미지의 나라 인도로 떠나기 3주 전 조금이나마 정보를 얻고 싶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가는 것과 약간의 정보라도 알고 외국에 나가는 것은 천지차이란 걸 여러번 느꼈기 때문이다. 봉사를 목적으로 가는 12일이지만, 오히려 여행지가 아니라 시골 마을에서 실제 인도인의 삶을 살짝 엿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전세계 인구 2, 10억이 사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나라를 얇은 책으로 과연 얼마나 빠삭하게 알까 싶었다. 하지만 무지의 상태, 혹은 편견에 사로잡혀 인도를 삐딱하게 바라보기 보다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라도 그들의 문화를 이해한다면 조금 더 다가가기 편할 것 같았다.

인도철학 수업을 들었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드는 동시에, 조금 가벼운 책을 읽고 싶었다. 찾아보니 수많은 배낭 여행기와 중국을 뛰어넘을 잠재력을 가진 인도 경제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개인적으로 <마오를 이긴 중국, 간디를 넘은 인도>란 책 제목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힌두어, 영어뿐 아니라 헌법으로 인정한 공용어만 18종이고, 힌두교, 이슬람교, 불교, 기독교 등 온갖 종교가 공존하는 다양성의 나라를 선뜻 다가가기 힘들었다. 들고다닐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방대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특정 분야에 집중된 내용이기에 고르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만화와 사진으로 인도 배낭 여행을 풀어낸 <인도, 바람도 그릴 수 있다면>을 골라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숙제나 보고서가 아니라 오로지 내 궁금증과 기대를 위한 선택이니 부담을 갖지 않기 위해서다.

 

흔히 인도를 다녀온 이들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극심한 정체, 비위생적 환경, 위험한 치안으로 다시는 인도를 가지 않겠다고 하거나, 인도병에 걸려 다른 편한 여행지는 아예 배제하고 오로지 영혼의 안식에는 인도가 최고라거 찬양하거나. 지은이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두려움보다 호기심에 이끌려 인도로 떠났다. 초반에는 낯선 환경과 사람, 더위에 지쳐 불쾌함으로 여행을 시작했지만 어느덧 매력에 푹 빠져 책 <파이 이야기>, 영화 <네임세이크>와 얽힌 추억도 잔뜩 담았다. 심지어 인도 여행에 불만 가득한 배낭여행자를 만나자 구구절절 인도의 매력을 설명할 정도니 이정도면 완전 푹 빠졌다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여행 내내 느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그리고 기록했다. 상상을 초월한 빈부격차에서 오는 놀라움, 배낭여행자가 갖는 환상과 실제 일상의 간극, 여행을 떠나와서야 배우는 관점의 차이까지 말이다.
 
"인도는 여전히 시끄럽고 더럽고 불친절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처럼 작가는 인도의 바람까지 그림으로 담아내고 싶을 정도로 꼼꼼하고 아기자기하게 여행기를 정리했다. 기차표 구하는 방법이나 인도의 라씨 맛집 소개, 나마스떼는 힌두교를 위한 인사라는 것 같은 꿀팁 역시 귀여운 그림으로 술술 읽어 나갈 수 있었다. 무작정 인도를 찬양하기 보다는 불쾌한 경험이나 위험했던 순간도 솔직하게 적었기에 많은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다. 바가지 요금에 실갱이를 하며 불쾌했던 경험, 다리 위에 서서 관광상품처럼 그들의 가난을 구경하며 느낀 오만함, 낯선 이의 친절을 경계했던 경험까지. 책을 읽고 나니 한 국가로 한정 짓기에는 너무나 거대하고 다양한 인도라는 공간에 편견이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 (인도 사람이 무조건 눈 크고 까맣다는 게 가장 큰 편견이다. 북쪽으로 가면 우리나라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는 인종도 있었다. 아울러 인도에도 스키장이 있다는 사실까지!) 인도의 악명 높은 더위와 더러움에 여전히 두려움이 크지만, 적어도 <인도, 바람도 그릴 수 있다면>을 읽고 나니 약간 시선이 넓어졌다. 그리고 약간의 기대가 새롭게 생겼다. 현지에서 만날 맑고 초롱초롱 눈망울의 아이들, 땀흘리며 봉사하고 뿌듯해하는 학생들과 함께 만들 추억이 인도병을 빚어내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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