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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부상 - 인공지능의 진화와 미래의 실직 위협
마틴 포드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3월
평점 :
- "사람이 자동차 운전을 하는 것이 불법인 시대가 가까운 미래에 올 것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언급한 자율주행차의 미래가 그리 허황된 꿈이 아닌 걸 직접 느꼈다. 강원도 인제 서킷에서 아반떼가 트랙 위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하며 2바퀴를 달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대학생들이 참가한 대회에서 1등은 4분27초48을 기록한 계명대가 차지했다. 그리 빠르지 않은 기록이라 시시할지 몰라도, 트랙 위 차량을 보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차에는 운전자가 없기 때문이었다. 운전자 없이 레이더, 카메라와 같은 주행환경 인식장치와 GPS와 같은 자동 항법 장치를 기반으로 조향, 변속, 가속, 제동을 스스로 제어하는 자율주행자동차. 이는 상상 속이 아닌, 실제 눈앞에서 빠른 속도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이미 지금 타고 있는 자동차에도 운전자의 개입을 최소화한 자율주행 관련 옵션이 달려있고, 에러의 걱정보다는 운전의 편안함때문에 종종 페달을 밟지 않는다. 차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거나 잠을 자는 건 SF영화의 무리한 설정이 아닌 실제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 "AlphaGo resigns."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인간계 최강자 이세돌이 알파고에 첫 승을 거뒀다. 연거푸 3판을 지고, 이미 전체 대국의 승패는 갈렸지만 이세돌이 기계를 꺾으며 인간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바둑의 기본적인 룰조차 몰랐지만 TV와 인터넷에 가득한 알파고 대국 이야기에 직접 중계도 지켜보기도 했다. 그리고 신의 한수라 불리는 78수를 두고 기어이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겼을 때는 정체모를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옛날 소설이나 영화에서 인간을 지배하는 인공지능 로봇의 습격을 하도 많이 봐서일까?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가 우리 인간을 꺾는 모습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나보다. 숱한 화제를 낳은 딥마인드가 자연스레 잊혀졌고, 1년이 흐른 2017년 5월 또 다시 뉴스에서 알파고를 만났다. 알파고가 세계 랭킹 1위 중국의 커제를 압도적인 3대0으로 이겼으며, 페어전/단체전 모두 깔끔히 마무리했다. 여전히 인공지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고 스스로 진화하고 있었다.
4차 산업 혁명,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급변하는 현재,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산업계는 미래 먹거리 찾기에 열중이다. 이는 수익을 효율적으로 창출해야하는 기업에게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당장 로봇이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칠 엄청난 경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개인 역시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로봇은 지치지도 않고, 불평도 없으며 훨씬 더 효율적이므로 이론상으론 인간을 뛰어넘는 훌륭한 노동'기계'다.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사업가 마틴 포드는 미래 사회에 닥칠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이에 대한 본인만의 대안을 <로봇의 부상>에 담았다. 대다수의 일이 자동화가 되는 세상은 과연 편리하고 능률적인 멋진 신세계일지, 아니면 대량 실업을 유발해 빈부격차의 악몽이 판치는 디스토피아가 될지. 독자는 물론 저자도, 심지어 미래학자도 아무도 모르는 게 미래다. 하지만 최소한의 관심과 독서로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제법 의미있다.
<로봇의 부상>을 읽으며 가장 놀란 부분은 화이트칼라도 위기의 예외,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흔히 로봇 자동화는 진입장벽이 낮은 반복 업무에 치명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저숙련 노동자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 자동화와 예측 알고리즘의의 진화로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은 인상적이었다. 실제 인공지능이 쓴 스포츠 기사를 읽는데, 전혀 이질감을 느낄 수 없었다. 심지어 인간만이 창의성, 감수성으로 빚어낼거라 굳게 믿었던 예술까지도 로봇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이러한 기술은 영상에서 암세포를 가려내는 전문의는 물론 법률 조항을 해석하는 법률가, 나아가 IT 업계 전문가조차 급변하는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무인자동차나 약국 등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연관이 있는 분야는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 결국 자동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책임 소재다. 그리고 로봇의 실수가 책임져야할 영역이 인간의 존엄성과 연관이 되었다면 더욱 쉽사리 상용화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동차가 난폭운전을 하는 차량을 제대로 피하지 못해 사고가 났다면? 데이터 오류로 항암치료제가 아닌 감기약을 처방받아 병세가 악화된다면? 인간의 목숨이 걸린 사고에 대한 책임은 결국 기계가 아닌 누군가가 져야한다.
다양한 분야에 퍼진 인공지능의 화려한 업적과 달리 책의 뒷부분은 약간 성격이 다른 경제경영학 서적 느낌이었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이 최상위층 세율을 조정해 소득 불균형을 해소해야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지나친 과세는 투자 의욕을 꺾을 뿐 아니라 또 다른 불평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는 애플을 예로 들며 반론을 제기한다.
"최상위 소득계층에 대한 세율이 70퍼센트였던 1970년대 중반에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두 창업되었다는 사실은 기업가들이 최고세율 때문에 골머리를 않느라 시간 낭비를 하지는 않는다는 증거가 된다."
그는 로봇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가올 미래의 양극화를 걱정한다. 초반에 현상을 분석하는 것은 날카로웠지만 이에 대한 해답인 기본소득은 다소 힘이 딸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기본소득제는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소득을 보장해 사회적 공황을 막겠다는 의견이다. 사람들의 게으름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결국 소득이 있어야 소비를 하고, 소비가 있어야 생산이 이루어진다는 게 기본 논리다. 최고소득층에 대한 누진세, 자산세 강화만으로는 너무 유토피아적인 기대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단순히 로봇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해 사회적 불평등까지 고민해볼 화두를 던져준 흥미롭고, 시의적절한 책인 것 같다. 나도 아무도 대체할 수 없는, 그런 전문적인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물론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에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며 세상 돌아가는 일에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