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의 삶 - 혼자라는 것을 잊게 해줄 쓸데없이 당돌한 생각들
김리뷰 지음, 노선경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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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김리뷰가 쓴 책을 3권째 다 읽었다. 2017 3월 현재 읽은 책 18권 중 3 16%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지분이다회사 일이 바쁘단 핑계로몸이 피곤하단 핑계로 책상 위에 앉아 책을 펼치는 시간이 줄어든 나에게는 김리뷰의 SNS 스타일 뻘글 모음집이 딱이었다페이스북을 옮겨놓은 듯한 <세상의 모든 리뷰>, 자전적인 이야기가 조금 더 진지하고 솔직하게 담긴 <개구리가 우물을 기억할 때>의 딱 중간쯤 되는 이야기가 바로 <1인분의 삶>이었다기본적으로 외롭고 혼자인 것에 두렵지만 어느덧 익숙해진 김리뷰의 짧은 에세이들은 '잉여로움'을 추구하는 나와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맞춤법에 대한 글을 쓰며 대놓고 '맛춤뻡'을 틀리는 자유분방함이나매너리즘에 빠져 '매너리즘'에 대해 휘갈겨 쓰는 건 역시 김리뷰다웠다. '의식의 흐름기법에 따라 술술혹은 맘대로 써내려간 에세이도 인상적이었지만 '불행'/'행복'을 나눠 쭉 적어둔 건 제법 흥미로웠다자기가 뭘 좋아하거나,  싫어하는지 모르는 세상에서 적어도 자신의 취향성격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느낀점을 쓰려다가 너무나 개운하게 자고 일어난 지금 그게 오히려 더 쉽지 않을 것 같아 나도 행복과 불행을 정리해보았다.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그리고 불행한 것들은 (피할 수 있다면피하고 싶어서.

 

<불행>

쌕쌕거리는 호흡에 잠 못이루는 것/메밀그리고 메밀/회식 자리에서 억지로 속도 맞춰 먹는 일/그 자리에서 되도 않는 자랑에 비위 맞추며 리액션할 때/책임감없이 일을 떠넘기고 아몰랑하는 것/송년회 장기자랑 억지로 웃으며 할 때/당직근무를 서기 위해 나서는 현관문/내비게이션의 도착 예정 시간이 자꾸 늘어날 때/블루투스 연결했는데 갑자기 너무 큰 음량으로 라디오 잡음이 들릴 때/갑자기 타이어 펑크가 나서 수리를 맡기는 일/바쁘긴한데 보람이 없는 하루/이가 시리거나 이빨 사이에 낀 뭔가가 빠지지 않을 때/배가 나와서 몸이 무거워진 걸 느낄 때/내 게으름때문에 운동을 하지 않고서는 살쪘다고 시무룩할 때/발목이 돌아가서 퉁퉁 붓고 걷지 못할 때/오지랖과 참견/영어로 하고 싶은 말이 입안에서 맴돌 때/내가 나서서 따져야하는데 자기합리화하는 일/당당할 일에 꿀먹은 벙어리가 될 때/박근혜 당선/포핸드가 자꾸 얼어붙어서 에러날 때/중요한 순간 더블폴트로 허무하게 무너질 때/오픈 찬스에서 자신없이 패스를 돌리거나 레이업 놓칠 때/땀나서 양복 셔츠가 흥건하게 젖을 때/피부트러블이 생겨서 온몸이 건조할 때/비오는날 진흙을 밟거나 양말이 젖을 때/지갑을 놓고 나온 걸 셔틀버스 타고 떠올릴 때/떨어진 펀드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상황을 모면하려 거짓말할 때/허겁지겁 허둥지둥 서두르다가 뭔가 빼먹을 때/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실망시킬 때/경기 종료 직전 수원이 동점골 혹은 역전골 먹는 걸 지켜볼 때/망언을 일삼는 꼰대들을 볼 때/곰팡이가 핀 벽지를 발견했을 때/졸리다면서 막상 침대에 누워서는 잠이 들지 않을 때/술먹고 필름이 끊겼을 때/그래서 남에게 민폐를 끼친 걸 뒤늦게 알 때/화장실 한편에 앉아서 자다가 비몽사몽 사무실로 걸어들어갈 때/퇴근 셔틀 버스를 아깝게 1분 차이로 놓치는 일/어린아이를 상대로한 범죄 뉴스를 들을 때/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때/그리고 내가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할 때

 

<행복>

여행 떠나기 직전 북적거리는 공항/비오는 창가 바라보며 커피향 맡을 때/KTX 창가자리에서 바라보는 평화로운 시골/팟캐스트 들으며 반신욕/에버랜드 퍼레이드/극장골로 수원이 이길 때/승부차기 승리/(기억이 가물가물한)K리그 우승/여행 기념 레플리카와 마그넷/계란과 옥수수가 들어간 온갖 음식/어린시절 델몬트 병에 들어있던 보리차/퇴근길/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운동하고 찬물 샤워/호텔방의 푹신한 침대와 포근한 이불/디즈니와 픽사/NBA FINAL 시청하며 치킨 먹기/팥빙수/바쁘지만 나름 뿌듯하고 보람찬 하루/실수한 게 조용히 지나갈 때/집안 가전,가구로 채워넣기/청소하고 난 뒤 깔끔해진 집안/웰빙 먹고 하나로마트 산책 한 바퀴/엎드려서 자는 10분의 꿀잠/염기훈의 칼날 같은 크로스/얻어걸린 볼링 스트라이크/달달한 맥주/두피마사지/타이마사지/몰디브에서 모히또 하시기/서평영화감상문을 쓰고 싶게 만드는 명작/다이어리에 옮겨적고 싶은 명문/공만 깔끔하게 빼내는 나이스 태클/PS4 명작 타이틀 엔딩을 보는 순간/88쥬스 마시고 건강해지는 느낌/셔틀버스 안에서 보는 웹툰/온열매트에서 먹는 아이러브고구마/팩하고 난뒤 촉촉한 피부/당직 근무 마치고 만끽하는 오후의 여유로움/딱 적당히 취하고 집에 와서 먹는 아이스크림/사랑하는 사람과의 수다,애교사소한 일상 공유/낮잠/늦잠/밤잠/선선히 부는 봄바람/흩날리는 벚꽃/한강공원 캠핑/가족여행/첫 차 시동 거는 떨리는 순간/올블랙/소스에 찍어먹는 뜨거운 장어구이/하지만 운동복은 거의 다 파란색/아디다스/위닝하며 날리는 각종 개드립과 도발/각종 스포츠대회 출전수상/포토북 되돌려보기/어린 시절 사진 들춰보기/진전면의 푸른 하늘/적금 만기 후 붙은 약간의 이자/성과금/화성행궁의 여유로운 분위기/여행 다큐멘터리를 보며 대리여행 느끼기/막 찍었는데 잘생기게 나올 때/자전거타고 지날 때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화채 먹고 선풍기 앞에서 누워서 tv보기/테니스 코트에서 먹는 탕수육(부먹,찍먹 상관없음)/반가운 사람들만 있는 경조사 자리/우도 땅콩아이스크림/서브에이스/해리포터/셜록홈즈/생크림/오렌지에이드/유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농담/아시시의 평화로운 공기/지르는 고음보다 감성적인 저음/눈길이 또 가는 광고문구/여행지에 누워서 여유롭게 읽는 책/책을 읽고 소감을 나누는 빨간책방/북콘서트/기발한 펀치라인으로 소름돋는 랩/(종교는 없지만대성당의 웅장함/철학/상큼미 넘치는 연예인/알콩달콩 애교/글쓰기/양꼬치와 칭따오/가족끼리 먹는 한우(직장 회식X)/칼퇴/90년대노래/김연우,성시경/백아연,악동뮤지션/이벤트/초콜릿(다크말고밀크)/온기가 전해지는 악수(땀말고)/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더 많다.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만큼 행복한 순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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