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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당연한 것들의 흑역사 - 온갖 혹평과 조롱을 받았던 혁신에 얽힌 뒷이야기
앨버트 잭 지음, 김아림 옮김 / 리얼부커스 / 2016년 4월
평점 :
"내가 봤을 때 전 세계 컴퓨터의 수요는 기껏해야 5대가 전부일 것이다."
"이제 컴퓨터로 가능한 일들은 한계에 부딪혔다."
2016년 지금 우리가 돌이켜 보면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가 한 말이 아니냐고 묻겠지만, 이들은 모두 당시 최고의 지성이자 전문가였다. 첫번 째 망언은 1943년 IBM의 회장 토머스 왓슨이 한 말이며, 두번째 실언은 애드박의 창시자 폰 노이만이 1949년 자신있게 한 말이다. 이렇듯 우리가 지금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혁신의 출발은 모두 비판, 아니 그보다 심한 혹평과 조롱에 시달렸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묵묵히 연구를 계속했던 이들은 자기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고, 시대가 흐른 지금 위인으로 칭송받는다. (물론 사후에 재평가되어 돈을 후손이 챙긴 경우도 있었다.)
<시대가 비웃었던 상상>, <혁신을 불러온 집념>, <우연히 탄생한 것들의 역사>, <당대의 혹평을 들었던 문화상품>, <지금은 당연한 것들의 탄생>, <우스꽝스럽거나 황당하거나>. 총 6개의 챕터에는 온갖 실패와 좌절, 그리고 마침내 성공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담겨 있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갈릴레오의 지동설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를 총망랑하고 있다. 라디오, 컴퓨터, 제트 엔진, 낙하산, 자동차같은 기기는 물론 비틀즈, 엘비스 프레슬리, 마를린 먼로 같은 문화 스타까지 익숙한 모든 것들을 나열한다. 마치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서 좋아할만한 소재들이 가득한 책이었다. 혁신을 위해 고군분투한 이들의 이야기가 재밌는 이유는 독자 입장에서 당연히 성공이란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루한 안목으로 이들을 비난하고 실패할 거라 당연시했던 이들은 사실 매우 객관적이고 이성적이었다. 그들 역시 충분한 지식이 있었고, 다수의 지지를 받아 생긴 규칙에 따라 이들을 저지한 것이다. 하지만 혁신은 결국 남들과 다른 길을 확신을 가지고 걷는 이들에 의해 탄생하는 법이다. 이 책을 읽고 보면 자신의 신념에 목숨까지 거는(특히 낙하산의 경우에!) 과학자들의 열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우스터소스, 고양이 배설용 점토 등 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소재들을 제외하고는 부담없이 가볍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원래 숨겨진 비화가 더욱 재밌는 법이며, 서문에서부터 은근히 유머러스한 저자 앨버트 잭의 문체덕분에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그의 서문은 아래와 같다. "마지막으로, 실은 제일 처음 언급했어야 하는 사람은 조디 와이스너이다. 그는 나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에 자기도 모르게 이 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었다. 그러니 여러분이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조디의 탓이다.)
과연 나라면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바보'라고 조롱하지 않았을까? 현재의 기준에 맞춰 그저 안정을 추구하는 타입이기에 아마 그들의 기약 없는 노력, 비이성적인 신념을 비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안전한 노선은 잘하면 평균은 해도, 평균 이상을 할 수는 없다. 그러니 타인의 노력과 신념을 함부로 속단하고, 비웃거나 하찮게 여기지 말아야한다. 이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명예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아이디어가 맞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아이디어의 가치를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점과 역시 기술이 힘이다(=공대가 답이다)란 웃지 못할 교훈을 얻으며 책장을 덮었다. 그러니 남에게 상처주는 말은 막 내뱉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의 성공을 가장 배아파할 사람이 바로 그런 사람들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