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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아빠의 관은 텅 비어 있었지만, 아빠의 서재는 꽉 차 있었다. 일 년이 넘었어도 방에서는 여전히 면도 크림 냄새가 났다. 아빠의 흰색 티셔츠를 모두 만져보았다. 아빠가 한번도 찬 적이 없는 화려한 시계와 다시는 신고 저수지 주변을 달릴 일이 없을 스니커즈의 여벌끈을 만져보았다. 아빠의 재킷 주머니마다 손을 넣어보았다. (택시 영수증 한 장, 미니 쿠키 포장지, 다이아몬드 공급업자의 명함을 찾아냈다.) 아빠 슬리퍼에 발을 넣어보았다. 아빠의 금속 구둣주걱에 내 얼굴을 비춰보기도 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칠 분 만에 잠들겠지만, 나는 몇 시간이 지나도록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빠의 물건들 속을 서성이면서 아빠가 만졌던 물건들을 만져보고, 쓸데없는 짓인줄 알면서도 옷걸이들을 좀 더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노라니 부츠가 좀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