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철학과 중국인의 사유방식
몽배원 지음 / 철학과현실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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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장 서론

 

 

중국철학의 주체적 사유는 기본적으로 주체와 객체, 인간과 자연의 상호 통일을 전제로 출발한다. 중국철학은 만물의 주재(主宰)일 뿐만 아니라 천지(天地)인 인간의 주체성을 드러내면서도 주관성을 강조하지 않는다. 더불어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강조하며, 인간의 심령 가운데 자연계의 보편적인 원칙이 들어있다고 보았다. 중국철학의 주체성에 주목한 몽배원은 상호 연관적인 네 가지 차원(내향적 사유, 의향적 사유, 경험적 사유, 초월적 사유)에서 논의를 전개한다. 이러한 흐름에 알맞게 유(儒)·도(道)·불(佛)의 다양한 사상가와 원전을 살피며 사유를 추적한다. 한편 중국철학, 사유 방식은 사변적이 아니라 실천적이다. 유·불·도마다 각자의 이론체계에 따라 달랐지만 결국 어떻게 하면 참된 인간, 즉 성인(聖人), 신인(神人), 지인(至人), 진인(眞人), 선인(仙人), 부처가 되느냐에 주목했다. 요약하자면 중국철학의 주체적 사유는 인문주의 철학, 인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에서 시작했다. 자연계의 주재(主宰) 인간이 주체 자신으로 돌아가고, 자아를 반성·체험·초월하여 자연계와 하나가 되는 관계를 바라는 마음이 사유의 핵심이다.

 


◎ 제2장 자아반성형의 내향적 사유 (自我反思型 內向思惟)

 

 

1. 자기를 돌이켜서 구함 (反求諸己)

 

 

마음은 인간 존재의 표지로서, 인간인 인간으로 되는 까닭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혼(人者萬物之靈)”이란 말도 있듯이 영혼이 있는 곳이 마음이다. “생각할 수 있음(能思)”은 마음의 기능이고, “생각되는 것(所能)”은 마음의 존재, 바로 인간의 내재적 본성이다. 모든 사람은 내재적 본질을 갖추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것을 자각하는 것은 아니다. 자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몸을 돌이켜 생각하고(反身而思), 자신을 반성해야(反求諸己) 한다.

유가들은 ‘성(誠)’을 ‘천인합일(天人合一)’의 도덕 본체, 하늘이 하늘로 되는 까닭으로서의 도(天之所以爲天之道), 인간이 인간으로 되는 까닭으로서의 도(人之所以爲人之道), 인간에 내재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말하였다. 그리고 이상 인격을 완성하려면 정확하게 선택해야 하고, 정확하게 선택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내재적 잠재 능력이나 선한 본성(善性)을 전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기 반성적 사유(自反思維)의 주체적 특징은 ‘참천(參天, 하늘에 참여하는)’ 사상을 드러낸다. 공자는 반드시 자기의 마음 안에서 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맹자는 심성합일론(心性合一論)의 명제를 발전시켰다. 즉 유가의 주장에 따르면 도덕 본성은 모든 사람이 갖고 있으며 모든 인간은 성인(聖人)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양지·양능은 “생각하지 않아도 알고(不慮而知)”,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不學而能)“ 내재적인 잠재 능력이자 도덕 표준이다. 대표적으로 왕양명은 양지는 마음의 바깥에서 구하지 말고 자기의 마음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양지양능은 성(誠)이나 인(仁)처럼, 전통 철학 가운데 보편적으로 사용된 범주로서 주체의 내향적 사유의 특징을 표현한 것이다.

 

 

2. 이치를 궁구하고 본성을 다함 (理盡性)

 

 

순자(荀子)는 사유의 객관적 원칙을 제시하고, 지성 능력(앎의 능력)을 인성(人性)의 중요한 측면으로 인정하였다. 그리고 마음(心)이 ‘도를 아는(能道)’ 문제를 제시하여, 인간의 마음은 보편적인 객관 법칙을 인식할 수 있다고 여겼다. 여기서 ‘도’는 천도가 아닌 ‘인도(人道)’로 주로 사회, 정치, 윤리, 원칙으로서 순자가 말한 ‘예(禮)’다. 더불어 순자는 인간이 귀한 까닭을 ‘의(義)’를 갖고 있는 것으로 금수와 구별되는 차이라고 살폈다. 즉 성인이 되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예의(禮義)이고 인의(仁義)라는 것이다.

『역전(易傳)』에서는 “이치를 궁구하고 본성을 다한다(窮理盡性)”는 문제를 제시한다. 천도(天道)는 인도(人道)에 포함되고, 천명(天命) 역시 인성(人性) 가운데 하나다. 궁리(窮理)하여 본성을 다한다는 이러한 사유는 후기 유학, 이학에 전해졌다. 이학가들은 ‘격물치지설(格物致知設)’, ‘즉물궁리성(卽物窮理設)’을 기하며 사물들이 각기 그 이치를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였다. 여기에는 외향적 사유의 특징도 함께 있다. 주희는 마지막에는 자신에게로 돌아가 마음속의 리를 밝힐 것을 주장했다. 한편 왕양명은 마음 바깥에 있는 리(心外有理)를 부정하고 직접 마음속을 궁리할 것을 강조했다. 요약하자면 ‘치지’든 ‘격물’이든, ‘궁리’든 ‘진성이든 공부(功夫)는 마음(心)에서 해야 한다는 것으로, 반드시 자신의 양지(良知)를 인식하고 실현해야 한다.

 

 

3. 순박함으로 돌아감 (反朴還純)

 

 

도가는 “순박함으로 돌아가라(反朴還純)”, “소박함을 드러내고 순박함을 간직하라(見素抱朴)”를 주장한다. ‘자연’을 인간의 내재적 본질로 규정하고, 인간의 본성으로 변화시킨다. 노자의 ‘자연무위설(自然無爲設)’은 인성의 자연(人性自然)을 전제한 것이다. 그리고 “도는 낳고, 덕은 기른다”는 말로 무욕, 무위하여 자연의 도와 합치되는 인간의 내재적인 본성을 알 수 있다. 노자는 ‘스스로를 아는(自知)’ 영명함(明)을 통해 ‘자연’의 본성을 실현하라고 주장했다.

자기 반성적 사유의 일반 원칙은 장자를 거치면서 더욱 발전했다. 그는 ‘자연’의 도를 세계의 최고 존재이자 인간의 근본 존재로 보았다. 즉 ‘자연’이 바로 인간의 참된 본성이며 절대, 보편적인 성질을 갖추고 있다고 바라봤다. 장자를 대표로 도가는 모든 외적인 지식을 상대적인 것, 아무리 노력해도 진정한 인식을 얻을 수 없다고 보앗다. 그래서 유일한 방법으로 자기의 심령으로 돌아가서 자아를 깨닫고 인식하는 것, 즉 지인(至人), 진인(眞人), 신인(神人)을 이상적인 인격으로 설정했다.

 

 

4. 자기를 살펴서 앎 (察己而知)

 

 

현학가들은 자연의 본성에 대한 자아의 반성인 “현묘한 사유(玄思)”를 주장했다. 왕필은 “자연의 본성을 밝히고(明自然之性)”, “반드시 자기에게서 구하는(必求諸己)” 것이라고 보았다. 이는 ‘천인합일론’의 주체적 사유이자 자아반사형의 내향사유를 나타낸다. 자연의 본성을 밝히려면 먼저 인위(人爲)를 없애고, 동시에 ‘신명’한 작용을 통해 자아를 인식해야 한다. 이밖에도 혜강은 “자연에 맡김(任自然)”이란 객관적인 자연 법칙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본성(自然之性)”에 맡기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안을 보고 돌이켜 들어라(內視反聽)”고 주장하며 마음과 정신이 바깥에 나가는 것을 반대하였다. 한편 곽상은 명확하게 “안에 있는 것을 구하라(求在內者)”고 주장하며 사람의 안에 있는 자기의 본성(自性)을 알기를 구하라고 권한다.

 

5. 마음을 밝히고 본성을 바라봄 (明見心性)

 

 

중국화한 불교는 영원한 불성을 인간의 심리 가운데 두었고, 그것을 인간의 “마음의 본체(心本體)”로 변화시켜 개체의 마음을 떠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만들었다. 도생(道生)은 “모든 중생이 불성을 갖고 있다(一切衆生皆有佛性)”는 학설, ‘자성설(自性設)’을 제시하며 유가의 사유와 비슷한 면모를 보였다. 그는 절대적이고 영원한 불성이 모든 개인에게 내재된 것으로 여기며 불성은 스스로 그러하고(自然), 스스로 존재하며(自在), 무위(無爲)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한편 천태종은 도생처럼, 주체의 내부에서 불성을 인식하고 실현하기를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지의는 마음에 심체(心體), 심종(心宗), 심용(心用)이라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고 여겼다. 나아가 불성은 자기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므로, 마음 바깥을 향해 구하기보다 자신을 향해 구해야 한다는 것, 무진장설(無盡藏設)이 핵심이다. 그리고 선종 역시 우주의 마음이 자신들의 마음속에 있으며, 개인의 마음을 떠나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목했다. 선종의 ‘명심견성설(明心見性說)’은 자신의 ‘본심(本心)’을 밝히고 자신의 ‘본성’을 보는 것이다. 마음은 본성이고 본성은 마음이다. 부처는 서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생의 마음속에 있으므로 그것을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불성은 인식하는 관건은 ‘깨달음(悟)’에 있다. 깨달으면 부처, 미혹되면 중생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진정으로 자신에 대한 깨달음이다. 유가 도가와 마찬가지로 불교 역시 자기반성형 내향적 사유의 특징을 나타낸다.

 


◎ 제3장 정감체형형의 의향적 사유 (情感體驗意向思惟)

 

 

1. 두 가지 사유 방식의 비교

 

 

중국의 전통철학은 주체 체험을 특징으로 하는 의향적(意向的) 사유다. 정감의 체험과 정감적 요구를 만족시키는 것을 중시하였으며 지·정·의 세 가지를 결합하며 어떤 지혜를 추구했다. 대표적으로 유가와 묵가는 경험적인 지식을 중시하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경험에 대한 이해에서 차이가 있었다. 유가의 공자는 정감적 경험, 내적인 심리 경험을 무엇보다 강조하며 견문과 학습(學習)을 중시했다. 인문주의적이고 윤리정감형인 공자는 인학을 정감적이고 심리적인 경험 위에서 발전시켰다. 나아가 맹자는 내재적인 심리 정감과 심리 경험을 강조하며 선택, 고려, 정화하려는 노력을 펼쳤다. 즉 유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應當什麽)’에 주목한 사유다.

반대로 묵가는 인간을 인식의 주체로 보고 객관 사물을 인식의 대상으로 본다. 묵자는 경험 지식을 매우 중시하며 인간의 정감적 수요와 도덕적 평가에 유의하고 어떤 의미를 체험하려 한다. 묵가의 대표적인 단면은 삼표법과 겸애 학설이 있다. ‘삼표법(三表法)’에서 ‘삼표’는 인식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증명해줄 수 있는 세 가지 표준이었다. 겸애는 “사랑에는 차등이 없다(愛無差別)”는 뜻으로 유가와 달리 사람의 종류에 구애 받지 않고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논리적으로 형식화된 묵자의 사유 방식을 엿볼 수 있다.

 

 

2. 사단 (四端)과 칠정 (七情)

 

 

공자가 언급한 인자(仁者)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명제를 강조하며 ‘충(忠)’과 ‘서(恕)’ 개념에 주목한다. ‘충’은 “자신이 서고자 함에 남도 서게 하며, 자신이 통달하고자 함에 남도 통달하게 하는 것”이고, ‘서’는 “자기가 하고자 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않음”이다. 맹자는 공자의 정감형 사유를 이어 받아 인의예지(仁義禮智) 네 가지 도덕관념 사성(四性)을 제시했다. 이러한 네 가지 내재적 정감은 인의 단서 측은지심, 의의 단서 수오지심, 예의 단서 공경지심, 지의 단서 시비지심으로 사단(四端)이다. ‘사단’의 정을 ‘확충’하여 도덕 이성으로 만드는 것은, 근본적으로 순수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자아 체험의 문제다. 한편 칠정설(七情設)은 희(喜),노(怒), 애(愛,) 구(懼), 애(哀), 오(惡), 욕(欲) 일곱 가지를 지칭하는 주체의 내재적 정감이다. 칠정은 인간이라며 누구나 갖게 되는 인성의 중요한 근원이다. 마찬가지로 칠정 역시 주체가 체험할 수 있으나, 인식으로 이해할 수는 없는 성질이다. 정감체험형의 철학인 중국의 유가철학은 명석성과 형식화가 부족한 한계를 드러내지만 정감을 승화하고 의지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3. 미발 (未發)과 이발 (己發)

 

 

‘미발’과 ‘이발’은 희로애락의 정에서 출반한 것으로 주체의 정감 의식이다. 간단하게 둘을 비교하면 다음 표와 같다.

 

미발(未發)

이발(己發)

편벽됨, 지나침, 부족함이 없는 ‘중(中)’

잠재적, 잠존적

주체의 원칙, 중은 천하의 “큰 근본(大本)”

절도에 맞는 화

현실적, 구체적

‘화(和)’는 천하의 “공통된 도”

 

 

『중용(中庸)』은 선험적 도덕 내용을 정감 의식에 부여하여 본체론의 성질을 갖게 하였고, ‘미발’로부터 '이발‘에 이르는 것이 부단히 자아를 실현하는 과정이자 자아 체험의 과정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치중화(致中和)는 ’중화에 이른다‘는 의미로 미발, 이발의 양방향 체험을 통해 대본(大本)으로부터 ’달도(達道)‘에 이르는 것이다. 즉 치중화는 천명지성을 다하는 것이다. 이학가들은 자아수양의 방법으로 “고요한 가운데서의 체험”을 강조했고 이정과 주희는 ‘경’공부를 강조하였다.

 

 

4. 마음속의 즐거움 (心中之樂)

 

 

도덕적인 정감 가운데 미의 경지를 체험한 마음속의 즐거움(心中之樂)에서 정감 철학적 사유를 엿볼 수 있다. 중국철학에서 즐거움은 내심의 자아 체험이자 인생의 경지다. 공자는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주목했으며 “공자와 안자의 즐거움(孔顔之樂)”을 예로 들며 즐거움과 어짊을 같이 보고 천인합일의 미학 사상을 살폈다. 맹자 역시 “군자에게는 세 가지의 즐거움이 있다.(君子三樂)”을 강조했다. 세 가지 즐거움에는 내재적인 도덕감을 중시하는데, “부모가 모두 생존해 계시며, 형제가 무고한 것(父母俱存, 兄弟無故)”, “위로 하늘에 부끄럽지 않으며, 아래로 인간에 부끄럽지 않은 것(仰不于愧天, 仰不炸于人)”이 이에 해당한다.

 

 

5. 체험을 마음으로 삼음 (以體會爲心)

 

 

중국철학과 그 사유는 ‘마음(心)’이란 범주에서 표현되고 ‘마음’이란 범주를 둘러싸고 전개된다. 마음이 주체성의 주요한 표지이자 인간의 의지와 가치를 실현하는 관건이기 때문이다. “체험을 마음으로 삼는다.(以體會爲心)”는 실제로 자아를 체험한 마음을 가리킨다. 즉 자아의 체험을 통해 하늘과 인간이 합일된 본체 경지를 실현하며, 그 존재를 인지하는 것이다. 이는 주체와 객체가 완전히 통일된 본체 의식과 그 작용이라는 중요한 특징을 지닌다. 맹자는 이와 유사하게 “만물이 모두 나에게 갖추어져 있다(萬物皆備于我)”고 말하며 자아를 체험하기, 천지만물을 포함한 거대한 마음을 강조했다. 유가에서는 견문을 통해 만물의 규율이 아닌, 안과 밖, 하늘과 인간의 합일을 체험하는 경지를 강조했다. 그때 비로소 만물이 모두 내게 갖추어 있게 되면 인간은 주체성을 실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6. 도를 체득하고 자연을 체득함 (體道體自然)

 

도가에서도 초윤리적인 본체를 체험할 것을 주장했다. 자연을 숭상하고 근본으로 삼는 도가는 ‘무정(無情)’, ‘무심(無心)’의 학설을 제시한다. 이는 본체 존재 또는 ‘신명’의 마음에서 출발하여, 개체화된 자아를 실현하는 체험을 요구하는 동시에, 개체와 절대 본체, 자아와 비아를 완전히 통일시킬 것을 주장한다. 도가의 노력을 ‘도(道)’가 중국철학의 기본 범주이자 최고 범주가 되었고, 도는 만물의 근원으로 자리 잡았다. 노자는 “고요히 바라보는(靜觀)” 방법을 제시하며 자신을 드러내고 자아를 체험하는 가운데서 ‘정관’을 실현하기를 요구했고, 장자는 ‘무정(無情)’을 강조하며 인간과 자연이 합일된 초윤리적 초공리적 미학적인 정감 체험을 주장했다.

 


◎ 제4장 주체실천형의 경험적 사유 (主體實踐 經驗思惟)

 

 

1. 몸으로 실천하기 (躬行踐履)

 

 

중국 철학적 사유는 “안으로 성스런 지혜를 증득하는(內證聖智)” 실천적 사유이다. 특히 몸으로 실천하기(躬行踐履)를 호소하며 의지와 행위가 실천적인 요구와 효과를 대부분 결정한다고 여겼다. (도교는 ‘선인지학(仙人之學)’, 불가는 ‘내학(內學)’이라고 불렀다.) “사람 만드는(作人)” 실천 활동을 중시하며 유가는 ‘성인지학(聖人之學)’, ‘몸으로 실천하는 학문(躬行踐履之學)', '도덕지학(道德之學)’을 제시한다. 유가의 맹자는 “마음의 기능은 생각하는 것이다(心之官則思)”를 주장하며 “마음을 보존하여 본성을 기르고 하늘을 받드는 실천 공부”(存心養性事天)를 제시했다. 어떻게 올바른 인간을 만들어야 하는가의 문제와 연관된 실천 원칙이 사유의 근본 원칙이 되었고 ‘어진 정치(仁政)’를 실행해야 한다. 한편 명가는 개념론을 제시하였고, 왕양명은 ‘치양지설(致良知設)’, ‘지행합일설’을 명확하게 주장했다.

 

 

2. 진지 (眞知)란 무엇인가?

 

 

유가는 실천하는 가운데 ‘진지(眞知)’를 구할 것을 주장한다. 이는 몸으로써 얻어야 하는 지식이며, 개인의 실천과 경험에서부터 나온 것으로 진실로 믿을 수 있는 것이다. 유가에서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지식을 장악하고 자기의 ‘진지’로 바꾸기 위해서 실천이 필수적이라는 것으로 이는 “배우고서 때때로 익히는 것(學而時習之)”라고 할 수 있다. 정이는 담호색변(谈虎色变) 예화에서 진지와 상지(常知)를 구분했다. 진지는 “체험에 바탕하여(着實體驗)” 얻은 지식이며 “체험에 바탕했다“는 것은 ”몸소 그 방면을 경험한 것(親厲其域)“, 곧 몸소 실천한 것이다. 진지와 상지는 자신에게서 얻었느냐(得之于己), 진정으로 자기의 내재 체험에 속하느냐 여부로써 구분한다. 한편 도가는 ”오직 마음으로 일할 뿐 눈으로 보지 않기(以神遇而不以目視)“로 설명되는 포정해우(庖丁解牛)의 우화, 착륜(斲輪)의 고사를 예로 들었다. 불교의 선종 역시 ”부처를 꾸짖고 각종파의 시조를 질책한다(訶佛駕祖)“는 구절로 문자에 얽매이지 말자는 말을 전한다.

 

 

3. 위기 (爲己)와 자위 (自爲)

 

 

위기의 학문은 자위의 학문, 즉 자아 실현을 위한 실천 철학이다. 공자는 “옛날의 학자들은 자신을 위한 학문을 하였는데, 지금의 학자들은 남을 위한 학문을 한다.”며 자신의 인격 완성을 추구하는 위기,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위인을 구별한다. 이는 이기적, 이타적이란 설명과는 다르다. 이는 이론적으로는 일종의 도덕자주론이며, 실천적으로는 자아 수양, 자아 완성의 ‘위기’의 학문이다. 위기의 중요한 특징은 ‘안심입명(安身立命)’의 터전을 마련하는 것으로 어떻게 자기의 몸에서 인생의 이상을 실현하고 인생의 귀결점을 찾느냐 하는 것이다. 즉 자아에 대한 즐김이다. 현세의 인생 가운데서 인(仁)을 구하고 도(道)를 구하며 이상적인 경지를 실현해야 한다고 보는 유가의 사유 방식은 중국 철학의 주체적 사유의 실천적 특징을 나타낸다. 이러한 실천적 특징에 따라 전통 철학은 내세의 행복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현세의 행복을 구하며, 피안에 호소하기보다 자신에게서 구한다. 한편 도가는 ‘도’라는 추상 관념을 제시하며 “도의 체득(得道)”를 주장하며 “신체를 보호하고 생명을 온전히 하기(保身全生)”를 주장한다. 대표적 학자 노자, 장자의 학설은 출세주의적이 아닌 현세주의적이다. 한편 자위, 위기라는 현세적 정신이 극단으로 표현되면 ‘위아(爲我)’로 나아간다. 극단적 개인주의적 사유를 나타내는 위아는 양주파의 주장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중국화된 불교 선종은 “장작을 지고 쌀을 옮기는 것도 오묘한 도가 아닌 것이 없다(担柴運米)”라고 주장했다. 선종은 ‘비아(非我)’, ‘무아(無我)’의 종교가 아니라 ‘유아(有我)’, ‘위아(爲我)’의 종교다.

 

 

◎ 제5장 자아초월형의 형이상학적 사유 (自我超越型 形上思惟)

 

 

1. 형이상자 (形而上者)

 

 

중국철학은 일종의 인간을 배우고자 하는 ‘인학형이상학(人學形而上學)’이며, 중국철학의 형이상학적 사유는 내재적인 자아 초월을 주장하고, 피안의 외재적 초월을 주장하지 않는다. 이학은 『역전』에서 형이상학적 사유로 접어들었는데, 여기서 말하는 ‘형이상자’는 형제와 형상이 없는 보편적 원리이자 세계 만물의 근본 존재다. 이학가들은 리(理)의 주요한 의미 ‘소이연지리(所以然之理)’는 존재의 원칙, ‘소연당지리(所當然之理)’는 당위의 법칙이다.

도가는 최초로 형이상학적 사유를 시작한 학파로 ‘도(道)’는 지각해서 파악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추상물이었다. “만물의 “근본(萬物之宗)”인 도는 되돌아오는 특징이 있다. 즉 도가 운동과 변화의 근원임을 설명했다. 노자와 장자에 뒤를 이어 위진남북조 시대 현학자 왕필, 곽상은 이를 더욱 발전시켰다. 왕필은 도와 리를 사물의 근본으로 제시하였고, 곽상은 현상과 본질의 관계를 제시하며 숭유론(崇有論)을 제창했다. 불교에서는 천태종의 실성론(實性論), 화엄종의 ‘이사론(理事論)’, 선종의 '체용론(體用論)‘을 중점적으로 본체와 현상, 형이상과 형이하의 차별을 없애려 했다.

 

 

 

2. 천도 (天道)와 성명 (性命)

 

‘천인합일(天人合一)’로 대표되는 중국 전통 철학은 ‘천도(天道)’, ‘성명(性命)’에 주목한다. 하늘(天), 천도(天道)는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다. 천도는 형이상학적 의미로 자연계 형이상의 도, 우주의 본체다. 그리고 성명은 하늘의 명을 받아 인간이 본성으로 삼은 것으로 하늘의 명령이란 상제가 인간에게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천도가 유행하여 인간에게 천지지성을 부여한 것이다. 성은 원래 명에서 기원하며, 하늘의 명은 성으로 실현된다. 성명의 합일이 바로 천인합일의 ‘성명지리(性命之理)’다. 이학에서는 ‘천인합일’의 형이상학적 사유가 최종적으로 완성되었는데 인간의 본체를 무극이면서 태극(無極而太極)이라고 살핀 주돈이, 하늘은 곧 리라고 생각한 정호 등이 이를 뒷받침했다.

 

 

3. 참된 나를 실현함 (眞我實現)

 

 

‘진아’란 주체와 객체를 대립시키지 않고 주체와 객체를 통일시킨 상태에 도달한 형이상자면서, 감성적이고 구체적인 존재로서의 형이하자다. 공자는 『논어(論語)』에서 부단히 자아를 초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음이 하는 것을 좆아도 법도에서 어긋나지 않는 경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진아‘를 실현한 경지를 말한다. 맹자 역시 ’대인지학(大人之學)‘은 자아 초월의 형이상학이다. 즉 대장부(大丈夫) 정신은 바로 자아를 초월하고 새로운 경지로 승화하는 단계다. 초월은 외재적인 초월이 아니라 내재적 초월, 비아의 피안으로의 초월이 아니라 자아에 대한 초월이다. 이학자들도 ’천지지성(天地之性)‘과 ’기질지성(氣質之性)‘을 구별한다. 장재는 기질지성과 천지지성을 형이하와 형이상으로 구분했고 천지지성에 도달하는 자아초월을 제시한다. 정호는 ’진아‘와 ’자아‘는 분리될 수 없지만 감성적 자아를 초월해서 진아를 실현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4. 궁극으로 복귀함 (復歸于極)

 

 

자아초월형 형이상학적 사유는 도가와 불가철학에서도 존재한다. 도가의 노자(老子)는 일찍이 ‘무극으로 되돌아간다(復歸于無極)“는 명제를 제시하여 최초로 초월적 사유를 운용한다. ‘어린아이로 돌아가라(復歸于嬰兒)’, ‘소박으로 돌아가라(復歸于樸)’는 명제는 이러한 무극으로 돌아가는 방법이다. 즉 자연 소박의 성과 도덕 본체를 종합한 것으로 노자가 말하는 무극(無極)이란 자연계의 근본존재이자 보편적인 규율로 볼 수 있다. 한편 장자(莊子)는 인간의 마음에서 ‘이루어진 마음(成心)’을 이야기하며 옳음과 그름의 대립 중간에서 진정한 초월을 실현 할 수 없다는 점을 간파했다. 그는 ‘성심’이 있으면 ‘득도’할 수 없고 득도하지 못하면 진인(眞人)이 될 수 없으므로 ‘무심(無心)’의 마음에 주목했다. 다시 말해 대개 진인이 있음 다음이라야 참된 앎이 있고, 형체를 떠나지 않으면서도 형체를 초월하며, 자아를 떠나지 않으면서도 자아를 초월하는 형이상학적 사유의 근본적인 특징이 있다. 한편 ‘무’를 강조하고 노자 중심을 계승한 왕필은 자연으로 돌아가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인성을 실현하고, ‘진아’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유’를 강조한 장자 중심 곽상은 현상계의 존재를 중시하며, 자연의 만물 본래의 모습이라 주장했다.

 

 

5. 부처와 조사를 초월함 (超佛越祖)

 

 

중국 대표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은 심체(心體), 심종(心宗), 심용(心用)의 ‘일심법(一心法)’, ‘일심이문(一心二門)’의 학설을 제시한다. 일심법은 마음이 절대적인 우주 본체로서 세간과 출세간의 일체법,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있는 본체계를 포함한다는 내용이다. 한편 이문이란 형이상, 형이하의 두 차원으로 구분한 것이다. ‘심진여상(心眞如相)’은 진여 불성으로 절대적으로 평등하고 어떤 차별이 없는 것이다. ‘심생멸상(心生滅相)’은 생멸 변화의 구체적인 존재로 절대 개체의 생멸심(生滅心을) 떠나서 존재하지 않는다. 진여심은 마음의 본체(心體)이고 청정심(淸淨心)이다. 생멸심은 마음의 작용이고 염심이다.

천태종(天台宗)의 지의는 마음의 본체를 표현하며 ‘관심법(觀心法)’으로 제시했다. 이는 심체를 돌이켜 바라보고 내부를 관조하는 것으로써 심체는 보편적 존재이므로 유한의 개체를 초월하게 된다. 한편 화엄종은 성체설(性體設)에서 성리(性理)를 현상계를 초월한 절대 본체로 설명하며, 인연에 따라 일어나는 염정심(染淨心)을 자성이 없는 환상적이고 거짓된 현상으로 설명한다. 법장은 깨닫지 못함은 차안(此岸)이 되고 깨달음은 피안(彼岸)이 된다고 보았다. 여기서 차안과 피안의 구별은 이해함(了)과 이해하지 못함(不了)의 차이다. 그리고 선종에 이르러 이러한 부처와 조사를 초월함(超佛越祖)은 완성되는데 이른바 “마음을 알고 본성을 바라봄(識心見性)”으로 요약된다. “스스로 본심을 알고 스스로 본성을 보는 것”으로 “자신이 깨닫고 자신을 수양할 것(自悟自修)”을 강조한다. 자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자아를 초월하는 것이 선종에서 말하는 ‘자재인’ 또는 ‘해탈인(解脫人)’이다. 이것은 진정으로 ‘부처를 초월하고 조사를 넘어선’ 예다. 선종의 가르침에 따르면, 부처는 ‘서쪽 지방’에 있지 않고 자신의 마음 가운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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