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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바꾼 아홉 가지 단어 - 권력에서 문명까지 세계를 바꾼 인문학 키워드 ㅣ 세상을 밝히는 지식교양 2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 동녘 / 2010년 10월
평점 :
권력, 진보, 민족, 전통, 소비, 합리성, 오리엔탈리즘, 환경, 문명. 9가지 단어로 복잡하고 미묘한 세계의 변화가 설명될 수 있을까? 하지만 적어도 우리 삶을 둘러싼 여러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각 키워드별로 개론적인 설명과 실제 원문을 실어두어서 맛보기 수준의 상식을 습득하기에 유익했다. 하지만 진지한 고찰과 오래가는 지혜로 고스란히 기억하기 위해서는 책에서 추천한 책들을 탐독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단편적인 지식만으로 저자가 평생을 바쳐 노력한 학문의 참 뜻을 알려는 시도는 오만할 뿐이다. 전반적으로 7가지 대부분 ‘근대화’라는 사건 속에서 실타래가 엉켜있었다. 민주주의로 권력이 ‘이양’되고, 산업혁명과 더불어 ‘진보’가 일어나고, 고정불변할 것만 같았던 ‘민족’, ‘환경’, ‘문명’도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사회에서는 인간의 지위가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대로, 혹은 기득권이 요구하는 대로 수동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특히 ‘소비’ 부분에 관련된 르페브르와 보드리야르의 성찰에 관심이 갔다. 21세기를 아우르는 가장 뜨거운 단어는 결국 ‘돈’이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명품에 미치고, 남의 눈을 의식하는 공간 속에서 소비는 결코 필요한 물건을 사는 행위가 아니다. 소비는 타인이 욕망하는 것을 나의 욕망인양 착각하며 시작된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CF 속 연예인의 고급스러운 자태는 결국 모두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부러워하지 말고 지갑을 열어!” 과연 내가 물건을 사는 이유는 사용가치 때문일까? 아니면 과시하고 싶어서 혹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일까? 지금도 TV를 켜보니 가장의 죽음마저 가족의 행복으로 치환할 수 있다고 설득하는 것만 같은 보험 광고가 흘러나온다. 세계를 바꾼 9가지 키워드의 방향과 목적지를 깨달을 정도의 내공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세태 자체는 분명 위험하다고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필요한 것은 서로 다른 문화를 내 방식대로 이해하거나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문화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각기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대 상대에게 나를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진심으로 고민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란 지배권력에 의구심을 가지고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이다. 역사는 힘의 권위와 관습이 되어버린 윤리에 항거함으로써 창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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