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에게 딴짓을 권한다 - 미치도록 인생을 바꾸고 싶은
임승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25살이다.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부러운 나이,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한없이 부끄러운 나이로 청춘의 꼭짓점에 서 있다. 마스코트 호돌이를 벗 삼아 올림픽 때 태어나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경험한 세대다. 가장 역동적이고 활기찬 추억을 공유한 우리는 과연 2012년 어떤 모습일까? 무기력한 88만 원 세대, 눈은 높고 나약한 의지를 지닌 마마보이. 가장 찬란하게 빛나야 할 20대를 표현하는 단어들은 한없이 어둡고 안쓰럽다. 물론 사회 구조가 인간 개개인을 지배하고 규정하는 세상에서 높은 실업률 문제, 스펙 쌓기 열풍의 책임을 우리 온전히 ‘청춘’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정해진 길을 따라 ‘빠르게’ 달리기만 했던 우리도 이러한 성공 불감증에 자유로울 순 없다.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속도에만 목메는 질주는 너무나 불안하다. 빠르게 도착한 길이 나의 길이 아니라면? 남을 짓밟고 모두가 갈망하고 부러워하는 위치에 올라서도 내가 허무하고 불행하다면 이는 진정한 의미의 성공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청춘에게 딴짓을 권한다>는 사회 각층에서 타인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청춘들을 소개하는 행복 전도서다. 물론 행복의 정의나 기준, 도달하는 법이 아닌 자기 가슴 속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방법을 넌지시 알려주는 정도지만 말이다.

 

그래서 더욱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인터뷰, 내용은 가볍지만 깊이는 절대 가볍지 않은 짧은 글이 더욱 와 닿았다. 나는 사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고 따뜻한 문체 속에 담긴 저자의 위로에 놀라긴 했지만 공감하진 못했다. 김난도 교수 열풍까지는 이해할 수 없었고 그저 잘 포장된 자기 계발서정도라고 느꼈다. 왜냐하면, ‘지금 겪는 아픔은 누구나 당연히 경험한 일이며 기성세대가 이겨낸 것처럼 인내하고 노력한다면 해결될 문제’라는 식의 조언으로 저자의 메시지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인생 선배, 아니 삐딱하게 바라보면 고리타분한 꼰대의 따끔한 충고가 그저 잔소리로 들리는 반항적 시기라 그럴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 청춘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는 말하지 않았던가? 청춘은 절대 글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청춘’이 들어간 책은 당장 접고 도서관 밖 세계로 나가라고 말이다. 하지만 <청춘에게 딴짓을 권한다>는 ‘청춘’이 아닌 ‘딴짓’에 파란색으로 강조되어있으니 조금은 예외일까? 방황하고 흔들리는 청춘을 보내는 다양한 사람의 인터뷰는 내 인생의 좌표 위에 희망이란 한 줄기 윤활유로 작용했다. 공학박사 겸 가수 루시드 폴, 가출 정학소녀 겸 작가 김혜나, 유학준비생 겸 고대녀 김지윤 등 11명의 용기 있는 이들은 객관적인 ‘성공’과는 조금은 거리가 멀지만, 주관적인 ‘성공’에는 한 걸음 다가갔다. 안정적이고 이상적인 길에서 과감하게 ‘딴짓’을 하며 하지만 진짜 원하는 행복에 조금 더 가까이 갔기에 후회나 불만은 없어 보였다.

 

그들이 부러웠다. 가만히 눈을 감고 지금 내 삶을 돌이켜보았다. 나는 과감히 교문 밖을 뛰어나갈 용기도, 타인의 시선과 잣대에서 벗어날 자신도 없는 ‘기업 맞춤형 휴머노이드’일 뿐이었다. 항상 생존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공부했고 그렇기에 즐거움보다는 버거움의 몫이 컸다. 거울 앞에 선 나는 여행, 운동이란 일시적인 마취제를 주사하며 다시 쳇바퀴를 부지런히 굴리는 햄스터의 모습이었다. 책장을 덮고 20년 후 모습을 상상해보다가 갑자기 무서워졌다. 이렇게 ‘살아내기’보다 ‘살아지는’ 삶을 산다면 성공이란 봉우리 최정상에 올라도 희열이나 기쁨보다는 허무함에 사로잡혀 괴로워할 내가 선명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나는 책의 부제처럼 ‘미치도록 인생을 바꾸고’ 싶다. 그러려면 역설적으로 미치도록 매달리기보단 조금 힘을 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을 담보삼아 현재 눈앞에 다가온 행복을 애써 외면하지 말고 조금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내 인생의 좌표를 찾아가야겠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지 말고 내가 진정 바라는 일에 몰두하는 것도 잊지 않겠다. 그것이 여행이든 독서든, 아니면 진짜 말 그대로 뒹굴 거려도 한 박자 쉬면서 내 가슴속 소리에 귀를 기울어야겠다. 내가 좋아서 하는 취미마저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스펙의 일부분으로 써먹기 위해 머리 굴리지 말고 가슴이 이끄는 대로 말이다.

 

그렇지만 책 하나 읽고 25년간 몸에 각인된 여유로움에 대한 막연한 초조함, 뒤처짐에 대한 만성적인 불안감이 없어지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생각의 변화가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고 나아가 청춘, 그리고 삶을 움직인다면 당당하게 ‘내 인생의 바꾼 책 100권’ 리스트에 저자 임승수 씨의 책을 올려놓겠다. 어렵고 불편하겠지만 죽어라 달리지 말고 잠시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성공이란 하나의 막연한 목표에 사로잡혀 무의식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 변명하며 외면했던 ‘더불어’ 삶이란 가치에도 관심을 둬야겠다. 그런 점에서 다시 한 번 인상적이었던 인생의 조언, 누군가가 보기에는 한없이 미련하고 무기력하지만 내게는 충격적인 한마디를 옮겨 적어본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뭔가를 한다는 것은 항상 실패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 실패를 감수할 대 보통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요, 우리에게는 이보 전진이나 일보 후퇴는 좀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보 전진을 위한 반보 후퇴’라는 말을 씁니다. 어쨌든 반보씩은 전진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그래. 뭐라도 되겠지. 아니 실패하고 쓰러져도 안 굶어 죽으니까 쫀쫀하게 살지 말자. 청춘의 유일한 특권은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기회가 있고, 흔들리고 아파도 용서받을 수 있는 시기란 것이다. 조금 더 흔들리고 조금 더 아파하자. 지금의 불안함이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지만, 이것도 진정한 나의 행복으로 향하는 과정의 일부란 것을 명심하면서 말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인생의 멘토로서 ‘딴짓’을 권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면서 ‘딴짓’을 저질러 보겠다. 성공할 자신은 없지만, 분명히 재미는 있겠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뭔가를 한다는 것은 항상 실패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 실패를 감수할 대 보통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요, 우리에게는 이보 전진이나 일보 후퇴는 좀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보 전진을 위한 반보 후퇴’라는 말을 씁니다. 어쨌든 반보씩은 전진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