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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서은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30년간 진행된 행복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누가 왜 행복한가"에 대한 우리의 통상적인 생각은 틀린 부분이 많다. 이 강의는 최근의 과학적 연구가 밝히는 행복과 관련된 성격, 객관적 조건(돈, 결혼), 문화등의 요인을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행복을 다시 평가해본다.
연세대 인기 강의 <행복의 과학>의 강의 소개는 위와 같다. <행복의 기원> 책을 읽고 나니 위 강의도 꼭 들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심지어 익숙한 위당관에서 수업이라니!) 최근 '행복'은 강연, 도서, 자기계발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화두다. 하지만 이런 행복수업을 듣고 나면 언제나 알맹이가 빠진듯한 인상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마음을 긍정적으로 바꿔라, 남과 비교하지 마라, 행복은 성적순/경제력순이 아니다.' 모두가 행복해지고 싶은 건 사실이지만, 그 방법론이 너무나 천편일률적이라 의문이 갈 수밖에 없다. 각자 처한 상황이나 삶의 기준이 모두 다른데, 어쩜 그렇게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 쉬운걸까? 차라리 과학적으로 여러 요소를 살펴보면서 '행복'이란 모호한 개념을 '모든 것은 생존과 번식의 수단'이라는 시각으로 살펴보는 이 책이 제일 와닿았다.
행복 역시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진화의 산물에 불과한데, 즉 거창한 삶의 목표나 지향점이 아닌데 인간이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며 매달린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 인간이란 존재일 뿐이다. 대중에게 퍼져있는 '행복을 위해'란 대표 명제에 저자는 전적으로 반대하는 다양한 논거를 바탕으로 신선하게 이어간다. 마치 창의성의 존재 이유처럼 인간은 쾌감을 얻기 위해 생존에 필요한 행위를 하는 것이고, 먹고 자고 사랑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에 반기를 들고 다윈의 진화론을 슬쩍 끌어다가 행복감을 새롭게 살펴보는 저자는 개인적 경험보다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다. (본인이 행복을 연구한다고 더 행복해지지는 않았다고 고백하기도.)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of positive affect)’
저자의 지도교수 논문에 등장한 단어는 <행복의 기원>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아무리 큰 쾌락이라도 어느샌가 질리고 뻔해지기 마련이며, 이런 감정은 허무함과 무기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복권에 당첨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게 아니라 박스 안 초콜릿처럼 소소한 즐거움에 어느순간 물들어가는 게 더욱 행복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밖에도 유전적 요인, 그 중에서도 외향성이란 특징이 행복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진화론이란 새로운 안경을 쓰고 보면 인간의 행동이 조금 더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생존 장치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더라도 결국 행복 심리학의 화살표를 사람에게로 다시 돌아온다. 각자가 가진 가치와 이상을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야만 사람의 가장 단맛을 서로 느끼며 살 수 있는 것이다. 이 책만으로 행복해질 수는 없지만, 적어도 '행복'이 가진 지나치고 거창한 허울을 벗고 조금 더 마음 편히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은 큰 수확이다. 책 말미에 등장한 사진처럼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고 서로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것만큼 소소한 행복은 없다. 그러한 행복을 위해 오늘도 감사하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