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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시간 1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5월
평점 :
1990년대에는 추리/액션/ 스릴러물 작가들이 출판계를 휩쓸고 있었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로 유명한 과학스릴러 마이클 크라이튼을 필두로 <공포의 총합>, <복수> 등 군사스릴러의 톰 클랜시, <바이러스>, <돌연변이> 등 의학스릴러 거장 로빈 쿡, <링컨 라임> 시리즈로 유명한 범죄스릴러 제프리 디버, 그리고 <펠리칸 브리프>, <의뢰인> 등 법정스릴러의 대가 존 그라샴이 그들이다.
이 중 내가 제일 좋아했던 작가가 존 그리샴이었다.
주말마다 갔었던 종로서적에서 우연히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라는 제목에 이끌려 처음 그를 접했고, 그의 모든 작품을 섭렵한 후에 제프리 디버, 마이클 크라이튼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갔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어느 날, 정말 우연히 존 그리샴의 신작 출간을 접하고, 그의 왕성한 집필활동에 옛 팬으로서 다시 그를 영접? 했다.
소설의 주된 내용은 1989년 미국 남부의 미시시피 주를 배경으로 주인공 드루가 어머니의 남자친구이자 경찰관인 조시를 총으로 쏘아 죽인 것인데 문제는 조시가 가정 폭력과 알코올 중독으로 드루와 그의 가족에게 오랜 시간 폭력과 공포를 안겨준 인물이라는 점.
하지만 그는 지역 경찰로서 ‘법의 수호자’라는 겉모습을 지니고 있었고, 이로 인해 사건은 단순한 가정사 문제를 넘어 지역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정치적, 도덕적 논쟁으로 번진다.
드루는 살인을 저질렀지만, 그의 동기는 절박한 자기방어에 가까웠다. 바로 그 경계선 위에서 ‘자비’가 필요한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드루의 국선 변혼인 제이크 브루건스가 등장한다.
소설은 전반적으로 조용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되며, 복잡한 법적 절차와 법정 공방을 세밀하게 묘사해 나간다. 그러면서 ‘법은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 ‘정의란 무조건 법의 엄격한 적용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인간적인 사정과 자비를 포함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소설 전체에 걸쳐 반복해서 던져진다.
즉, <자비의 시간>은 단순한 법정 스릴러를 넘어 인간성과 정의, 그리고 자비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성찰하게 만드는 뛰어난 작품이다. 법이라는 제도적 틀 속에서 고통받는 개인, 그리고 그런 개인을 변호하는 변호인의 책임과 양심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해 나간다.
정말 잘 찌여진 각본드라마구나 싶겠지만 존 그리샘의 작품이다 라는 점에서 예전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는 생각이 살짝 묻어나는 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법정 스릴러’라는 장르의 경계를 넘어, 인간 드라마로서도 깊이 있는 문학적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한 그, 존 그리샴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