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서울 2023
이우 외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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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술적 울림은 기업과 자본이 주체가 아니라 예술가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하고, 소설가는 다른 예술계 사람들에 비해 연대가 약하다고 생각했기에 작가 다섯명이 모여 <문학서울>을 설립했다고 한다. 이 다섯 명의 젊은 작가들이 적어내려간 소설들은 하나같이 다 흥미로웠다. 공감이 가는 내용도 있고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렇게 다양한 작품을 접하는 동안 나도 다양한 세상을 접하는 기분이 들었다.

<차라리 몰랐더라면>
"아는 게 힘이다"와는 정반대로, "모르는 게 약이다" 라는 말이 있다. 차라리 몰랐더라면 싶은 것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을 이미 알게 된 이상,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주인공의 행동이 완벽히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바람 핀 남편의 행동을 똑같이 하게 되기까지의 상황을 이해한다고 해도 그 후 비밀을 간직한 채 다시남편과 안정을 찾는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달까.
그렇게 비밀을 간직한 채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 이런 기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첫사랑>
첫사랑에게 고백을 했지만 거절당한 주인공은 그녀를 잊기로 결심하고 그 후에도 여러번 마주치지만 더 이상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 후에 계속 마주쳤던 그녀를 한번 더 잡았더라면, 다시 다가오는 그녀에게 말 한마디만 걸어 줬더라면, 어쩌면 그의 첫사랑이 이루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물론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고, 추억으로 남는다고들 하지만 말이다.
이 소설을 읽고 첫사랑의 풋풋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동시에 사랑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실제로 소개팅을 여러번 받아봤지만 서로가 마음에 들기란 쉽지 않았다. 사랑이 무엇인지, 다들 어떻게 제 짝을 만나는 건지, 어떻게 해야 이루어지는 건지는 나도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여러번의 실패를 통해 내 자신을 알아가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사랑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수면 아래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여느 소설과는 달리, 씁쓸하고 서글픈 엔딩이었다.
대학교 시절 수겸을 좋아했던 은정, 그런 은정을 좋아했던 민호. 그렇게 그냥 서로의 소식을 몰랐더라면 어린시절 아련한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었을텐데. 10년이 지나 우연히 민호를 만난 수겸은 3년 전에 있었던 은정의 사고 소식을 갑작스럽게 접하게 된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어떤 사람은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살아가는 반면 한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모든 것이 항상 희망적이지만은 않다는 걸, 무기력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때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소설이었다.
하긴 모든게 내 뜻대로는 되지 않는 것 같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까.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무기력하고 힘든 시기를 보낼 때는 신처럼 의지할 존재가 필요하기도 하고 말이다.

<미로>
수록된 다섯 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았던 소설이었다.
미로는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택배기사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주문하는 물, 휴지, 쌀 등의 생필품부터 갖가지 잡다한 물건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들의 손을 거친다. 뉴스 기사에서나 접했던 택배기사의 삶을 소설 속 주인공의 시점으로 접하니 남일 같지가 않았다.
택배 배송이 늦는다고 기사에게 항의를 하고, 물건이 조금이라도 온전치 않으면 성을 내는 사람들. 자신의 택배가 집 앞까지 배송되는 과정을 보지 못했기에 쉽게 생각하고 말을 뱉는게 아닐까.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처럼 조금만 더 서로를 생각하고 배려한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아홉수>
아동성매매 피해자인 민희는 스물아홉번째 생일날, 죽기로 결심한다. 소설을 통해 피해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현실적인 시선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가해자를 넘어 피해자에게까지 쏠리는 시선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특히 온라인 세상에서 익명인 우리들의 아무렇지 않은 한마디가 피해자들에게는 더 위협적인 칼날이 될지도 모르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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