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지키기 위해 꿈을 꾼다
시라쿠라 유미 지음, 신카이 마코토 그림, 김수현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관객이 기대하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채워줘야 한다'

 유명한 시나리오 작법서의 저자인 로버트 맥기의 말이다.

 이 문구를 인용한 이유는 읽고 나서 약간의 당혹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내용은 나오질 않고, 부수적일거라 예상했던 내용이 메인플롯을 채우면서 나의 예상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라는 것일 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표지와 컨셉을 접하면서 기대하게 될 내용은, 5 분의 시간동안 7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라는 판타스틱한 사건의 내막은 무엇일까? 혹은 함께 공유할 시간을 잃어버린 이 안타깝고 어린 연인이 어떤식으로 사랑을 회복할까? 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런 내용을 기대했었고.. 책표지에서부터 아련한 사랑의 냄새가 풀풀 풍겨난다.

 안타깝게도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가슴 아픈 로맨스를 기대한다면.. 환상적인 마법의 시간속을 여행하고 싶다면.. 이 책은 그리 추천할 책이 되지 못한다.

 <널 지키기 위해 꿈을 꾼다>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왜 5분의 시간동안 7년의 시간이 흘렀는지..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그냥 그런 사건이 발생했다에 불과하다. 또한 시간의 뒤틀림속에서 안타까운 재회를 하는 스나오와 사쿠가 사랑을 통해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성장에 대한 고찰일 것이다. 우리는 성장을 위해 무엇을 희생하는지..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괴로운 것인지.. 이 극적인 상황속에서 사쿠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말하려고 한다.

 본문 중에서 결국 성장은 혼자서 감내하고 이겨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있다.  이러니컬하게도 오히려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성장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사쿠가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 스나오의 희생을 직시하고 감사하며 동생과의 갈등앞에 당당하게 나서면서, 어른이 되기 위해 자신의 고집을 꺾고 교장선생님을 찾아갈때, 내가 느낀 건 한 개인은 정말 많은 관계속에서 성숙함을 찾아가는구나.. 라는 것이었다.  물론 저자가 말한 혼자서 해내야 할 성장의 기제는 정신적, 심리적인 방식을 말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독자로서 책에 대한 기대를 잘못한 것일까? 아니면 판타지적인 로맨스를 기대하게 한 저자가 실수를 한 것일까? 확실한 건 알 수 없다. 하지만 로맨스나 마법적이고 절묘한 사건을 보고자 한다면, 분명히 실망의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성장에 대한 한 아이의 모험담으로 바라본다면 누군가에겐 의미있는 책으로 남지 않을까?

 

 역자 후기에 보니 원래 아동도서로 출판된 책이었다가 성인독자에게까지 반향이 퍼지면서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은 무척이나 쉽고 가볍게 읽혔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별의 목소리> <초속 5Cm> 등으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의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책의 표지로 쓰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였기에 탁월한 선택이라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

 또한 신카이가 언제나 반복해왔던 특유의 주제들... 이별하는 연인들의 아픔을  슬퍼하면서도 긍정함으로써 사랑과 삶에 대한 초월적인 시선들을 보여주었던 성향을 생각해본다면, 신카이가 꽤 좋아할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자신이 어린 시절 생각했던 어른이 아니라면, 혹은 내게 사춘기로 방황하는 어린 조카가 있다면 한번쯤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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