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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모자 ㅣ 철학하는 아이 9
앤드루 조이너 지음, 서남희 옮김, 김지은 해설 / 이마주 / 2018년 1월
평점 :
분홍모자를 쓴 아이가 푯말을 들고 어딘가로 걸어가요.
흑백 속 분홍색이 왠지 따뜻하게 느껴지고, 예쁜 그림책일 것 같지만
이 책은 2017년 1월 21일에 있었던 '세계여성공동행진'의 뜻을 기억하며 만들어졌어요.

분홍모자의 탄생과 모험, 그리고 도전에 대한 이야기!
여성 인권의 발전사를 보여주는 듯한 이 짧은 그림책으로 여성의 권리는 물론,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함께'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요.


한가로워 보이는 어느 공간...
아주머니가 분홍 실로 뜨개질을 해 분홍 모자를 만들었어요.
포근한 분홍 모자는 누군가에게는 신나는 분홍 모자가 되고, 따스한 모자가 되고...
마지막으로 모자를 주은 여자 아이는 다양하게 모자를 활용하네요.
머리에 쓰는 모자가 아니라, 글러브도 되었다가 베개도 되었다가, 가방도 되고요.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분홍모자를 쓰고 있어요.

돌고 돌아 한 여자아이에게 닿은 분홍 모자의 쓰임은 끝이 없었어요.
다른 분홍 모자들과 어우러져 '우리의 권리는 평등하다!' 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요.
표면적으로는 여성의 권리이지만, 모든 인간의 자유와 평화, 행복과 같은 단어로 대체해 읽을 수도 있어요.
그만큼 분홍모자에는 남녀의 경계선을 넘어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차별들을 없애고자 하는 생각이 담겨 있답니다.
철학적인 메세지를 짧은 글과 그림으로 이해할 수 있게 담았어요.
그래도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는 많은 설명이 필요했지만, 그림들 덕분에 좀 더 쉽게 이야기나눌 수 있었네요.
"여자를 위한 책이야?"
"아니야,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이야!"
아들의 물음에 대답해줬어요.
책에도 그려져 있듯이 분홍모자 행진 속에는 여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인종, 민족, 성별, 나이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같은 생각을 갖고 분홍물결을 만들어내는걸요.

나의 부모님 세대에는 남녀차별이 컸어요.
가끔 어린 시절 얘기를 하시며 속상했던 일들을 말씀하시면서도
정작 부모님 또한 딸인 저와 아들인 동생을 남녀로 구별해 차별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지금은 후회도 하시고, 많이 미안하다 하시는데...
여자라서, 여자이기 때문에, 넌 딸이니까.. 라는 말을 참 많이 듣고 자란 저는
맺힌 게 많았는지 어느 날 문득 꺼낸 그 미안하다는 말에 어찌나 눈물을 쏟았는지 몰라요.
어른이 되어 저도 이제는 딸을 가진 엄마가 되었어요.
내 딸에게는 '여자' 라는 수식어로 마음이 아픈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에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 큰 미래를 만들어간 아이들에게 꼭 알려주고픈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여자라서 지켜야 할 내 권리가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데 '여자'라는 이유로 우리 딸이 포기해야만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우리 아들에게도, 바른 가치관을 가진 어른으로 자라서
여자는 물론, 모두를 평등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진 멋진 어른이 되기를 바랍니다.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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