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키워야 크게 자란다 - 아이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발도르프 생활교육
김영숙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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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할 때는 참 많이도 듣고 배웠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꺼내 깊이 들여다보는 발도르프 교육이네요.

대부분의 엄마들이 '발도르프'하면 자연주의를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아무것도 안한다고...;;

뭐.. 많은 자료들로 가득한 다양한 통합교육들에 비하면

발도르프는 특출나게 딱 멋드러져 보이는 게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알고보면 아이들의 기질을 천천히 살펴주고, 존중해주는 교육이 아닐까 싶어요.

특별한 사교육 없이 두 아이를 모두 아이비리그로 보낸 엄마이자, 교육전문가인 저자가

발도르프 교육의 가치관에서 교육적 영감을 받아 키워온 자녀교육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에요.


발도르프 교육의 구체적인 커리큘럼들을 생활 속에서 저자만의 방식으로 실천해나간 이야기를

다양한 키워드로 나누어 풀어냈어요.

저는 느린 육아를 지향하는 편이에요.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알아가야 할 정보도 빠르게 변해간다지만..

굳이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그런 세계를 일찍 맛보게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라

선행학습이나 무언가를 아이에게 먼저 제시하는 엄마는 아닌 듯 해요.

이 또한 당장의 급박한 상황이 온다면 달라지겠지만...

아직은 이 가치관을 잡고 싶네요.

근데 막상 다른 사람들 눈에는 또래보다 좀 더 빠른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제가 무언가를 시키고, 사교육 하는 줄 알지도 모르겠어요.

실제로 아이들 원에 상담갈 때마다 들었던 이야기가 아이들이 잘하는 부분들은

학원이나 다른 사교육을 통해 일찍 시작한 줄 알았다 하시더라고요.

다행히도 아이들이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편이라

제가 뭘 하자고 하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먼저 손을 내밀어요.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꽃을 피울 때가 있듯이

어떤 아이는 좀 더 일찍, 어떤 아이는 조금 늦게 활짝 피는 날이 있지 않을까요?


그 누구보다도 아이를 있는 그대로 믿어줘야 할 사람은 바로 부모에요.

부모의 마음은 아이에게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지만,

그 전제는 엄마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아이가 주체가 되어야겠지요.



곳곳에 좋은 글귀들이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해요.

그 중에서 뜨끔했던 글귀 하나..;;

요즘 저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네요..


 

​엄마표로 할 수 있는 발도르프식 생활놀이와

발도르프 교육 현장에서 들려주는 생생한 발도르프 이야기도

또다른 사례들이라 흥미로워요.


​가장 중점적으로 읽고 와닿았던... 기질을 존중하는 교육이에요.

유전적인 요인이나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콕 집어서 설명하기 어려운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 기질!!

발도르프 교육의 창시자인 루돌프 슈타이너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교육의 바탕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네 가지의 기질로 구분했는데 내 아이의 기질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다면

좀 더 내 아이만의 장점과 빛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그렇다면 같은 모습에서도 엄마의 생각과 말이 달라질테지요.

두 아이 모두 순둥이로 컸지만, 첫째와 둘째의 순함은 또 다르더라고요.

첫 육아를 경험해봤으나 두번째 육아가 더 힘든 부분이 많은..

우리 부부와 큰 아이 모두 긍정적인 성향이 큰 반면... 둘째는 덜해요.

그래서인지 가끔 왜 이 아이는 이렇게 받아들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걱정 아닌 걱정도 하지요.

첫째와는 성별도 다르고 여자 아이만의 예민함(?)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좀 더 자세하게 기질적인 면으로 들어가 바라보니 아이의 행동들이 조금씩 이해되고,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었어요.


처음에는 '우울'이라는 단어에 먼저 집중되서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너무 속상했었는데

좋은 기질 따로 없고, 나쁜 기질 따로 없다는 저자의 말....

아이의 기질 중 나를 힘들게 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 자체도 외면하지 않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해요.

현명한 부모는 아이가 지닌 기질 가운데에서 장점은 이끌어 주고,

부족한 점은 보완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부모이니

더 큰 그림을 내다볼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는 부모의 눈..

당장의 이상을 잡을 수는 없지만, 현실 속 자각을 통해

그 이상으로 가는 길을 찾게 되지 않을까요?

아이와 부모가 만들어가는 ​감사일기에요.

큰 아이가 한글을 뗀 후, 편지를 자주 써주는데 전 아이가 써준 편지를

아이 눈에도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곤 해요.

어느 날, 주방 한켠에 붙은 편지를 보고서 왜 붙여놨냐고 묻는 아이에게

사랑이 가득 느껴지는 편지라 매일 보고 싶고 읽고 싶어서 잘보이게 붙여놨다고 하니

씨익~ 웃던 아이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요.

잠들기 전 아이들과 함께 오늘 하루 일들을 얘기해보며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들어보는데 그 시간이 우리에게는 감사일기를 대신하고 있네요.

엄마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아이들과 교환일기 같은 우리만의 노트를 꼭 해보고 싶은 일인데

그 날이 오면 글 속에도 엄마의 마음을 가득 담아 전해주고 싶어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발도르프교육이 아니라,

저자가 두 아이들을 키우며 일궈낸 일상경험이 녹아있는 발도르프 이야기라서

더 이해하기도 쉽고 어렵지 않게 읽어내려간 책이었어요.

곳곳에 좋은 글귀들이 마음 한켠에 울려퍼지기도 하고, 저 또한 저자처럼

아이들을 천천히.. 자유롭게..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커져가네요.

앞일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에 이 신념이 흔들리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아이를 흔드는 부모가 되고 싶지는 않기에...

또 한 권의 육아서에서 하나 배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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