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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름 삐리 - 줄 타는 아이 ㅣ 보리 어린이 그림책 6
신지은 지음, 정지윤 그림 / 보리 / 2019년 2월
평점 :
어름 삐리를 아시나요?
[줄 타는 아이 어름 삐리]는 단편동화 [어름 삐리]를 그림책으로 각색한 이야기에요.
처음에는 전통적인 색감과 그림에 우리의 문화를 알 수 있는 그림책인가 싶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첫 느낌과 많이 달랐어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어름 삐리의 삶 뿐만 아니라,
그들을 통해 따뜻하면서도 슬픔이 오가는 정서를 함께 느끼며 공감하는 시간이었네요.
요란하고 흥겨운 소리가 가득한 남사당패 놀이판이 벌어졌어요.
춤이 절로 나오는 풍물 소리에 맞춰 광대들이 갖가지 재주를 부리고, 마을 사람들 모두 신이 났지만,
어름 판에서 줄을 타야 하는 어름 삐리는 몸이 많이 아파 다른 사람들처럼 흥겹지 않아요.
아파도 알아주는 이 없고, 가여운 어름 삐리는 줄을 타게 되었어요.
그걸 지켜보는 덜미 인형들도 자신들과 같은 처지의 어름 삐리가 가여울 뿐이에요.
출렁출렁 흔들리는 줄 위에서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줄을 타는 어름 삐리가 위태로워 보이더니
결국 줄에서 떨어진 어름 삐리...!
엄마아빠도 없이.. 아파도 줄을 탈 수 밖에 없는 어름 삐리의 애달픈 이야기에 마음이 먹먹했어요.
아이들이 어름 삐리를 안고 하늘을 날아가는 인형들을 보며 잘 되었다며
이제 억지로 줄을 타지 않고, 엄마아빠가 있는 곳에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대요.
남사당놀이는 당시 힘겹게 살아가던 서민들에게 큰 즐거움과 위로를 안겨 준 우리 전통 놀이였어요.
그러나 정작 남사당놀이를 하던 사람들은 천민 출신이라 그렇다 할 대접을 받지 못했고,
특히나 가장 낮은 위치에 있던 '삐리'들은 이야기 속 아이처럼 가난해서 팔려온 아이도 있었다고 해요.
그동안 알고 있었던 흥겨운 놀이 마당 느낌과 달리, 잘 몰랐던 삐리의 슬프고 아름다운 삶을 볼 수 있어 책이었어요.
엄격한 가르침 속에서 재주를 익히며 떠도는 삶을 살았던 그들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