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꿀잠 선물 가게, 기적을 팝니다 ㅣ 꿀잠 선물 가게
박초은 지음, 모차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5월
평점 :
#서평 #협찬
환상의 유니콘 같던 '꿀잠'을 선물 받았습니다
꿀잠을 구매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내가 기억하는 날 중에 정말 '잘 잤다'라고 느꼈던 날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잠을 잔다"라고 하면, 잠들고 싶은데 들지 못해 새벽 내내 울던 과거의 내가 떠오른다. 이런 나에게 '꿀잠'이란 환상의 유니콘 같은 단어이다.
그런데 이런 꿀잠을 선물하는 가게가 있다는 글을 인스타에서 보았다. 실제로 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갔을 테지만, 책에 관한 내용이었다. 책에서나마 꿀잠을 얻고 싶어 신청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무척 기쁘다.
첫 시작은 매력적이고 멋있는 부엉이 '자자'가 마당을 쓸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가게 내부가 묘사되는데, 이 공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달빛 시장에서 사 온 부드러운 양탄자 옆으로 벽난로가 타닥이는 소리를 낸다. 그 옆에는 오슬로 전용 안락의자와 손님을 위한 소파가 놓여 있어 편안한 느낌을 더한다." (11쪽)
'달빛 시장'이라니, 듣기만 해도 은빛 물결이 파도치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이다. 도입부터 보여주는 이 가게는 현실에 없는 게 안타까울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상상 속에서 나는 이미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 있었다. 우드 브라운 톤의 목재로 된 가게 안, 한쪽 벽면에서는 벽난로가 따스하게 타오르고 있을 것이다. 주인 '오슬로'는 오픈형 주방에서 사과파이나 브라우니를 굽다가 내게 다정히 인사를 건네고 푹신한 의자에 앉으면 '자자'가 꿀차를 타 앞발로 조심스럽게 건네줄 것만 같은, 그런 풍경이 눈앞에 생생히 그려졌다.
가게의 포근한 분위기만큼이나,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의 이야기도 따뜻하다. 책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지는데 한 명 한 명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는 재미가 있었다. 모든 에피소드가 인상 깊었지만 그중에서도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희수'의 이야기는 유독 깊은 공감과 함께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었다.
동료들이 현실을 위해 꿈을 포기할 때도 희수는 꿋꿋이 배우의 길을 지켜온 인물이다. 하지만 서른이 된 희수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날카롭기만 하다. 사람들은 100세 시대라며 서른은 젊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그 나이가 되면 괄목할 만한 성과나 안정된 가정을 기대하곤 한다. 배우로서 성공하지도 벌이가 일정치도 않은 희수는 바로 그 이중적인 잣대 한가운데 놓여 있다. 어른들은 결혼과 돈 얘기를 묻고 친구들마저 '우리 나이 또래쯤 되어 보이는데 아르바이트나 하는 걸 보니 알만하다'라며 그녀에 관한 생각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이런 희수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드는 것은 아르바이트로 했던 사진 일에 재능을 발견하고 자신도 재미를 느꼈다는 사실이다. 오랜 꿈을 향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 오디션과 새롭게 발견한 재능 사이에서 그녀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가게 주인 '오슬로'는 섣불리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그저 희수의 선택을 응원하며 '용기를 주는 잠옷'을 건넬 뿐이다.
희수의 모습에 나 자신이 겹쳐 보였다. 남들보다 늦게 공부를 시작한 탓에 사회가 말하는 '서른의 삶'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조바심을 느끼곤 했다. 번듯한 직장이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실패자처럼 여긴 적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나의 길을 멈출 생각도 남이 만든 틀에 스스로를 끼워 맞출 생각도 없다. 희수가 어떤 선택을 내렸을지는 모르지만,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차라리 모든 길을 다 겪어보고 후회했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마음이 들었다.
작품에서는 희수 외에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잠들고 싶지 않은 아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수 없는 사람 등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희수의 고민에 깊이 공감했지만 다른 인물들의 사연을 통해 내가 잊고 있던 또 다른 감정들을 마주하기도 했다. 이처럼 책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잠 못 드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비춰내고 있다.
만약 여러 걱정과 고민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면, 이 책이 마법 같은 위로와 다정한 응원을 선물해 줄 것이라 확신한다. 정답을 알려주진 않지만,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다고, 당신의 밤을 지켜주겠다고 속삭여주는 다정한 책이다. 이 책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내 마음에게 포근한 ‘꿀잠’을 선물할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