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모든 신화는 이 세상과 더불어 존재하는 다른 어떤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의미에서 그 세상은 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더욱 강력한 실재, 신들의 세계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실재에 대한 믿음은 신화의 근본적인 주제이다. - P10
신화는 소설이나 오페라, 무용극처럼 꾸며낸 이야기다. 파편적이고 비극적인 우리의 세계를 변형시켜보는 놀이다. 신화는 "만약 이렇다면?" 하고 물음으로써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어렴풋이 보여주었다. 그 물음은 철학과 과학 그리고 기술 분야의 가장 중요한 발견 중 대다수를 가능케 했다. - P15
키워드는 역시 ‘독자‘예요. 독자가 좋아할 요소가 있는지 봅니다. 타인이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글에 담겨 있는지 봐야죠. 그런 글을 쓴 작가는 출간 이후에도 독자와 잘소통하는 편이에요. ‘나’만의 글이 아니라 ‘독자‘와 함께 가는 글이라야 해요. - P27
이해의 극단까지 가면 무엇이 나올까
나는 혐오와 매도 그리고 몰이해와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끊임없이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지만, 이해하기 싫어서 이해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어떤 잘못의 대가를 치른다면, 그것은 이해하지 않은 일의 대가가 될 것이다. 이해하지 않은 일, 손쉽게 증오한 일, 속 편하게 이해를 포기하고 혐오를 택한 일에 대한 결과는 그리 우습거나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와 삶을 적당한 선에서 흔들어놓는 수준은 아닐 것이다. - P151
당장 급박한 투쟁을 하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야 상대를 악의 축으로 몰아넣고 그에 대한 어떠한 이해의 여지도 남겨두지 않는 일이 필요할 수 있다. 어쨌든 선악의 대결구도만큼 자극적이고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게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그런 입장이 아니라면, 맥락 없는 괴물 따위는 없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나는 아마도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한 말은, 당장의 선악을 구분하는 말보다는 전체의 맥락이나 거시적인 구조에 대한 생각을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는 말일 거라고 생각한다. - P284
나는 끊임없이 판단을 유보할 것이다. 누군가가 적군 혹은 악마라는 확신은 가능하면 미룰 것이다. 그리고 내 안의 여유가 허락하는 한 많은 이들을 이해하고자 할 것이다. 그들이 놓인 맥락과 입장을 헤아려보고자 할 것이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누군가를 이해하거나 상처 주는 일 정도라면 이해하는 쪽을 더 택하고 싶다. 그냥 그것이 내가 바라는 것이다. 이 전쟁 같은 세상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 P276
브랜딩의 효과는 단기적으로 나올 수가 없다. 시간과 노력이 투자돼야 한다. 브랜드를 지탱하게 만드는 기업의 정신과 운영 철학은 브랜딩의 시작점을 알리는 핵심 근거다. 마케팅 전략/전술은 단기 성과를 위해 끊임없이 유연하게 움직이더라도, 그러한 활동들이 어떠한 본질과 근본 철학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존재 이유와 철학을 망각하면, 브랜드는 사라지고 상표만 남는다. - P235
이전에 블로그에 노키즈존을 경험한 일을 적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노키즈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게 주인의 자유인가? 그렇다면 가게 주인이 노인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 역시 자유인가? 동남아 사람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흑인은?저자의 경험을 빌려와 이야기해보자. 우리는 일상에서 무언가 선택을 잘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흔히들 ‘결정장애‘라는 말을 사용한다. 결정장애라는 말은 차별일까?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 교수인 저자는 실제로 이 말을 혐오표현에 관한 토론회에서 사용했다. 토론회가 끝나고 한 참석자가 다가와 물었다. ‘왜 결정장애라는 말을 쓰셨죠?‘ 이 책은 그 한 마디로부터 시작되었다. 저자는 그 자리에서 사과하기는 했으나 한편으로는 ‘왜 문제인가‘라고 생각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차별에 관해 연구하게 된다.저자는 사람들이 차별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우리는 본인이 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동성애가 싫다‘라고 말하는 것은 단지 취향일뿐, 성소수자를 혐오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예멘 난민은 반대하지만 인종주의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차별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차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우리에게 주어진 특권이 너무도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고 당연한 경험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이 책이 필요하다. 저자는 ˝내가 차별하지 않을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다˝라고 분명히 이야기한다. 내가 가진 특권과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발견하고 발견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사소한 것도 좋다. 일상에서 ‘병신‘, ‘결정장애‘ 등 차별을 내포하는 말 사용하지 않기, 차별이 포함된 농담에 웃지 않기 정도로 시작하면 어떨까.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조심하는 것, 차별을 저지하지는 못해도 웃지 않음으로써 표현하는 것,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소수자를 지칭하는 언어에 대해 곱씹어보기, 역차별을 운운하기 전에 지금 이 운동장이 기울어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더 생각하기로 나아갈 수 있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수자가 직접 내는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차별이라고 생각지 않은 것들이 어떻게 차별인가는 당사자가 가장 잘 안다.저자는 차별금지법을 하나의 해답으로 제시했지만, 결국 사회가 변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변해야 한다. 우리 모두 작은 실천을 해나간다면 김초엽의 소설 ˝마을에서 우리는 서로를 결코 배제하지 않았다˝라는 말이 현실이 되는 것은 그리 멀지 않은 일일 것이다. 마을은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다. 배우자. 알아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