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 밀레니얼 세대는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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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의 극단까지 가면 무엇이 나올까

나는 혐오와 매도 그리고 몰이해와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끊임없이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지만, 이해하기 싫어서 이해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어떤 잘못의 대가를 치른다면, 그것은 이해하지 않은 일의 대가가 될 것이다. 이해하지 않은 일, 손쉽게 증오한 일, 속 편하게 이해를 포기하고 혐오를 택한 일에 대한 결과는 그리 우습거나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와 삶을 적당한 선에서 흔들어놓는 수준은 아닐 것이다. - P151

당장 급박한 투쟁을 하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야 상대를 악의 축으로 몰아넣고 그에 대한 어떠한 이해의 여지도 남겨두지 않는 일이 필요할 수 있다. 어쨌든 선악의 대결구도만큼 자극적이고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게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그런 입장이 아니라면, 맥락 없는 괴물 따위는 없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나는 아마도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한 말은, 당장의 선악을 구분하는 말보다는 전체의 맥락이나 거시적인 구조에 대한 생각을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는 말일 거라고 생각한다. - P284

나는 끊임없이 판단을 유보할 것이다. 누군가가 적군 혹은 악마라는 확신은 가능하면 미룰 것이다. 그리고 내 안의 여유가 허락하는 한 많은 이들을 이해하고자 할 것이다. 그들이 놓인 맥락과 입장을 헤아려보고자 할 것이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누군가를 이해하거나 상처 주는 일 정도라면 이해하는 쪽을 더 택하고 싶다. 그냥 그것이 내가 바라는 것이다. 이 전쟁 같은 세상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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