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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 - 괄호 안의 불의와 싸우는 법
위근우 지음 / 시대의창 / 2019년 5월
평점 :
유용하고 유익했다. 내게는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에 필적할 만한 책이라고 해야 할까. 내 주변 사람을 설득할 때 이 이야기를 꺼내 보면 괜찮겠다, 무턱대고 들어오는 공격에 이렇게 반박하면 되겠구나, 하고 감을 익힐 수 있어 좋았다.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통렬하게 비판하고 시원하게 비꼰다.
그렇지만 이게 최선일까 하는 물음이 남았다. 좋은 책임에는 분명하다. 정말 오랜만에 웃으면서 읽었고, 크게 배운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좋았다. 위근우 작가는 공고한 남성연대에 균열을 내는 역할을 계속해서 해나가고 있다. 이런 사람이 있기에 뒤의 사람들은 배울 수 있다. 그럼에도 이게 최선일까 하는 문제의식, 페미니즘에 우호적인 남성 발화자가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최선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 이건 뭐 끝까지 파 봐야 알겠지.
정치적 선언을 한다는 것은 앞으로의 실천에 대한 스스로의 다짐으로서만 의미를 가질 뿐, 그 자체로 어떤 자격이나 정체성을 부여해주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실천이다. 남성 페미니스트란 자신이 속한 남성 중심적 사회에 스민 여성혐오적 관점과 편견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반성하며, 자신에 대한 여성들의 의구심 가득한 시선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언제든 의도와 상관없이 성 불평등 구조 안에서 자신이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잊지 않는 그 모든 실천으로서만 존재한다.
물론 논쟁에서 모르는 걸 솔직하게 물어보는 태도 그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질문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해보자. 내가 이걸 모르고 있는 건, 혹시 모르고 살아도 아무 문제없던 나의 특권적 위치 때문은 아니었을까. 상대방의 의견과 주장을 제대로 이해할 준비(공부)를 하고 다시 의문을 정리하는 것이 먼저는 아닐까.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말뿐인 정중함보다 중요한 공론장에서의 진정한 예의일 것이다.
강자가 안전한 곳에서 낄낄댈 자유를 위해 약자들의 실존적 자유가 억압된다면, 무엇을 억제해야 할지는 꽤 명확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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