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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ㅣ 팍스 1
사라 페니패커 지음, 존 클라센 그림, 김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평점 :
뉴욕타임스 48주 베스트셀러, 아마존 베스트 셀러 , 칼데콧3회 수상에 빛나는 존 클라센과 보스턴 글로브 혼, 골든 카이트가 선택한 동화작가 사라 페니패커의 만남!
2016 최고의 어린이 책
내가 읽은 2017년의 최고의 책
지금도 세계 곳곳에 분쟁과 폭력과 테러가 끊이지 않는 불안전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안다.
메마른 감성에 불을 지피고 평화스럽고 마음을 울리게 하는 팍스 책은 내가 읽은 최고의 책이다. 어른들의 감성과 어린이들의 감성을 자극할 책 팍스에 쏟아진 찬사들 ~우아한 언어들, 갈등, 충성심, 사랑에 대한 감성을 일깨운다.
소년과 여우의 시점으로 번갈아 서술되면서 아름다운 성장을 그리는 소설이다.
엄마를 교통사고로 잃은 열두 살 소년 피터 그리고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게 어미를 잃고 버려진 아기 여우 팍스를 5년간 키워낸 피터는 팍스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다. 평화롭던 지난 5년을 뒤로한체 피터와 팍스가 살고 있는 곳은 전쟁으로 사람들이 떠나게 된다.
피터의 아버지는 전쟁에 참전하기위해 팍스를 공장 근처 야생 숲에 풀어주고, 피터를 500킬로미터나 떨어진 할아버지 집에 맡겼다. 피터는 팍스를 찾기위해 떠나는데....팍스는 피터를 기다리면서 까칠한 암컷여우 브리스틀과 동생 런트를 만나면서 야생생활에 적응해 가면서 인간의 냄새가 사라져만 간다.
하지만 숲을 헤매다 다리가 부러지게 되는 사고를 당하고 숲속의 은둔한 볼라 아주머니 집에서 다친 곳이 낫기를 기다리게 된다.
볼라 아줌마 또한 전쟁의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의 삶을 살고 숲속에서 사람들과 단절하며 살아가는데 피터를 통해 볼라아줌마는 용기가 생겼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아줌아가 잘하는 것을 일주일에 2번씩 수업을 진행하기로 한다. 그리고 세상과 단절하고 살아가던 볼라에게도 피터가 떠날 때
" 현관문은 열어둘게 " 라고 말한다.
피터는 다리가 부러졌지만 팍스를 찾아 숲으로 간다.
전쟁으로 여우 런트가 다리 한짝을 잃어버리고 인간의 손에 길들어져서 먹이 사냥을 못하지만 브리스틀을 통해 먹이 사냥을 배우며 팍스 또한 런트와 브리스틀에게 도움을 준다.
전쟁은 모든것을 빼았아간다.
전쟁의 참혹함을 뒤로한체 피터는 어디에서 용기가 난 것일까?
뗄레야 뗄 수 없는 사랑이겠지....
전쟁은 인간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동물들의 삶과 인간의 삶까지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지게 만드는 ......
무한한 신뢰와 사랑이 있기에 이들은 서로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 글들은 감동적이고 시적인 표현들이 많다.
피터와 팍스가 만나고 팍스를 떠나보내면서 난 눈물이 났다. 마치 나의 감성이 살아 꿈틀대는 것만 같이......
<본문중>
약 500 킬로 미터, 지름길로 간다면 150킬로미터 정도는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주일이나 잘하면 그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팍스는 길 한쪽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이 팍스를 떠났던 바로 그 자리에서 ....... 분명 배가 고프겠지, 아마도 겁을 집어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을 거다. 피터는 팍스를 비으로 데리고 갈 거다. 집에 같이 있을거다. 절대 떨어지지 않을 거다. 그게 올바른 행동이었다.
피터와 팍스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p29~30)
배도 고프고 추웠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몸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팍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피터를 찾아 한참을 울부짖던 팍스는 마침내 떠올렸다. 소년이 가버렸다는 것을 .....(p33)
“전쟁 때문이에요. 우리 마을 쪽으로 전쟁이 번져오고 있어요. 강까지 번져가겠죠. 아빠는 군대에 가야 했어요. 엄마는 돌아가셨고요. 그러니까 우리만 남은 거예요........ 저한테 여우가 있었어요. 아니, 여우가 있어요. 우리는 그 여우를 풀어줬어요. 길옆에 놓아줬어요. 아빠가 그래야 한다고 했거든요. 하지만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요.”
여우를 놓아주고 차를 타고 떠난 이후로, 피터는 아빠한테 하지 못했지만 했어야 하는 말 때문에 괴로웠었다. 무슨 영문인지 그 말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그 여우를 아기 때부터 제가 키웠어요. 여우는 저를 믿었어요. 그 애는 바깥세상에서 사는 법을 모를 거예요. 녀석이 ‘그냥 여우’라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아빠가 ‘그냥 여우’라고 말했거든요. ‘그냥 여우’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냥 개’라든가 다른 뭔가와 마찬가지라는 말은 아니에요.”
“그래, 그래. 아주 화나는 일이었겠구나. 그래서 넌 달아난 거고.”
“저는 화나지 않았어요. 화 안 나요. 제 여우예요. 여우는 저를 의지해요. 이제 돌아가서 여우를 찾을 거예요.”
“음, 지금은 안 돼. 계획을 바꿔야겠구나.”
“안 돼요. 가서 집으로 데려가야 해요.”
피터는 무릎을 접었다. 큰 숨을 내쉬며 발에서 터져 나오는 고통을 꿀꺽 삼켰다. 피터는 나뭇가지를 움켜잡고 잠깐 동안 체중을 실으려 애를 썼다. 그러다가 다시 털썩 주저앉았다. 이렇게만 했는데도 몹시 힘이 들고 진땀이 났다.
“지금? 너 이건 생각해봤어? 너 여우한테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건지 알기는 하고?”
“300킬로미터 이상이오. 어쩌면 더 될지도 몰라요.”
피터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볼라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 꼴로는 1킬로미터도 못 갈걸. 지금 밖에 나가면 곰 미끼밖에 안 돼. 첫날밤에 저체온증으로 죽지 않는다면 말이지. 넌 몸에서 열기가 날 만큼까지 움직일 수도 없잖아.” (88-89p)
저기 멀찌감치, 썩은 고기를 먹는 좀 더 낮은 서열의 동물들이 먹어치우고 남긴 고기가 있었다. 팍스는 그 썩은 고기를 쿡쿡 찔러보았다. 늪지대에 사는 쥐의 꼬리 끝에는 살점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까마귀가 먹기에도 너무 고약했다. 구더기가 기어 다니고 있었다.
“어디 아파?”
팍스는 낮게 비추는 햇빛을 받으며 눈을 감고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런트는 멈칫하더니 조금 있다가 입에 지렁이 한 마리를 물고 돌아왔다. 그러고는 팍스의 발에 지렁이를 떨어뜨렸다.
팍스는 주춤주춤 물러섰다. 소년을 찾아야 한다. 먹으면 죽음을 피할 수 있다. 팍스는 지렁이를 들어 올려 깨물었다. 살아 있는 살코기의 맛은 처음이라, 구역질이 나고 속이 뒤틀렸다.
런트는 지렁이를 또 한 마리 파서 팍스 앞에 떨어뜨렸다. 이번에 팍스는 일어서서 몇 걸음 걷다가 다시 주저앉았다.
런트가 따라와서 팍스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먹어.”
팍스는 있는 힘껏 기운을 끌어모았다.
“가.”
런트는 잠깐 동안 이 형 여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윽고 몸을 돌려 풀밭으로 걸어갔다. 팍스는 마음이 놓여 머리를 발 위에 갖다댔다. 이제 저항할 힘도 없었다. 하지만 런트가 조금 있다가 다시 나타났다. 입에 뭔가를 물고 있었다. 런트는 자신의 선물을 떨어뜨렸다. 그러자 그게 깨졌다.
알. 그 냄새를 맡으니 어떤 기억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언젠가 아주 어렸을 때, 팍스는 소년의 부엌 조리대를 돌아다니다가 동그랗고 딱딱한 하얀색 물체를 찾아냈다. 소년의 장난감이라고 생각한 팍스는 그걸 내리쳤다. 그러자 그 물건이 바닥으로 데구루루 구르다 깨지면서 맛있는 뭔가를 흘려보냈다.
팍스가 그 비밀스러운 물체의 마지막 한 방울을 핥고 있는데 피터의 아빠가 들어왔다. 그러고는 팍스를 후려 갈겼다. 그 바람에 옆구리가 찌를 듯이 아팠지만, 그 알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때부터 팍스는 혼자 있을 때면 알을 좀 더 찾기 위해 부엌 조리대를 기웃거렸다. 몇 번은 운이 좋았다.
런트가 가져온 메추라기 알은 자신이 보았던 그 알보다 훨씬 작았다. 거뭇거뭇한 껍질에 마른 풀이 뒤섞여 있었다. 소년의 식구들이 먹었던 것보다 고기 냄새가 더 짙게 풍겼다. 하지만 분명했다. 알이었다.
팍스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런트는 팍스가 그 노른자를 핥아 먹을 수 있게 뒤로 물러섰다. 팍스는 풀잎에 묻은 한 방울, 한 방울까지 깨끗하게 싹싹 핥았다. 그러고 나서 고맙다는 표시를 하려고 고개를 들었다.
런트는 가고 없었다. 하지만 몇 분 뒤 다시 돌아왔다. 주둥이 안에 알 두 개를 조심스럽게 물고 있었다. 팍스는 게걸스럽게 그 알도 먹어 치웠다. 런트는 그렇게 두 번 더 돌아왔다. 팍스는 쉬지 않고 먹었다. 마침내 알 일곱 개가 쪼그라든 배를 빵빵하게 채워주자, 여우 굴 앞 모래 더미에 앉아 눈을 감았다.
런트가 여우 굴 위쪽의 옹이진 뿌리 위로 뛰어올랐다. 그러더니 몸을 한껏 끌어올렸다. 팍스가 잠을 자는 사이, 이 몹시 지친 자그마한 짐승, 런트는 망을 보았다. (128-130p)
“아줌마가 누군가를 죽였다고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을 죽였을 거야. 아니, 적어도 사람들을 죽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지. 하지만 그 남자는……. 그 남자는 내가 직접 봤어. 그 사람을 죽인 후에……. 난 그 사람의 몸을 수색해야 했어. 우리는 무기를 수색하도록 훈련받았거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간에 말이야.
난 무릎을 꿇었어. 난 그 사람에게 손을 대야 했어. 무기를 찾으려고……. 그 사람을 만지는데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직도 똑똑히 기억나. 난 간호병이었잖니. 하지만 그 사람이 플라스틱이라든가, 어쨌든 진짜가 아니라고 어느 정도 생각했어. 훈련받을 때 적을 그렇게 생각하라고 배웠으니까. 하지만 물론 그 사람은…… 그 사람은 따뜻했어. 밖은 추웠지. 그런데 그 사람은 온기를 내뿜고 있었어. 마치 그 사람의 목숨이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나는 그 사람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그 사람 몸에 손을 대고 있었어. 나는 그 사람을 죽였어. 하지만 나를 괴롭힌 건 그 사람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할 권리조 차 잃었다는 사실이야. 넌 아마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 그렇지?”
170-171p)
팍스는 전선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팍스가 전선줄을 벗겨내는 순간, 강력한 불꽃의 냄새가 땅을 타고 불어왔다. 뒤쪽 이빨에 전류가 찌릿 흘렀다. 전류는 팍스의 아랫입술을 지나 목구멍을 태우고 척추로 찌르르 흘러내렸다.
이윽고 나지막한 들판이 하늘 높이 폭발했다. 팍스는 능선으로 나가떨어졌다. 그러면서 다시 딱딱한 땅에 부딪히고 뿌리가 드러난 관목 울타리에 나뒹굴었다. 엉망이 된 세상이 잠잠해졌다. 머리가 침묵 속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폭풍 같은 뜨거운 흙과 돌멩이와 나뭇가지와 잡초가 팍스에게로 비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리고 이윽고 모래의 장막으로 변했다. 팍스는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팍스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머리가 맑아질 때까지 지친 허파로 탄내 나는 공기를 빨아들였다. 마침내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런트와 브리스틀의 냄새를 찾았다. 사방, 모든 곳을 다 찾아보았다. 하지만 코는 아무 기능도 하지 못했다. 재와 숯 때문에 감각이 마비되어 미세한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다. 팍스는 브리스틀과 런트를 찾아 울부짖었다. 하지만 귀에 들려오는 울림은 오직 자신의 울부짖음뿐이었다.
팍스는 덤불을 헤치고 나아가, 파편을 털어냈다. 군인들이 무리지어 군데군데 연기가 피어오르는 들판을 가로지르며 언덕을 내려갔다가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군인들이 지나가고 난 뒤, 팍스도 따라갔다. 움직일 때마다 뼛속까지 고통이 스며들었다.
두 여우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곳에서, 팍스는 런트와 브리스틀을 찾아 다시 울부짖었다.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곧 희미하기는 하지만 처음으로 자신이 짖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울부짖는 것 같은 희미한 소리였다. 이윽고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팍스가 지나가자 말라비틀어진 잡초 줄기가 탁탁 꺾이는 소리가 들렸다. 문득 참호로 돌아가는 군인들 의 사나운 외침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나무 위에서, 살인자 같은 까마귀가 엉망이 된 세상을 향해 기분 나쁘게 까악까악 울어댔다. 팍스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팍스는 한 시간 동안 들판을 뛰어다니며 잃어버린 여우들을 애타게 찾았다. 어둠이 내리고 마침내 소리가 들렸다. 브리스틀의 기운 빠진 울음소리였다. 팍스는 그 목소리를 따라 강가로 갔다. 거기, 졸참나무가 갈라져 쓰러져 있는 강둑 위로 연기가 피어올랐다. 물속에 시커멓게 변해버린 나뭇가지가 나뒹굴고 있었다.
팍스는 둥그스름한 흙덩이 같은 뿌리 속에 끼여 있는 브리스틀을 찾아냈다. 브리스틀이 고개를 들었다. 눈빛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주둥이는 피로 물들어 있었다. 아름다운 몸의 털은 시커멓게 불에 그슬렸다. 팍스는 브리스틀의 얼굴에 코를 가져다 댔다. 뺨에 묻은 피는 브리스틀의 것이 아니었다.
브리스틀이 고개를 숙였다. 브리스틀 아래에 꼼짝하지 않고 몸을 웅크린 런트가 있었다.
팍스는 그 작은 여우의 가슴에 머리를 가져다댔다. 거칠고 힘겹게 심장이 뛰고 있었다. 팍스는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그 순간 브리스틀이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팍스도 보고야 말았다. 런트의 뒷다리가 있어야 할 곳, 검은 털이 덮인 깔끔한 다리와 재빨리 움직이는 하얀 발이 있어야 할 곳에 피가 흥건히 고인, 갈기갈기 찢긴 붉은색 덩어리만 남아 있었다. (205-207p)
문득, 피터는 이해했다. 자신의 여우는 저들과 함께했다. 그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
피터는 자신의 새 가족을 따라가고 싶어 초조하게 있는 팍스를 내려다보았다.
" 가 괜찮아."
하지만 피터는 괜찮지 않았다. 고통이 온 몸을 타고 흘렀다. 심장을 발로 채인 것처럼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피터는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지 않았다.
팍스가 다시 뒤로 돌아와 낑낑 거리며 피터의 눈물을 닦았다. (3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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