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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는 부동산의 법칙 - 문재인 트럼프 시대, 폭등하는 부동산
조현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8월
평점 :
부동산 상승장이 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을까? 물론 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는 뻔한 예측으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서 한 것은 예언이 아니라 예측이다. 예언은 뭔가 뚜렷한 근거는 없지만 확신을 가지고 하는 것이 예언이다. ‘신의 말씀’이나 “꿈 속 계시‘ ’육감‘등을 말한다. 반면 예측은 각자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특정 근거를 가지고 하는 것이다. 이 근거 자체가 흔들린다면 예측은 바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떤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는 말인가? 우선 경기회복이나 금리의 제한적 인상 부분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낮다. 미,중 간 전면적인 무역전쟁이나 중국 발 금융위기. 북핵 같은 극단적인 돌발변수가 아니라면 말이다. 반면 정책 변수는 언제든지 극단적으로 흐를 수 있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간혹 그런 면을 보여왔다.
마치 특정성향의 정권을 비판적으로 기술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부동산 정책은 반드시 진보 정권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아는 가장 극단적인 부동산 정책은 ‘보수’도 모자라 ‘극우’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군사정권 하에서 나왔다.
타임머신을 타고1980년대 후반으로 갔다고 해보자.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1990년대 한국 부동산시장을 예측하라고 한다면? 분명 폭등한다고 대세 상승의 시점이라고 예측했을 것이다.
근거는 역시나 경제성장에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단군 이래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유가는 1990년대 초반 일시적인 상승을 제외하고는 낮은 가격을 유지했고 금리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가 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우하향 곡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플라자합의로 타격을 받은 엔화와 마르크화에 비해 원화 경쟁력은 지속되고 있어 계속되는 수출호황으로 나라 전체에 돈이 돌고 있던 시기다. 당연히 부동산도 폭등해야 했고 1980년대 후반 이미 폭등을 거듭하고 있었다. 집값이 떨어질 이유가 없어 보였다.
부동산 하락은 극단적인 정책에서 시작되었다. 앞서 설명했듯 부동산이 급등하면 여기서 소외된 서민, 샐러리맨 층이 동요해 가뜩이나 취약한 정권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때문에 주택 200만호 건설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이게 왜 그토록 극약처방일까? 내가 만약 1989년으로 돌아가 ‘주택 200만호 건설’이라는 정책을 언론에서 접했어도 여전히 부동산은 상승할 것이라는 견해를 유지했을 것이다. 이미 불가능한 계획이라고 한 번 결론이 났던 정책이기 때문이다.
노태우 대통령의 주택 200만호 건설은 하늘 아래 새로운 내용이 아니었다. 박정희 시대에도 250만호 건설 정책이 있었고 노태우 대통령의 동지이자 전임 대통령이었던 전두환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주택 500만호 정책을 추진했었다. 역시나 주택가격이 급등하자 취약한 정권기반이 흔들릴 것을 우려해 생각해냈던 정책이다.
그럼 5공화국 시절에 주택 500만 채가 지어졌을까? 결론적으로 말해 아니다. 6년 동안 약 100만호 남짓 짓고 끝났다. 애초에 무리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경제부처를 비롯해 모든 관련 부처와 장관들이 반대해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박정희의 250만호 건설도 마찬가지로 중도 포기했다.
그렇다면 200만 호는 500만 호에 비해 상대적으로 용이했기 때문에 가능했을까? 200만 호 건설 역시 엄청난 정부 내부와 사회적 반대에 부딪혔다. 아이러니한 것은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보수 정부의 정책을 당시 야당이었던 진보세력(DJ의 평화민주당)에서 반대한 것이다. 이유는 신도시가 들어설 분당과 일산 농부들의 생존권이 걱정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정치란 이런 것이다.
정치 공세는 둘째치고 정말로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었다. ‘건축자재가 부족해 세척하지 않은 바다모래로 신도시를 지었다’ 정도가 아니다. 당시 평촌과 산본의 일부 아파트는 멀쩡히 짓던 아파트를 중간에 부수고 다시 지어야만 했다. 시멘트 품귀현상이 극심해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한 불량 레미콘이 납품된 것이다. 공사를 하는 와중에 양생이 끝난 콘크리트가 부스러지기 시작해 도저히 공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한다.
건축자재만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집을 지을 사람 자체가 부족했다. 지금처럼 조선족이나 동남아 노동자를 들여올 상황도 아니었다. 중국과는 국교 자체가 수립되기 전이라 사람이 왕래할 수조차 없었다. 숙련공은 고사하고 단순노무인력도 부족해 180만 명이 필요하다고 추산된신도시 건설현장에 실제로는 120만 명만 투입되었다는 조사도 있다.
건설현장에서 비롯된 극심한 인력부족 현상은 제조업으로까지 확산되어 사회 전체적으로 임금을 폭등시켰다. 당시만 해도 그리 부자집이 아니더라도 다 입주식모를 두던 시절인데 1990년을 전후해 사회 전반적으로 임금이 폭등하자 입주식모는 일부 정말 부유한 계층을 제외하고 는 자취를 감췄다. 1980년대 주택에 기본으로 있던 부엌 안의 식모방이 1990년대 초반 평면부터는 없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주택 200만 호 건설은 그 위력을 발휘했고 온 나라가 경제호황에 취한 1990년대 초중반 부동산시장만은 홀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렇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당시로 돌아간다면 이런 상황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극단적인 정책의 실행을 눈으로 보며 매우 당황해 했을 것이다.
역대 정권들의 정책을 비교하며 하나의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바로 ‘정책이라는 것은 이렇듯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이고 사람마다 그 생각의 방향과 의지의 강도가 달라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매우 극단적인 형태를 띌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크게 ‘공급 부족’과 ‘과잉유동성’ 두가지라고 했다. 반대로 말하면 공급이 과도하거나 유동성이 부족하면 집값이 떨어진다. 1990년대 초반에는 분명 경제호황에 따른 과잉유동성이 존재했다. 하지만 주택 200만 호 건설이라는 극단적인 정책을 밀어붙여 공급 과잉을 만들어냈고 결국 이 공급 과잉이 과잉유동성을 압도한 것이다.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극단적인 정책 앞에 경제전망은 한없이 작아질 수 있다. 이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정치에 뛰어든 이상 정권을 잡는 것이 우선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권 기반이 흔들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내가 정권을 잡아야 국민을 위한 나의 진정한 정책을 실행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모든 정치인은 이렇게 생각하며 대부분의 시간과 열정을 ‘진정한 정책을 실행하는 것’ 보다는 진정한 정책을 실행할 기회를 잡는 데‘ 투자하며 보낸다.
이번 정권 역시 부동산 정책이라는 면에서 극단적인 정책을 실행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이번 정권 주역 대다수가 함께했던 지난 정권의 정책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고 성격이 전혀 다른 정권에서도 얼마든지 유사한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이미 정책의 방향성은 정해졌다. 이 틀 안에서 존재감을 나타낼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더 세게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후 눈치를 보면서도 여기저기서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들썩이고 있다. 제일 먼저 두드러지는 쪽이 시범 케이스로 매우 강한 규제를 맞을 공산이 크다. 새 정부가 시장과 마주하는 첫 정책인데 적당히 할 리도 없고 하는 입장에선 그리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첫 정책부터 시장의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태우 정권이 주택 200만 호 건설이라는 극단적인 공급정책을 써서 주택가격을 잡는 데 성공했지만 이번 정권에서 유사한 공급확대 정책을 쓸 가능성은극히 낮다. 인구가 늘고 수도권이 확대되던 당시 상황과 다르게 이미 인구가 정체되어 있고 지난 정부에서조차 신규택지지구 개발 포기를 선언할 만큼 재정적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정권이 택할 가능성이 있는 정책은 수요억제정책으로 이미 DSR (Debt Service Ratio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을 도입 예고 했다. 이 DSR 규제는 주택담보대출 외에 모든 대출에 대해 적용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DTI보다 한층 더 강화된 대출규제 정책이다. 쉽게 말해 같은 연소득일 때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물론 현재 예고한 DSR 규제는 150%내외로 그리 강력하진 않다. 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강화되고 대출총량 규제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현금 있는 사람 외에는 집 사기 힘든 상황까지 올 수 있다. 이렇게 제한된 주택구입 수요는 이미 도입이 예고된 ‘전월세 상한제도’와 ‘임차권 갱신제도’를 통해 전월세 시장으로 유도될 것이다.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을 죄는 정책과 세입자에게 극단적으로 유리한 전월세 상한제도 및 임차권 갱신제도가 동시에 시행되면 주택 수요를 극단적으로 차단해 일시적으로나마 부동산시장이 냉각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요를 억눌러 인위적으로 하락시킨 자산 가격은 물꼬만 트이면 언제고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며 폭등장세를 연출할 것이다. 앞사 말하지 않았던가? 주택시장에서 공급이 중요한 이유는 ‘수요란 것이 정말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노태우 정부의 극단적인 정책이 먹힌 것은 예측 가능한 공급을 늘렸기 때문이다. 반면 참여정부와 마찬가지로 이번 정부는 공급을 늘리는 것이 아닌 수요를 억누르는 방식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고 할 것이다. 이 예측 불가능한 수요를 컨트롤하기 위해 여기저기 틈만 보이면 튀어 오르는 수요를 뒤쫓아 다니며 대책을 남발하다가 시간을 보낼 공산이 크다.
다만 이번 정권에서 예고하는 강력한 수요억제 정책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번 정권의 정책의 변화를 그 어느때보다 유심히 지켜보고 그 맥락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이번 정권의 제1정책목표가 부동산은 아닐것이라는 사실이다. 참여정부는 집값 안정을 정권의 제1목표로 삼고 이미 노태우 정부에서 시도했다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을 받고 유명무실해진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토지공개념을 신봉하는 실무진을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한 것도 부동산이 정부의 최우선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부동산이 아닌 재벌개혁 더 정확히는 기업지배구조의 선진화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조직과 인선이 매듭된 점이다.
부동산에 정부의 운명을 걸었던 참여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은 사회수석 선에 맡겨두고 기업지배구조를 중심으로 한 재벌개혁과 임금상승을 통한 사회 격차해소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모든 정책 역량을 부동산에 집중하다시피 한 참여정부에 비해 그 강도는 약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집을 사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이쯤에서 이렇게 반문하는 독자가 태반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결론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이번 정부는 정책 변수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지만 일단 시장 상황은 폭등을 예고하고 있으니 상승에 베팅하라. 다만 정책의 변화에 따라 치고 빠지는 단타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다. 현재 상황은 우선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아니 예상할 것도 없이 눈으로 보인다. 택지지구를 통한 신규공급이 막힌 상황에서 서울시내 유일 한 아파트 부지 공급원인 재건축까지 막혔다. 2017년 내에 관리처분 인가를 못 받은 재건축 단지는 다음 정권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다. 그럼재개발을 통해서 공급을 해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시장이 함께 추진하는 도시재생의 핵심은 ‘부수고 대규모로 새로 짓는’ 게 아니라 ‘기존 노후주택 개보수와 도로정비’등이다. 즉 공급은 늘지 않는다. 왜 공급을 늘리지 못하는지는 역시 앞에서 설명했듯이 정치의 핵심은 정권을 잡는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의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용납하듯 한국의 이번 정부도 서울과 특히 강남권을 장악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부동산 상승은 감내하거나 수요억제 같은 다른 방법으로 잡으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과잉유동성이 해소되어야 한다. 즉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이 부동산을 주제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IT산업과 트럼프 얘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미국은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국제부담과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금리를 제한적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 상황은 2004년처럼 이미 벌어진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급속히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게 아니다.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오랜 기간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했던 금리를 ‘정상화’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이 유동성이 더 늘어날 조짐까지 보인다. 미국의 경기 호황뿐 아니라 트럼프의 무역정책에 따라서도 한국은 피해가 아닌 수혜가 기대되기 떄문이다. 1980년대 후반 3저 호황도 미국이 대미 무역 흑자국인 독일과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펼친 환율 정책 덕에 한국이 어부지리를 얻은 결과이다. 지금 상황도 당시와 유사하다. 독일과 일본에 더해 새롭게 등장한 중국까지 함께 견제해야 하는 미국의 환율정책에 따라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유동성까지 넘쳐날 것이다. 이미 전고점을 가볍게 뛰어넘은 코스피 지수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해소되지 못한 과잉유동성과 서울지역의 공급 부족이 함께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폭등이다. 경제적 이유로는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정치적 이유로는 서울 시내 공급을 늘릴 수가 없다. 이쯤해서 극단적인 수요 억제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돈줄을 죄거나 집을 사는 사람을 범죄자로 몰아 가격을 억누르려 하겠지만 그때마다 멈칫멈칫 약간의 조정을 거쳐 결국 다시 튀어 오를 것이다.
음악이 계속되는 한 춤을 춰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제 막 음악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빠르고 신나는 음악이 연주될 것이다. ‘이 또한 언젠가는 멈추리라’ 하면서 한 쪽 구석에 심드렁한 표정으로 팔장을 끼고 있어 봐야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신나는 음악이 나오는 동안은 각자 자신 있는 스텝으로 춤 추기바란다. 자신이 가장 잘 출 수 있는 것을 추면 된다. 요즘 유행하는 춤을 춰보겠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 남들 춤을 따라 하다 괜히 스텝이 꼬여서 넘아지지만 않으면 된다. 지금은 얼마든지 산나게 춤 출 타이밍인 것이다.한 가지 명심할 점은 클러버들의 흥분이 지나쳐 자칫 사고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음악을 확 꺼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서서히 분위기가 고조되다 음악이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모두들 양팔을 높이 쳐들고 환호성을 지르다 보면 서서히 조용한 음악으로 바뀌며 흥분이 정리되는 게 아니다. 순식간에 음악이 멈출 수 있다. DJ의 손이 전원 코드를 확 뽑아버리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바로 스텝을 멈출 준비를 하고 있어야만 한다. 나 역시 DJ를 예의주시하다가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다시금 경고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