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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노믹스 - 나라다운 나라를 위한 문재인 정부 5년의 약속
매일경제 경제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5월
평점 :
경제문제, 경제정책에 대한 이해의 정도가 나름 상당한 순준이었다는 점, 인권변호사 출신의 직업정치인은 경제에 관심이 적을 것이라는 필자의 편견은 인터뷰 초입부터 산산조각이 났다. 경제의 디테일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스스로의 생각과 해법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印象的(인상적)이었던 것은 경제문제에 대한 해법이 상당히 중도적이었다는 사실이다. 법인세 등 증세문제와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규제를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대목에서 특히 그랬다. 심지어 진보진영의 트레이드마크 격인 대기업 정책마저도 중간중간 신중한 전제조건을 달고 있었다.
당시 인터뷰는 문제인 대통령의 경제정책, 일명 문재인노믹스에 대해 보다 진중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깨달음의 계기가 됐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문재인노믹스에 접근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국민과 독자들에게 실상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 책을 펴내게 된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반 국민들의 삶은 더욱 고단해졌다. 학계에선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 가운데 1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그나마 일자리가 있는 중장년들도 내 집 마련과 자영업 창업, 교육비 부담 등 여러 이유로 빛을 마구 늘렸다. 박근혜 정부 4년간 늘어난 가계부채는 380조 원이나 돼 이명박 정부 5년 299조 원을 가볍게 압도했다. 월20만 원으로 기초연금이 늘었지만 여전히 노인2명 가운데 1명은 빈곤층(중위소득50%미만)이다. 모두가 불행한 경제 成績表(성적표)다.
경제적 곤경의 이유를 온전히 박근혜노믹스의 실패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아무것도 결행할 수 없는 不能國家(불능국가)로 전락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전반적인 극가시스템이 경쟁과 변화를 거부하는 쪽으로 改惡(개악)을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켜켜이 쌓인 국내외 현안을 맞아 한국이 국가 차원에서 해결책을 결심하고 집요하게 밀어붙여 거둔 성과가 무었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지난 십수년 동안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그저 변화를 거부하는 시스템을 핑계삼아 시간을 보내며 僥倖(요행)을 바랐을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괴롭히는 문제들은 근본적 해결을 회피한 채 시간만 질질 끌다가 더 악화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테면 양극화, 저출산, 내수침체 등이 그런 虛送歲月(허송세월)의 대가다. 이런 시스템적인 결함을 무시하고 경제 실패를 특정 정권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엉뚱한 과녁을 노리는 화살처럼 虛妄(허망)할뿐더러 合理的(합리적)이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정책은 여전히 중요하다. 많은 국민들의 불행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정부의 책임이 가벼울 수는 없다.
그런 측면에서 경제정책의 최대 화두를 ‘사람’으로 정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자못 意味深長(의미심장)하다. 오작동이 빈발하는 기존의 관행, 기존의 시스템에 기대지 않고 정책의 최종 수혜자인 사람, 국민에게 직접 다가서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은 이 같은 헌법 정신을 具現(구현)한다는 의미로 ‘사람중심 경제를 통한 국민성장’을 경제 비전으로 제시했다. 문대통령은 “사람에게 투자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살리는 사람중심의 경제성장 구조로 바꾸겠다”며 “사람에 대한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혁신과 공정경제의 기본 인프라”라고 강조해왔다. 핵심은 보육, 교육, 안전 등 인간다운 삶과 직결되는 일자리를 늘리고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보호해 소득 양극화를 줄이며 사교육비,육아 부담 등을 줄여 서민의 삶이 나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에 대한 대 개조 역시 문재인노믹스의 또 다른 特徵(특징)이다. 과도한 규제를 줄이고 대기업 준조세를 없애는 등 경제분야 ‘積弊(적폐)’ 淸算(청산)에 傍點(방점)을 찍고 있다.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문 대통령의 경제특보이자 더문캠의 비상경제대책반을 맡았던 이용섭 전 의원은 한국 경제를 “겉으로는 풍채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病주머니를 차고 사는 환자”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병이 자연치유 능력을 초과하는 상황이라면 외과수술을 포함한 적극적인 치료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한 치료와 복원의 驅使(구사)들이 매일경제 경제부가 펴낸 《문재인노믹스》에 集大成(집대성)돼 있다.
이 책에서는 문 대통령의 ‘사람중심 경제’를 그의 핵심 키워드인 성장,공정,국민으로 나눠 낱낱이 해부한다.
파트 1 ‘성장’ 편에서는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던 공공 일자리 81만 개 늘리기의 실체가 무엇이고 실현 가능한지 점검한다. 대선의 강력한 경쟁주자였던 안철수 후보가 트레이드마크처럼 내세웠던 ‘4차 산업혁명’분야에서 문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던진 정책은 무엇인지도 자세히 소개한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지역 특화 전략으로 지방 경제를 키우는 구체적인 방안을 살펴본다.
파트 2 ‘공정’ 편에서는 과거 재벌,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없애기 위해 소액주주와 소비자 권리를 강화하는 정책이 어떻게 구현될지 짚어본다. 또 한계 상황으로 몰린 수많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1,3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비법이 무엇인지도 소개한다.
파트 3 ‘국민’ 편에서는 사교육비,통신비,교통비와 육아부담 줄이기,미세먼지 감축과 제2의 메르스,세월호 사태 방지 등 국민의 일상생활을 개선하는 것과 직결된 정책을 경제적인 시각에서 풀어본다.
끝으로 이 책의 ‘부록’과 같은 성격의 마지막 파트 4에서는 문재인 경제정책을 이끌 핵심 인물들을 소개하고 경제 전문가들이 짚어본 바람직한 경제정책 방향을 분야별로 소개한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을 그대로 실천할 경우 2017년 400조 원 국가 예산이 5년 뒤인 2022년에는 562조 원으로 늘어나고 2018년부터 5년간 총242조 원이 더 필요하다는 추산이 나온다. 당선직후부터 ‘공약은 공약이고 정책은 정책이다’란 목소리가 불거진 이유다.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자기만의 정책을 관철하기 어렵다는 정치현실도 마친가지다. 문 대통령에게도 넘어야 할 장애물로 남아 있다. 쟁점 법안은 재적의원 5분의 3이상이 동의해야만 본회의 상정이 가능한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이러한 장벽을 돌파하려면 과점Oligopoly을 이룬 정치세력들의 도움이 필수적인데 그 정책의 변질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때 문제 해결은 불가능해지기 마련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완전한 정책은 없다. 민생에 직결되는 경제정책은 특히 그러하다. 부작용을 고쳐가며 허점을 줄이고 진화하는 것이 정책이다. 문재인노믹스도 마찬가지다. 변화를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가볍지 않다.
부디 이 책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고 생산적,발전적 논의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선거 후 최대한 빨리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급히 책을 내다 보니 군데군데 미흡한 점이 있음을 미리 고백한다. 훗날 보완의 기회가 있기를 기대한다.
終 2017.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