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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유엔을 위하여 - 반기문 사무총장 10년의 기록
유엔UN.반기문 지음, 김태훈.이영래.김은경 옮김, 오준 감수 / 생각정거장 / 2017년 2월
평점 :
이 책은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재직한 2007∼2016년간 유엔의 주요 발자취를 기록한 것이다. 유엔에서 사무총장의 근무기간을 단위로 해서 활동과 기록을 정리한 것은 유엔 역사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다. 반총장의 임기 10년은 적어도 3가지의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이것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세계화globalization’라고 생각된다.
첫째, 반 총장의 10년은 세계화에서 중요한 개념인 多樣性의 구현을 뜻한다. 반 총장은 서구 이외의 문화권에서 나온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이었다. 앞선 7명의 사무총장들은 유럽 출신이거나 유럽 문화권 국가에서 나왔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출신의 사무총장들도 예외 없이 유럽식 교육을 받은 인사들이었다. 한국고유의 문화와 유교적 전통이 강한 관료제도에서 성장한 반 총장이 유엔의 국제적 업무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는 것은 세계화 시대에 다양한 문화의 공존과 조화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선례가 된다.
둘째, 지난 10년은 세계화가 가져온 문제들이 오늘의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 되고 있음을 부각시켜준 시기였다. 당초 교통과 통신의 발달과 같은 혜택들이 강조되던 세계화는 시간이 갈수록 문제점도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경제· 사회적 불평등의 증대는 경쟁의 국제화, 기업의 다국적화, 조세와 같은 국가의 소득 재분배 수단의 효과 감소 등 세계화의 영향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세계 금융 위기, 폭력적 극단주의와 난민 문제, 기후변화와 자연 재해 증가, 대량파괴무기의 확산 문제 등 국제사회가 지난 10년간 다루어온 지구적 도전들은 거의 모두가 세계화의 부정적 영향으로 발생하거나 악화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유엔은 인류 전체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하여 “강력한 유엔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Strong UN,Better World”는 기치 아래 국제사회를 단합시켜 지구적 도전에 대응했다. 20년 이상 끌어온 기후변화협약을 2015년 12월 파리기후변화협약으로 마무리하고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합의를 도출한 것등이 좋은 예가 된다.
셋째, 세계화가 도전뿐 아니라 희망도 함께 가져옴을 확인할 수 있는 10년이었다. 세계화의 혜택으로 국제관계에 있어서 정부만이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시민사회나 기업, 언론계나 학계는 개발, 평화 유지, 인권 신장 등 유엔의 모든 활동에 있어서 중요한 파트너로 참여하게 되었다. 소통 수단도 다양해져서 멀티미디어, SNS 등 전 세계의 더 많은 시민들이 실시간으로 유엔이 하는 일을 알게 되고 참여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사회가 유엔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구적 도전들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주며 여기에 필수적인 세계시민의식의 확산을 도와준다.
한 시대를 정리하고 기록해서 다음 시대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인류 문명의 발달에 항상 필수적인 요소였다. 그렇게 보면 유엔이 《더 나은 유엔을 위하여》 와 같이 이정표가 되는 기록물을 이제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뒤늦은 감이 있다.
유엔은 전 세계에 걸쳐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1945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현재 회원국만 193개국에 이른다. 본부는 뉴욕에 있으며 총회를 비롯해 사무국,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국제사법재판소 등 여러 기구를 산하에 두고 있다.
2007년에 반기문이 제8대 사무총장으로 취임하면서 한국인 최초의 유엔 수장이라는 기록을 낳았다. 2016년 임기를 끝낸 반 총장이 유엔을 이끈 10년 시기를 기록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유엔이 과거에 세운 목표와 이룬 성과, 그리고 앞으로 이뤄야 할 과제를 함께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