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계약론 - 쉽게 읽고 되새기는 고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청소년 권장도서 선정 클래식 브라운 시리즈 5
장 자크 루소 지음, 김성은 옮김 / 생각정거장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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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든 지식인이든 永遠不變(영원불변)한 개념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歷史的(역사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지식과 지식인, 18세기의 지식과 지식인, 그리고 오늘날의 지식과 지식인, 이들이 모두 같다고 애기할 수 없다. 다만 어느 시대에나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면 단순히 아는 게 많다고 해서 知識人(지식인)이라고 불리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식인에게 걸어 다니는 百科事典(백과사전)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한다. 예를 들어 카를 만하임은 지식인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사회의 總體的(총체적)인 면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유롭게 떠도는 존재로 규정했고, 안토니오 그람시는 자신의 지식을 이용하여 특정 계급의 이익을 꾀하는 유기적 지식인 중에서 피지배 계급에 봉사하는 유기적 지식인을 진정한 지식인으로 보았다. 장폴 사르트르는 자신과 무관한 일에 쓸데없이 참견하는 사람’, ‘억압당하는 자의 편에 설 수 밖에 없는 사람을 지식인이라 정의했고, 에드워드 사이드는 연구실 안에 갇혀 정부나 기업의 보상만 바라는 전문 직업인이 아니라 힘없는 자들을 대변하여 사회적 고통을 언어로 재현하는 사람만이 지식인으로 불릴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 같은 지식인의 본보기를 볼테르,디드로,루소 등 18세기 프랑스 啓蒙主義者(계몽주의자)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사회계약론,에밀등으로 잘 알려진 장자크 루소 Jean-Jacques Rousseau 17121778는 대중을 그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엘리트 지식인이 아니라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발언한 최초의 지식인으로 평가된다. 루소는 어떤 집단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색하며 억압당하는 자의 편에 선 지식인이었다. 또한 그의 글은 모두 힘없는 자들을 대변하여 사회적 고통을 생생하게 재현한 結果物(결과물)이었다.

루소의 지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저작은 1762년에 발표한 사회계약론 Du contrat social, ou principes du droit politique이다. 과학과 문명의 발전을 낙관한 대부분의 계몽주의자들과 달리 인간은 선하게 태어났으나 사회에 의해 타락했다고 주장한 루소가 과연 어떤 사회에서 인간은 자연 상태의 선한 마음과 행복을 회복할 수 있을까?”라는 피할 수 없는 질문에 대해 고심하여 써 내려간 답이 바로 사회계약론이다. 루소는 이 저서를 통해 세계를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 세계를 변화시키는 지식인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의 독창적인 지식은 프랑스 혁명을 거쳐 현대 사회의 민주주의까지 길고도 깊은 영향을 끼쳤다.

그렇다면 오늘날에도 루소와 같은 지식인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 누군가 우리를 위해 21세기 한국 사회의 사회계약론을 내놓을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더 이상 지식인을 필요로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늘날 지식인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며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한 사람들은 모르는 것이 있으면 곧바로 검색창을 열고, 처음 가 보는 곳에서는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한다. 인공지능이 세계 정상급 바둑기사를 이기는 시대에 아무리 긴 시간 책을 읽고 고민을 거듭한 지식인일지라도 Computer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앞에서 挫折(좌절)할 따름이다. 또한 오늘날에는 대중과 지식인의 경계가 無意味(무의미)해지고 있다. 과거에 지식인이라 불렸던 교수, 연구원들은 이제 정부나 기업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월급을 받는 전문 직업인일 뿐이다. 그나마 의사, 변호사 같은 실용적인 전문가 집단은 여전히 사회적 쓸모를 인정받는 반면 철학자,사회학자 등의 위상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지난 수세기 동안 자연과학 못지않게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資本主義(자본주의)의 모순을 폭로하고 政治權力(정치권력)의 가면을 벗기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오늘날 그러한 노력들은 공고한 사회 현실 아래 묻혀 버린다. “무한 경쟁하는 한국사회에서 사는 게 힘든 걸 누가 모르는가?”되물으며 대안이 있으면 내놓아 봐라다그치는 대중 앞에서 철학자든 사회학자든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만다. 그런데 정말 대안이 없는 걸까? 모든 사람들이 정보의 바다를 누비며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는 걸까? 어떠한 선택도 대안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묵묵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유일한 길일까? 끝없이 이어지는 경쟁에서 승리하여 좋은 대학교, 좋은 대기업에 들어가면 행복하게 살다 죽을 수 있는 것일까? 간혹 너무 힘들어서 쓰러지고 싶을 때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같은 말에 위안을 받고 다시 힘을 내는 것이 최선일까? 힘 없는 자들은 이번 생은 망했다며 포기하고 다음 생을 기약하는 것이 賢明(현명)한 일일까?

그렇지 않다. 틀림없이 누군가는 삶을 억누르는 사회 현실에 부끄러워하고 죄책감을 느끼며 다음 세대에게는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사회를 물려주겠다고 다짐할 것이다. 여전히 세계를 해석하는 것을 넘어서 세계를 변화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는 그러한 일이 지식인의 의무였을지도 모르지만 민주주의가 발달한 오늘날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해야 할 일 이라고 믿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거대한 정보 더미속에서 필요한 지식을 골라내어 검토하고 숙고하는 일 외에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 루소의 방법을 참고해 보자. 그는 우선 긴 시간 자신의 머릿속에 수많은 지식들을 편견 없이 쌓는 일에 몰두했다. 자신의 입장을 비워 두고 여러 저자들이 들려주는 애기를 온전히 머릿속에 저장하여 지식의 창고로 만들었다. 아무런 토대 없이 참신한 생각이 나올수 없으며 상당히 큰 지식의 밑천이 있어야 혼자 힘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루소는 수많은 지식을 涉獵(섭렵)한 다음에 그 지식들을 비교하고 省察(성찰)하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지식을 만들어 냈다. 그것을 다음과 같이 본 책자의

요점만 대별해 보면

01.정치는 시민의 의무이자 권리다

02.인간은 어디에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

03.사회를 만들기로 계약하다

04.정당한 권력에만 복종하라

05.최초의 사회계약은 만장일치다

06.오로지 일반의지에만 복종하라

07.사회에서 인간은 더 나은 존재가 된다

08.재산은 사회의 것이다

09.주권은 양도할 수도 분할할 수도 없다

10.일반의지는 언제나 옳다

11.일반의지는 내 마음속에 있다

12.국법보다 자연법이 우선이다

13.법은 일반의지의 기록이다

14.사심 없는 사람이 입법자가 되어야 한다

15.국민에게 적합한 법이어야 한다

16.법전에 쓰여 있는 법보다 더 중요한 법이 있다

17.정부는 일반의지를 실행하는 중개자다

18.행정관이 많다고 정부의 힘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19.진정한 민주 정치는 불가능하다

20.귀족 정치에서는 선거제가 바람직하다

21.현명한 왕이 통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22.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의 정부가 가장 나쁘다

23.입법권을 잃으면 국가는 멸망한다

24.주권을 유지하려면 국민이 모여야 한다

25.국민은 투표일에만 자유롭다

26.국민은 정부를 폐기할 수 있다

27.선거보다 추첨이 더 민주적이다

28.대중주의를 경계하라

29.시민의 의무에 따르는 모든 종교를 인정해야 한다

30.대외 관계에서 평화를 지켜야 한다

우리가 이 짧은 책을 통해 인류 전체의 자산인 사회계약론을 다시 검토하는 이유 역시 궁극적으로는 우리 자신의 독창적인 지식을 만들기 위함이며 그 지식을 통해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다. 지식 사회라고 불리는 오늘날에 힘없는 자, 억압당하는 자를 대변하는 지식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중과 지식인의 경계는 무너졌고 이제 모든 사람이 대중이자 지식인이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장자크 루소가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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