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자의 행복 - 2016년 1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조해진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조해진의 <산책자의 행복>은 대학 강단에서 편의점 공간으로 이동한 지식인의 좌절과 고통을 세심하게 그려낸 이 작품에서 우리가 거듭 묻게 되는 것은 살아 있다는 감각의 구체성일 것이다. 눈앞에서 한 세계가 문을 닫아버리는 듯한 안의 삶은 소통되지 않는 편지와 고백의 은유를 통해 더욱 절실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꿈꾸고 사유하는 관념의 자리와 내일을 도모하는 생계의 자리 사이에 힘겹게 다리를 놓으려는 이 소설의 고독한 분투에 깊이 공감하며 그 노력이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 수 있기를 바라며 경제적 위기와 맞물린 소외와 불안의 문제를 한 개인의 삶을 통해 섬세하게 포착함으로써 지금 이 시대에 호응할 수 있는 문학의 상상력이 무엇인가를 새롭게 환기하였다.

김유진의 <비극이후>는 상실과 애도의 서사를 치밀하고 세련되게 서술한 우아한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한껏 팽창되는 이미지와 감각의 글쓰기는 김사과의 <카레가 있는 책상>과도 맞닿는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폭력과 혐오의 사건을 향해 의식의 예민한 날을 세우는 이 소설은 차별과 소외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 들어있는가를 실감하게 한다. 이장욱의 <최저임금의 결정>은 망상과 현실의 숨 가쁜 교차를 통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현상 뒤에 숨겨진 부조리한 진실을 서늘하게 주시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날렵하고 매끄러운 구성을 통해 문학적 상상력의 존재 의미를 뒤집어보는 박형서의 <개기일식> 역시 독자와 소통하는 이야기의 재미를 한껏 주는 시도로 반갑게 다가왔다.

과거의 기억을 현재화하는 소설의 끈질긴 두드림으로 권여선의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가 남기는 물음의 파장은 상당하다. 오해와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내쳐진 삶이 제기하는 윤리적 주제를 추적하는 소설의 에너지가 중편의 형식으로 묵직하게 와 닿았다. 김숨의 <선량한 어머니의 아들들은 어떻게 자라나>는 개인의 내면에 갇힌 합리성과 윤리가 현실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미끄러지는지를 그로테스코한 부조리극으로 포착해보인다. 정미경의 <>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집요한 통찰을 멈추지 않는 작가의 미덕과 솜씨를 새삼 확인시킨 작품이다. 속물적 삶을 다각적으로 살피는 치밀하고 정교한 구성에 매혹 되지 않을 수 없었다. (201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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