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장에선 상장사가 수시로 공시를 한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물론 주주구성, 사업의 내용, 임원학력 및 경력, 계열사 실적, 심지어 ‘풍문(소문)에 대한 해명’까지 아주 빽빽하게 써서 알린다. IFRS라는 국제회계기준이 있어 재무제표 역시 엄격한 기준에 맞춰 작성된다. 덕분에 주식,펀드,채권 투자자는 투자에 참고할 만한 정보가 많다. 상장사가 작성한 분기, 반기, 사업 보고서와 각종 공시, 증권정보업체와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기업과 시장에 대한 각종 매체의 분석 기사 등...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투자자는 어느 회사의 성장성이 돋보이는지 어렵지 않게 감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창업시장은 정반대다. 증권 시장의 ‘투자자’에 해당하는 점주(예비 창업자)가 참고할 만한 정보가 너무도 부족하다. 통계청 자료에는 제조업, 도,소매업, 건설업, 금융.보험업, 음식.숙박업, 서비스업 등으로만 자영업 유형이 나뉜다. 업종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구체적인 트렌드를 알기 어렵다. 특히 도매업과 소매업, 음식업(외식업)과 숙박업은 엄연히 성격이 다른데도 묶어서 발표하니 혼란스럽다. 통계청 조사에서 음식.숙박업 창업이 전년 대비 늘었을 때 우리 국민은 식당이 많이 늘어서인지 모텔이 많이 늘어서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나마 유의미한 정보가 제공되는 건 프랜차이즈 창업시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본사로부터 접수 받아 매년 발표하는 정보공개서가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1년에 한 번, 그것도 하반기에 발표해 시의성이 크게 떨어진다. 결국 국내 550만 자영업자들의 ‘알 권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불과 3년을 못 버티고 폐업과 창업을 반복하는 자영업자 악순환의 몇 할은 이런 정보 부족 때문임이 틀림없다. 프랜차이즈 다점포율 조사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정부가 뒷짐 지고 있는 창업시장 트렌드 조사를 언론이 대신 해보자 싶었다. 가맹본사에 직접 요청해 가맹점수와 다점포수를 알아낸다면 해당 브랜드는 물론 관련 업종으로 창업하려는 예비 점주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되겠지 기대했다. 2015년과 2016년 초,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20여 개 업종 브랜드의 가맹점수와 다점포수, 다점포율을 조사했다. <매경이코노미>가 조사한 브랜드의 가맹점수를 모두 더하면 약 7만 개에 달한다. 공정위에 등록된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수가 20만 개에 좀 못 미치니(2014년 기준)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직접 조사한 셈이다.
취재 과정은 쉽지 않았다. 다점포율이란 개념부터 생소했던 데다 경쟁사보다 다점포율이 낮을 것을 우려한 가맹본사들이 하나같이 자료 공개를 꺼렸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설득했다. 점주와 예비창업자에게 창업 관련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문제점을 상기시켰다. 그로 인해 ‘묻지마 창업’을 한 점주가 얼마 못 가 폐점하면 가맹본사도 타격이 크지 않겠냐고 따졌다. 이 과정에서 가맹본사들과 주고받은 이메일만 300여통, 전화나 문자,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은 건 셀 수도 없다. 담당 직원들은 기사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책임 추궁을 우려해 계속 자료 공개를 꺼렸다. 그런 경우에는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이 가능한 가맹본사 대표나 임원진을 찾아가 다시 설득했다. 끈질긴 취재 결과 끝내 자료 공개를 거부한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료를 받아낼 수 있었다. 조사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2015년과 2016년의 다점포율 변화는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최근 프랜차이즈 시장 트랜드를 생각보다 선명하게 반영하고 있었다. <매경이코노미>는 2016년 2월 ‘다점포 비율로 알아보는 2016년 프랜차이즈 트랜드’란 제목의 커버스토리로 이 내용을 보도했다. 이책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쓰였다. 여기에 내가 5년 4개월간 기자생활을 하며 쓴 경제 창업 기사들과 기사에 담지 못한 취재 뒷이야기, 또 프랜차이즈 대표와 임.직원, 점주, 업계 전문가, 정부 관계자를 만나 들은 저마다의 목소리, 그리고 내가 33년간 어머니 곁에서 지켜본 영세 자영업자의 민낯을 모두 망라한 결과물이다. 다른 욕심은 없다. 창업을 준비 중인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시장 트랜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