孟子(맹자)
동양 전통사상의 중심을 형성하고 있는 유학에서는 공자에 버금가는 사상가로 맹자를 꼽는다. 그래서 공자를 聖人으로 대우하고 맹자를 그다음인 亞聖에 자리매김 한다. 그만큼 맹자는 중국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사상가다. 그가 주장한 性善說을 포함하여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게 회자되는 浩然之氣,大丈夫,王道,정전법,君子三樂 등 수많은 삶의 양식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또한 우리 역사에서 역성혁명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이성계의 조선 건국도 맹자의 사유에서 동기를 부여받았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가 맹자를 주목하는 것은 정치, 경제, 교육, 사회. 문화 등 인간 삶의 현실적 차원을 진지하게 고민했던 그의 遊說 때문이다. 맹자가 실천했던 유세는 정치 지도자가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세는 시대를 선도하는 지성인의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맹자가 살았던 전국시대 각국의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부국강병을 꿈꿨다. 문제는 양육강식 시대에 부국강병을 추구하는 것이 힘의 논리에 지배당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맹자는 정치 지도자들을 찾아다녔다. 때로는 지도자들이 맹자를 초빙했다. 그때마다 맹자는 호소했다. 제발 무력이 아니라 도덕에 기초한 정치를 사람들에게 베풀어달라고,
맹자의 발언은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교훈적인 것들도 많지만 대개는 지도자를 설득해 보려는 유세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오늘날 선거 때만 되면 후보자들이 온갖 감언이설로 유세를 펼치는 현상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인간 세상을 향한 맹자의 호소와 열망은 처절할 정도로 간절했다. 하지만 대부분 수포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당시 현실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인지 지도자들에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맹자는 후대를 기약했다. 자신의 유세를 비롯한 교훈을 저술로 남기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 결과가 불후의 명작 <孟子>다.
춘추전국시대의 대부분 사상가들이 그러하듯 우리에게 인지된 명성에 비해 맹자의 삶과 사상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사마천이 전하는 서너단락의 글이 맹자의 역사적 흔적을 일러 주는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미친 맹자의 영향력은 매우 크며 우리에게 전해지는 맹자의 사유 역시 매우 광범위하다. 공자를 비롯한 고대 사유를 계승할 부분도 있지만 창조적인 사유도 많다. 맹자 고유의 독창적 사유나 실천을 보면 첫째는 인간의 성품이 착하다는 性善說을 확실하게 선언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공자의 仁의 뜻을 이어 義를 주장했고 이를 도덕실천의 규범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셋째는 ‘기를 기르라’는 養氣의 학설을 내놓았고 넷째는 인의를 근본으로 ‘왕의 길 王道’를 말하여 나라를 포함한 조직 공동체를 다스리는 주요 방법을 밝혔다는 점이다.
이런 독창적인 사고의 철학적 위대함은 ‘인간의 성품 혹은 본성이 착하다’는 양심의 선천성과 그것의 보존- 확충을 전제로 하여 인간의 모든 삶을 고려하는 데에서 발휘된다. 맹자는 공자의 손자인 자사의 제자에게서 배웠다. 자사는 ‘성실함 誠’을 중심으로 인간성을 규명했다. 맹자는 이를 발전시켜 ‘착함 善’을 선언했다. 착함에 기초한 인간의 길은 義, 그 자체였다. 의는 의리로 풀어 쓸 수 있다. 인간은 의리를 쌓고 쌓아 생명력을 얻어 호연지기를 마음에 충만하게 한다. 그것의 전형적 인간형이 대장부다. 최고 지도자나 경영자인 왕의 길은 이런 과정에 비추어 볼 수 있다. 맹자가 논한 지도자의 길은 공동체 조직에 속한 사람을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구성원을 보호하고 기르는 훌륭한 정치의 길이다.
서 반드시 부모를 모시기에 넉넉하게 해 주고 처자식을 양육하는 데 충분하게 지원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일차적으로 보장될 때 인간은 살맛을 느낀다. 사람이 억압받고 죽어 가는데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가 끊임없이 쌓여 가는데 누가 그런 나라에서 살고 싶어 하고 누가 그런 조직 공동체에 근무하고 싶어 하겠는가?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지도자의 길일 따름이다.
본 책 제1장에서는 인간의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 제2장에서는 사람의 행동이 의리에 의한 것인지 이익에 의한 것인지, 제3장에서는 정치의 기준이 왕도인지 패도인지, 제4장에서는 사람다움의 길이 효도와 우애에 있음을 제5장에서는 모범적 인물들의 공부와 삶의 지혜를 다루었다.
맹자 당시에는 이런 사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의 주장이 역사를 통해 사상적 보편성을 얻었더라도 실제 현실 정치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자, 소크라데스, 예수, 무함마드, 부처 등의 위대한 사상이 대개 이런 과정을 거치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현실이다. 맹자는 마음수양을 바탕으로 올바른 정치와 길을 모색했다. 이는 제4차 産業革命 의 빅 데이터 시대에도 우리 삶의 지침으로 요청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