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 - 대한민국 최고의 범죄학 박사 이윤호 교수의 연쇄살인범 53명의 프로파일링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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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가 '험악'하다는 말, '세상이 미쳐돌아가고 있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최근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만 봐도 그렇다. 17세의 중퇴 여고생이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만난 비슷한 또래의 여자아이와 함께 고어게임을 하다가, 그 상상을 실천에 옮겼다. 성인 여성처럼 보이기 위해 어른 옷을 골라입고 케리어를 든채 놀이터에서 '사냥'을 시작하고, 한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핸드폰을 빌리러 오자 베터리가 없다며 집에 데리고 가 목을 졸라 죽인 뒤 시체를 회손, 아파트 옥상 물탱크에 유기했다. 이 소식에 모든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강호순처럼 지역을 돌아다니며 여성을 연쇄적으로 살해한 사건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성인이라는 나이와 남성이라는 성별이 아닌, 연약하고 어린 여고생이 벌인 치밀하고도 극악한 사건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누구나 '살인자'가 될 수 있고, 내 옆에 평범한 사람이 살인을 저지를수도 있다는 생각은 사회의 범죄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언제, 누가, 어떤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는 걸까? 여기 한국 최초의 범죄학 학사를 받은 이윤호가 쓴 책을 읽어보자. 연쇄살인범 53명의 프로파일링을 다룬 책으로 앞선 궁금증을 풀어줄 살인자들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레이더의 연쇄살인이 더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여느 평범한 미국 가정의 아버지요, 남편이요, 직장인으로 보였으며

직장 또한 시민의 안전을 제공하는 민간경비회사에 다녔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범행을 편지로 경찰에 신고하고 언론에 알려서

자신의 범행을 자랑하고 명성을 얻겠다는 공명심이 가득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의 범행이 무려 30여 년이나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 지금 우리는 점죄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그들은 왜 살인을 저지르는 걸까?

범죄학의 기본, 살인자의 살해동기를 밝히는 이야기.


이 책은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유학을 한, 1987년 한국인 최초로 범죄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윤호 범죄학자가 쓴 책이다. 세계에서 유명한 연쇄살인범 53명의 범죄를 다루고, 이들의 과거사와 범죄동기, 처벌에 관한 이야기와 범행이 미친 사회,문화,예술,법률적 파급력을 함께 다룬다. 범죄학 이론과 현실적인 사건을 대입해 독자의 이해도를 높이고, 현재 누구도 범죄로부터 안전할 수 없는 시대인 만큼 개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범죄학에 관한 기본 지식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야기는 범죄 동기와 성향을 묶어서 사례들을 나눈다. 인격장애로 인한 시간,식인,존속살인 사례, 가정불화가 만든 강간, 살인 사례, 극에 대한 집착이 만든 증오 범죄 사례와 미성년 범죄 사례, 사회불만이 만든 총기난사 사례, 정신분열이 만든 총기난사 사례, 우월해지고 싶은 개인의 욕구가 만든 잔혹살인 사례, 여성의 증오가 만든 여성살인자들의 사례로 나눠져 있다.


- 범죄자들은 사실 무고한 사람들 이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안타까운 현실,

하지만 정신병이나 심신미약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오류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

사례를 읽다보면, 범죄자들은 평범한 사람이거나 다른 범죄의 피해자 일 경우가 많다. 그들의 배경과 환경이 그들을 극악 살인마를 둔갑시킨 것이다 . 연쇄살인범의 어린 시절을 고찰해 보면, 어릴적부터 정신적 육체적 학대에 노출된 사람이 많다. 친부모나 친조부모, 친척들이 무고한 어린 아이들에게 추악한 권력을 행사한다. 이를 '가족의 역기능'이라 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보호와 사랑으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이 아니라, 분노와 정신병을 유발 시키는 것이다. 마이클 부루스 로스는 어릴적 어머니의 정신 이상 행동으로 인한 학대로 살인을 저지르고, 돈타 페이지는 어릴적 학대로 인한 뇌손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토마 린 셀즈는 어머니의 동의하에 클라크라는 남자에게 성적 학대를 받아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이들은 모두 무고한 어린이들이었다. 인간 본성인 모성이나 부성의 부재로 인한 피해자였다. 누구보다 자유롭고 찬란했을 시기를 억압과 분노로만 쌓아오다가, 그것이 성인이 되자 다른 무고한 이들에게 또 다른 폭력으로 표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만 봐도 살인을 한 여고생은 학교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가정에서 올바른 교육을 받지 못했다.


이 점만 보면 사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들이 자신들이 받은 학대나 환경으로 인한 정신병, 혹은 알콜중독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하며 감형을 받으려는 시도는 공분을 살 일들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이것이 가장 큰 딜레마이다. 살인자가 또 다른 피해자이자 정신이상자라서 사회로 부터 보호 치료 되어야할 대상인가, 아님 피해자의 고통을 생각해 엄벌에 처해야만 할 대상인가.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후자를 강력히 주장했지만, 읽다보면 많은 혼란에 휩싸인다.

이런 연쇄살인범들의 과거사 외에도 연쇄살인범들의 '규칙'이나 '특징'들이 있으니 읽어보자. 누구도 안전할 수 없는 시대, 그리고 누구도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시대인 만큼 범죄학을 아는 것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범죄에 대한 예방책이 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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