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걸려온 전화
고호 지음 / 델피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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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소설은 어렵고 무겁다. 읽고 나서 기분 좋다기보다는 우울할 때가 더 많다. 진유라의 <무해의 방>도 그렇고 반디의 <고발>도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소설을 읽는 이유는 의무와 궁금증 때문이다. 분단국가지만 같은 민족으로써 북의 사정을 좀 더 명확하게 알아야할 의무감, 그리고 교육이나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특히 탈북민들의 경험담에서 나온 북의 인권유린과 생명을 위협받는 북한 국민들의 실태가 어디까지가 사실인지에 대한 궁금증. 항상 그 사이에서 출발하곤 한다. 이번에 소개할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는 만날 수 없어 애달픈 마음에 한번쯤 상상했던, 그 고대하던 이야기들을 그려낸 소설이다. 주구장창 슬프고 무겁기만 한 것이 아닌 북한을 소재로한 소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일까?

 

 

주희는 정말 2019년에 사는 걸까?’

금성2고중에 곧 입학할 리설주라는 인민학교 꼬마아이를 알아본 것도 그랬다.

굳이 2019년이 아니라 해도 남조선에 사는 주희가

어떻게 평양 사정을 훤히 들여다본다는 것인가? 게다가 고난의 행군까지...

인정하기 싫지만 정확했다.

다들 말은 안 했지만 대원수님께서 돌아가시면서 살림 사정이 어려워졌다.

 

 

주희네 가족은 이산가족이다. 함경도가 고향인 할아버지는 임신중인 아내를 떠나 국군이 되어야만 했고, 남하한 채로 이별을 해야했다. 그 후 할머니와 재혼을 해 아버지가 태어난 것이다. 후에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갔고, 이산가족상봉신청을 했지만 매번 소식이 없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할아버지.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뇌졸중 증세까지 보이시는데, 이런 와중의 주희에게 한 통의 의문의 전화가 온다. 1996년의 평양에서 설화라는 인물에게. 1996년 평양의 설화는 오래전 병으로 엄마를 잃고, 북한대좌군 아버지와 국방대학교의 인재인 오빠와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반동분자가 섞인 가족으로 낙인 찍힌 삶을 살고 있다. 자본주의에 물들어 도망친 오빠 때문이다. 설화는 학교에서 쫓겨나고, 동무들은 오빠가 남조선으로 탈북한 거라며 피박하고, 탈북하다 중국 변방대에 붙잡혀 죽었을거라 조롱한다. 게다가 리동혁 경찰국장은 설화의 아버지에게 딸 설화를 영예군인(늙은장애인군인)에게 시집보내지 않을거면 공작임무를 수행하라는 부당한 협박을 하고, 결국 설화의 아버지는 위험을 안고 집을 떠난다. 아버지가 떠나자 마자 설화는 간첩으로 누명을 쓰고 보위부까지 끌려가는 사건이 발생하고, 결국 설화는 탈북을 결심하게 되는데... 주희네 할아버지는 이산가족상봉을 할 수 있을까? 설화는 무사히 탈북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야기는 주된 시점으로는 남한의 주희와 북한의 설화의 시점으로 교차진행된다. 짧을 분량의 빠른 전환, 큰 글자와 짧은 단문, 오빠로 인해 반동분자로 낙인 찍힌 설화의 집 가정사, 이런 설화의 이야기들 들어주며 탈북을 하라는 주희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다른 북한소설보다 제법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남한의 주희와 북한의 설화의 생각이 얼마나 많이 다른지, 그 차이에서 오는 불편감과 이질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상으로 연결되 이어지는 인연과 같은 한민족이라는 동포애는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특히 설화의 시점에서 북한의 말투나 어조가 느껴질 만한 대화체들과 북한에서 쓰는 다양한 용어들이 생동감 있게 실려 있어 인상깊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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