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기담집 - 아름답고 기이하고 슬픈 옛이야기 스무 편
고이즈미 야쿠모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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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지나면 바래고 썩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재조명되며 귀히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이번에 소개할 <골동 기담집>은 그런 이야기를 엮은 기담집이다. 나츠메 소세키, 사가 나오야, 하기와라 사쿠타로, 사토 하루오, 가와타 쥰 등 일본의 거대 문호들이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고 문학을 배웠다고 한다. 한가지 독특한건 일본문학가들이 인정한 산 역사인 저자 고이즈미 야쿠모가 아일랜드 군의관 아버지와 그리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서양인이라는 것이다. 어릴 때 서양의 각지를 돌아다니며 호텔보이, 야간경비, 행상, 저널리스트를 거쳐 일본에 와 중학교 영어교사, 도쿄태학 문학 강사가 되면서 번역, 기행문, 문학 분야에 다양한 저작을 남긴다. 아마 이런 그의 외적인 출생과 다양한 경험이 어우러져 비합리적이고 다변적인 환상문학을 만든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일본 환상문학의 수원지이자, 외국인이 쓴 일본기담집은 어떤 이야기 일까?

 

 

지난밤 어떤 분이 목탁을 두드리면서 염불을 외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스님께서 돌아오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늙은 비구니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것은 스님이 아닙니다.‘“

 

이야기는 크게 두가지로 분류된다. [1부 오래된 이야기] [2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 [오래된 이야기]는 유령폭포의 전설, 찻잔 속, 상식, 생령, 사령, 오카메이야기, 파라 이야기, 꿩 이야기, 츄고로 이야기가 있다. 이 아홉편의 이야기는 일본에서 전해내려오는 오래된 기담으로, 특정 지역에서 내려오는 토속 전설, 괴담, 민담, 같은 것을 고이즈미가 고서에서 골라내어 자신만의 소설형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위험한 내기에 도전하려 유령폭포로 간 여인, 찻잔 속에 비친 사람을 마셔버린 이야기, 밤마다 코끼리를 타고 나타나는 보현보살, 죽어서도 매일 밤 남편을 여인 등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는 저자 고이즈미 야쿠모가 직접 경험하거나, 초안부터 상상해 만든 열편의 단편이다. 저자가 가엾은 한여인, 새끼들을 그리워하는 어미 고양이, 자신이 기르던 풀벌레, 하늘을 나는 매미와 잠자리, 작은 물방울 하나에 이르기 까지 작은 것들을 포착해 생명을 불어넣는 고이즈미 야쿠모 만의 따뜻한 시선과 생과 사에 대한 정의, 죽음의 공포와 삶의 허무를 이겨내는 의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무서웠다가 웃고, 울다가 따뜻해 진다라는 표어처럼, 이 책은 그런책이다. 뜨거운 여름날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 1부의 괴담, 그리고 뭉클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2부의 단편, 모두 그의 시선과 상상력으로 재생산되거나 창조된 이야기로, 놀라운 환상문학의 기묘함과 신비함, 아름다움을 품고있지만, 더 훌륭한건 타지 출생의 사람이 일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담으며, 독자에게 다양한 감정의 이야기를 전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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