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방 - 악마, 환생 그리고
유동민 지음 / 좋은친구출판사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것이 다리가 여럿달린 벌레일수도 있고, 현실적인 어려움인 가난일수도 있고, 직접적으로 위해가 가해지는 강력 범죄일수도 있다. 이것들은 직접적으로 보여지고, 확인할 수 있는 것이고, 그렇기에 두렵고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원인과 이유 없는 막연한 공포가 있다. 과학적인 현상이나 사람의 이성으로는 규명하기 힘든 일들, 우리는 그것을 ‘오컬티즘’이라 한다. 오컬트는 신비적이고 초자연적인 것의 총칭이나, 대부분 악령, 악마를 소재로 한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면 비상식, 비이성적인 것에 공포감을 느끼는 것이 어리석고 미련하다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세상에는 설명하거나 규정지을 수 없는 것들이 무수히 존재하고, 그것의 정체를 확인하거나 확신할 수 없기에 더 겁이 나고 피하고 싶은 것 일지도 모른다. 여기, 악마와 마녀를 소재로 한 공포소설이 있다. 한국식 오컬트를 보여주는 소설, 한여름을 오싹하게 만들 <악마, 환생 그리고 마녀>를 소개한다.



‘넌 불사의 객이 되어, 지식의 주인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며,

악몽의 지배자이자 기억의 강탈자가 될 것이다.

너의 사명을 잊지 말라.

마녀를 찾아, 인간을 멸망시켜라! 그리하여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도록‘

- 불멸, 욕정 모든 욕심이 만들어낸 위험한 계약

제물, 악마, 마녀, 의식... 그리고 후세에 까지 이어지는 위험한 악의.

박순구는 100세의 나이지만 정정함을 보인다. 그가 일제강점기 시절 많은 문화재를 일본에게 건내 부와 권력을 취득해서 인지, 그의 겉모습은 젊음과 기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부나 힘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는 그의 조상에게 물려받은 출처모를 ‘검은책’의 주술을 행해, 자신의 장기들을 교체해 영생을 얻어가고 있었다. 그는 그 힘으로 온갖 악의로 만행을 저지르며 살았고, 그러던 중 그의 손아귀에 한 처녀 ‘단월’이 떨어지게 된다.

단월의 아비는 굶주리다 못해 딸을 넘겼고, 박순구는 단월이 제물로 삼기에 적합하다 판단한다. 그리고 특별한 의식을 행하려 계획을 세운다. 이를 안 박순구의 첩 수향은 단월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수향은 단월을 구하기 위해, 박순구의 하인이자 자신을 흠모해온 만수를 꼬여내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의식 당일, 수향과 만수를 비롯한 노비들은 박순구를 제거하려 반란을 저지르지만, 박순구는 살아남아 악마를 소환하기에 이르고, 그 동안 잠재워 있던 수향의 악의가 깨어나, 집안은 악마와 마녀로 뒤덮히고, 사람들은 죽어나가는데...

현재, 열심히 일을 해, 겨우 얻은 새집으로 이사가는 태경의 가족들. 태경은 시세보다 훨씬 싸게 나온 집으로 이사가게 되고, 그 즐거움도 잠시 그의 주변에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기괴한 환청 환영은 물론이고, 아내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딸아이는 엄마가 쓰러지기 전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방을 망치로 부숴버렸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전한다. 계속해서 벌어지는 알 수 없는 위험 속에 태경에게 재덕이란 인물이 나타나고, 재덕은 예전 박씨(박순구)일가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였는데... 과연 이 일의 정체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악마와 마녀, 영생과 욕정, 증오와 사랑 모든 것이 뒤엉키며 진행되는 이 소설은, 읽다보면 강령술이나 저주의식을 소재로 한 한국 드라마들이 떠오른다. 쉬운 문체와 빠르게 진행되는 속도감 넘치는 전개는 물론, 장면마다 CG를 입힌듯한 검은 형태와 알 수 없는 괴물의 생김 묘사는 오컬트 공포소설로써 상상불가능한 소재를 생생하게 전달해 기묘한 공포감을 선사한다. 또한 악마와 마녀가 같은 악한존재로써 한 편에서 서서 인간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이 불러 일으킨 저주 혹은 피해로 인한 탄생되었으며, 서로 대립하며 인간의 세계에 숨어들어 언제 어디서든 환생할 수 있으며, 누군가와의 계약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경계없는 무한의 두려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한국 오컬트를 좋아한다면, 한 여름 무더위를 잊게해줄 이 책을 추천한다.  한 번 읽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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