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만 보이는 남자
최광희 지음 / 열세번째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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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에 대한 정의가 다양한 만큼, 그 사랑이 시작되는 이유 또한 다양하다. 어쩌면 이상형의 단편일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제각기의 이유로 사랑이란 감정을 느낀다. 그것은 상대의 외모일수도, 능력일수도, 성격일수도 있고, 당시의 환경이나, 본인이 처한 상황, 혹은 알 수 없는 분위기 탓이기도 하다. 여기 두 남녀가 있다. 이들이 사랑이 빠지는 순간은 미묘하고 난해하다. 그들의 시공간은 서로를 초월했고, 언제 어느 순간부터 였는지도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단지, 보통의 외적인 이유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넘어선 정신적 교감속에서 사랑이 시작된다. 나에게만 보이는 남자. 그와 사랑에 빠져든 한 여인의 이야기 <내게만 보이는 남자>이다.



“쉽게 하는게 아니라 마침내 하는 것입니다.‘

“마침내? 마침내가 그렇게 쉽나요?”

“간절하면 언젠가는 고백해야 할 순간이 반드시 찾아오고,

그때는 용감하게 말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사랑입니다“

- 내게만 보이는 남자가 있다.

어느날 문득 내 시선에 들어온 남자, 존재를 알 수 없는 그와 사랑이 시작됬다.

정인은 전업주부이다. 결혼 6년차로 남편과는 별 문제없이 부부생활을 이어가는 중이다. 다만, 최근에 들어서 시댁의 눈치가 보인다. 몇 년을 노력해도 생기지 않은 아이 때문이다. 남편은 괜찮다고 그녀를 위로하지만,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텅 빈 집에서 문득 찾아오는 외로움을 느낀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었다. 무효함과 외로움의 연속된 날중의 하루. 그날 아침 그녀는 뜻밖의 광경을 목격하고 만다. 냉장고 옆에 정체불명의 남자가 서있는 것이다.

당황과 공포감에 경찰에 알렸지만, 미친사람으로 의심만 받을 뿐이다. 그는 오직 그녀의 눈에만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유령인가? 착각인가? 남편은 그녀에게 스트레스때문이라며 안심시키지만, 매일나타나는 그 남자 때문에 정인은 온갖 감정에 휩까인다. 그리고 결국 용기를 내 그 남자에게 말을 걸었고, 그 남자는 정인의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이 기뻐하며 그녀에게 무한한 사랑의 고백을 전한다. 황당과 혼란에 복잡한 심경의 정인. 하지만 곧 그의 열렬한 고백에 마음이 흔들리고, 아무도 모르는 자신만의 연애를 시작한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불륜도 아니고, 남의 시선이 없으니 자유롭다. 그렇게 연애에 단꿈에 취할 무렵, 한 노인이 나타나고, 그 노인은 남자 추적하며 그를 어디론가 데려가는데... 그 남자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그와 다시 사랑에 빠질수 있을까?

- 사랑을 만나기 위해, 외로움을 견뎠는지도 모릅니다.

외로움 끝에 찾아온 사랑, 사랑의 갈망 그리고 감동적인 반전.

독자는 내내 이 남자의 정체가 궁금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여성에게만 보이는 존재, 마치 환영같기도 하고, 유령일지도 모르고, 외계나 신적인 존재일지도 모른고 심지어는 여주인공인 정인의 정신상태를 염려하기에 이른다. 다소 과감하고 비현실적인 상상을 하며, 그 남자의 정체를 찾는 미스터리와 추리를 하며 읽어나가게 된다. 하지만 곧 그 호기심을 넘어선, 그들의 사랑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다소 황당하고 비현실적이지만, 어떻게 보면 운명 같은 특별한 만남이었고, 남자는 정인에게 열렬하고 솔직한 고백을 이어나가기 때문에 그 진지한 로맨스에 정인처럼 빠져들고 만다. 독자는 정인이 사랑에 빠져들어가는 속도만큼, 천천히 남자의 정체를 궁금해하거나, 그를 의심하는 경계심으로부터 멀어져간다. 이제 그들의 사랑이 비현실적이건 비도덕적이건 중요하지 않다. 그들처럼 몰래, 그 사랑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이야기는 판타지적인 소재 덕분에 처음으터 흥미로운 진행을 보인다. 하지만 이 소설이 그냥 오락소설이 아닌, ‘전생 시뮬레이션’이라는 다소 상상력과 미래과학적인 소재를 섞은 ‘사랑을 위한 시간여행’이라는 진지한 로맨스를 보여준다. 그리고 놀라운 결말과 어쩌면 예상해왔지만 부정하고 싶은 슬픈 이별이 아닌, 안타까운 만남이라는 독특한 결론에 다다른다.

저자는 이들이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 어떤 ‘조건’ 때문이 아니였고, 사랑을 유지하게 된 것이 특정 ‘기억(추억)’때문이 아니였음을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특별함이 아닌, 그저 자신의 외로움을 알아주고, 보듬어주는 감정을 나눈다는 ‘교감’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을. 그 교감은 시공간을 초월할 위대한 사랑의 힘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것은 아닐까? 그래, 사랑은 ‘감정을 나누는 것’ 그렇게 정의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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