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병동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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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노령화를 소재로 한 <70세 사망법안, 가결>, 저출생 비혼화를 소재로 한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로 알려진 가키야 미우. 그녀는 미스터리부터 판타지, 현대소설에 이르기까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생생한 인물묘사와 시나리오 같은 대사, 충격적인 반전을 갖추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현대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이다. 그녀의 작품을 ‘사회문제소설’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저자가 그동안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주택마련대출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소설화했기 때문이다. 헌데, 그녀가 변했다. 이번에는 ‘사회문제’가 아니라 ‘개인문제’를 다룬다. 지극히 사적인 영역. ‘만약’이라는 가정을 하고 ‘후회’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죽음’의 앞에서 ‘삶’의 의미를 되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본 소망이 ‘후회병동’에서 펼쳐진다.



‘죽어 가는 사람의 욕망이 산 자의 그것과 다르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욕망이라는 동력이 삶의 의욕을 만들 듯,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욕망을 안고 살아간다.‘

 

- 옮긴이 -

 


- 모든 인간에게는 후회가 있다. 그러나...

후회를 되짚어 볼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의 과거를 되돌려 드립니다.


 

호스피스 병동 여의사 루미코는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인턴같다. 경력은 중견의사나 다름없지만, 말기 암 환자와 그들의 가족으로부터 컴플레인은 물론, 동료들 사이에서도 ‘배려없는 의사’로 낙인찍혀있다. 대체 왜 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지만, 그녀의 생각에는 자신의 어떤 부분이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지, 무신경하다는 평가를 받는지 알지 못한다. 예전부터 어휘력이나 표현방식에 있어 어설펐기에 둔감하다는 말을 듣곤 했지만,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언제나 고민한다 ‘환자의 육체적 고통을 덜어 주는 것뿐 아니라, 마음을 돌보고 동행하고 싶지만, 나처럼 둔한 사람은 맘처럼 되질 않는다’라고. 막막한 시점, 그녀에게 순간을 기회로 만들 ‘청진기’가 나타난다.


 

어느 날 화단에서 청진기 하나를 발견한다. 헌데 이 청진기를 환자의 몸에 대면, 환자의 마음속 목소리, 속내가 들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착각인줄 알았지만, 곧 사실임을 인정하게 되고, 죽어가는 환자들의 마음속을 들여다 보게 된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들이 가장 되찾고 싶어하는 무엇, 그리고 가장 후회하고 돌이키고 싶은 순간을 알게 된 그녀. 루미코는 청진기의 또다른 기적, 과거로 되돌아가는 힘을 통해, 환자들과 함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를 되짚어 보기로 하는데...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돌이키고 있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때 그 공간, 그 사람에게로 달려간다.

 

 

 

- 후회하지 않는 선택은 없다. 그리고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죽음을 계기로 삶의 의미를 되찾아가는 이야기,

 

 

이 소설은 가키야 미우의 변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직면해온 그녀가 개인문제에 관심을 두고 포용을 한다. 환자의 마음을 듣는 기발한 상상력이 빛난 소재와 충격적인 반전은 여전하지만, 그것들이 이르는 목적은 다르다. 독자에게 주변(사회)에 관심가지고 변화하라 경고하던 그녀가, 이번에는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의 삶의 의미를 찾아보라 권한다. 좀 더 따뜻하고 다정해진 시선과 개개인 누구나 해봤을 ‘만약’이라는 가정과 ‘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후회를 통해 삶과 죽음을 이야기 한다.


누구나 완벽한 인생을 살지 못한다. 때론 한계에 도달하고 모순을 겪으며, 갈등과 배신에 굴복하고, 방황과 절망을 순간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잘못된 선택에 의한 것이라 여기며, 지나간 일에 집착하고 후회하며 삶을 소비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것은 일일까? 저자는 시한부라는 인물설정을 통해 삶의 욕망과 간절함 그 마지막 불꽃을 보여준다. 또한 다른 타임워프처럼 과거에 돌아가서 현재를 바꾸는 설정이 아니라, 과거에 돌아가서 진실을 깨닫고 현실을 인정하게 만듬으로 삶과 죽음 그 어느것도 중요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가키야 미우의 변화, 기대되지 않는가? 사회가 아닌 개인, 그것도 누구나 생각하는 선택과 후회, 누구나 겪어야만 하는 삶과 죽음을 다루는 이야기. 꿈, 가족, 결혼, 친구, 우리들의 삶에서 가장 소중하고 애틋한 부분만을 골라한 이야기. 어쩌면 후회병동은 고통을 덜고 죽음을 맞이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후회를 통해 삶을 되돌아보고 죽음이 부정이나 소멸이 아니라, 잘 묵여진 매듭과 괜찮은 마무리였다고 격려하는 곳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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