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24
김유철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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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저수지에 한 여성 변사체가 떠올랐다. 유서도 단서도 목격자도 없었고, 타살 흔적도 없었다.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여성은 열아홉의 홍수연양. 어린 소녀가 어째서 차가운 물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일까? 2017년 3월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 의문을 파헤쳤다. 그리고 밝혀진 것은 특성화고등학교의 추악한 민낯이었다. 당시 학교 현장실습의 일환으로 콜센터 상담사로 일한 홍수연양은 청소년이며 실습생이라는 불리한 지위로 일상적인 폭력과 인권침해에 시달렸다. 기업의 폭력을 학교에 알렸지만, 학교는 취업률 100%달성을 위해 묵인했다. 결국 조기취업을 꿈꾼 한 여학생을 잔인한 선택을 하도록 내몬 것이다. 2019년 이 사건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다. <콜24>는 이 실화를 소재로 한 사회파추리소설이다. 고졸신화, 학력파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라져간 생명. 그 어두운 진실을 다시 재조명한다.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해요.

현실을 바로 보지 않고 피하기 시작하면 끝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거죠."

- “누구나 되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거잖아.”

“그런 꿈들이 널 아프게 할지도 몰라.”

김변호사는 조변호사에게 한 사건을 부탁받는다. 사건은 강간치사사건. 공익근무 중인 재석이 미성년자인 학교 후배 해나를 성폭행하고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부검결과 피해자(해나)의 시신은 외부의 뚜렷한 타살 흔적이 발견되지 않고, 사인원인은 익사로 밝혀졌으나, 시신에서 재석의 정액이 발견됨으로 재석이 지목된 것이다. 김변호사는 재석을 만나고, 사건이 벌어진 저수지와 근처 모텔, 식당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점점 단순 남녀사이의 문제가 아님을 직감하게 되는 김변호사. 한편 대통령의 탄핵 정국과 맞물린 시점, 해나 사건은 관심밖으로 밀려나야 하는데, 검찰수사관이 투입되고, 검찰이 준강간죄가 아닌 강간 및 살인치사죄로 무리하게 몰아 붙이기 시작한다. 김변호사는 점점 사건의 이면이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김변호사는 조변호사에게 사건의 내막을 묻게 되고, 조변호사는 해나의 죽음에 자신도 책임이 있다는 말과 함께, 해나의 죽음이 대기업 KC의 계열사와 관계되어 있다는 것과 그녀보다 먼저 자살한 팀장이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김변호사는 해나가 강간 당한 수치심에 자살을 한 것이 아니라, 대기업 계열사인 콜센터 해지방어팀의 폭력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는데...

- 현장실습생 제도가 가진 폐단, 그 어두운 그림자를 파헤치다!

취업신화에 숨겨진 폭력 그리고 사라져간 희생자들.

<콜24>는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죽음에 이른 여고생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터지고, 경제 위기가 찾아오자, 취업난이 발생했다. 이로인해 일부 고등학생이 대학진학보다 일찍이 사회에 나가 일하는 것을 희망하게 되었고, 특성화고등학교의 현장실습생 제도가 생겨났다. ‘고졸신화’ ‘학력파괴’ ‘취업률100%’를 내세우며 획기적인 제도임을 광고했지만, 이 모든 것은 임금부담을 덜려는 대기업과 교육청으로부터 연관 지원을 받기위한 학교의 기만이었다.

기업은 이중계약과 임금차별, 초과근무, 실적요구 등 불합리한 대우와 폭력을 행했다. 학생은 학교에 알렸지만, 학교는 기업과의 관계와 높은 취업률 달성을 위해 알면서도 묵인했다. 실화의 홍수연과 소설의 해나는 보호받아야할 신분이었지만, 그 학생이라는 신분과 꿈을 꾼다는 희망 때문에 피해자가 되었고, 희생양이 되어야만 했다.

이렇듯, 실화와 소설은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현실을 고발한다. 결코 가볍게 다뤄져선 안되는 소재, 다소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은 실화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콜24>를 읽어보자. 읽는 내내 안타까움, 분노, 슬픔이 자리하지만, 여전히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 희생자는 발생되고,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알고 싶지 않은 진실도 알아야하고, 마주하고 싶지 않는 민낯도 바라봐야하는 것이 저자가 독자에게 준 숙제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소설을 찾는다면, 세월호 사건을 기반으로 한 김탁환의 <거짓말이다>,

광주인화학교 사건을 기반으로 한 공지영의 <도가니>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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