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하면 할수록 책 고르는 일이 이상야릇하게 어려워졌다. 길지 않으면서도 생각할 거리는 충분해야 한다. 그렇다고 또 너무 어려우면 안 되고, 재미도 있어야 한다. 이 무슨, 청순하면서도 섹시하고 착하면서 능력까지 있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상형 타령이란 말인가. 그래도 그런 책을 찾고 싶었다. 단 한 번으로도 ‘아, 독서모임이 이런 거구나’ 하는 감각이 남아야 했다. 한 번만 만난다는 조건 때문에 가볍게 시작했지만, 그 조건 때문에 오히려 점점 더 무거워졌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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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해하며, 한 번 참여해 보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가벼운 형태의 독서모임을 떠올려 보았다. 한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책을 선정해 하루짜리 모임을 만든 것이다. 한 번만 오면 된다! 한 번 와 봤는데 싫으면 다음엔 안 오면 된다! 바쁜 직장인도 자신의 일정에 맞춰 참여할 수 있도록 평일 오전과 저녁, 주말 오전과 저녁 등 시간대도 다양하게 열어 두었다. 마트의 시식 코너 같은 독서모임. 그렇게 원데이 북클럽이 시작되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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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들》은 우리 사회가 그간의 무수한 사회적 재난을 충분히 애도하고 통찰하는 대신 은폐하고 소거하기에 급급해왔음을 겨냥한다. 겪어야 할 슬픔은 억누르거나 외면하지 말고 진심으로 애도함으로써 통과해야만 한다. 슬픔은 어디로도 사라지지 않고 웅크렸다 우리 곁으로 되돌아오게 마련이니까. 어느 날 느닷없이 말뚝으로 시랍화된 슬픔이 우리 집 거실로 진군해 들어오거나 광화문 광장을 에워싸는 방식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가없는 슬픔에 빠져들게 하는 ‘말뚝’은 슬픔은 슬픔의 방식으로 겪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이 소설이 가닿은 애도와 연대의 윤리는 근래에 보기 드문 서사적 활력과 함께 찾아와 굳건한 말뚝처럼 독자에게 내리꽂힐 것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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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결국 알게 되겠지만 이 소설은 ‘눈물’의 이야기다. 아무리 유머와 능청, 말도 안 되는 설정이 난무한다고 해도 당신은 결국 울게 될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지. 당신은 울면서도 웃고 울면서도 자꾸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할 것이다. 이 얄궂은 정서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모두 이 소설의 잘못이다. 이 소설이 지닌 문체의 잘못이다. 이 소설을 쓴 작가는 유머는 곧 문체임을 잘 아는 사람이다. 그 문체로 당신의 기억을 헤집을 것이다. 당신으로 하여금 12월 3일을 떠올리게 할 것이고, 눈 내리는 도로 위 은박 담요를 뒤집어쓴 사람들을 복원시킬 것이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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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출몰한 말뚝들이 우리 마음의 눈물 버튼을 누른다. 사람들은 도시 곳곳에 나타난 말뚝들을 보며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린다. 《말뚝들》이 전달하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가 바로 이 ‘눈물’이라고 나는 읽었다. 제련소에서 유독 물질에 중독되어 죽은 외국인 노동자, 나흘째 잠을 못 잔 상태로 인도를 덮친 택배 노동자, 그 택배차에 받혀 숨진 아이, 그들이 모두 말뚝들이 되어 나타난 순간 이 죽음이 사회적 죽음이라는 사실은 명백해진다. 그리고 말뚝들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우는 사람들의 눈물 역시 아마도 사회적 슬픔일 것이다. 《말뚝들》은 이 사회적 죽음과 사회적 슬픔을 추적하고 반추하며 기록한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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