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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동물원 - 국어 선생님의 논리로 읽고 상상으로 풀어 쓴 유쾌한 과학 ㅣ 지식의 놀이터 1
김보일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2월
평점 :
다윈의 동물원은 쉽게 쓰인 진화론을 위한 과학서이다. 하지만 읽다보면 과학책인지 잊어버린다. 고양이를 이야기 하다가도 귀족이라는 계층의 특징을 살피거나, 갑자기 사르트르 이야길 하며 끈적임에 담긴 소유와 욕망에 대한 철학적 주제를 늘어놓는다. 수많은 동물이 등장하고 다양한 식물이 나오지만 늘 인간을 대입시킨 설명으로 마무리 짓는다. 결국 자연의 다양한 진화기제들은 인간행동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자연의 진화는 정말 다양하다.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는 가령, 기린은 나무에 높은 잎까지 먹을 수 있도록 목이 길게 진화했다는 식,의 일반적인 이야기 보다 반전을 거듭하는 진화를 소개한다.
새틴바우어버드 수컷은 집을 멋드러지게 짓는 걸로 유명하다. 그 재료에 있어서도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곤충의 날개, 조개 껍데기 등 반짝이는 건 무조건 집재료로 쓴다. 아름다운 집은 암컷을 유혹하기 쉽기 때문이다. 재밌게도 암컷이 집이 마음에 들어 짝짓에 성공하는 순간, 수컷은 안면몰수하며 암컷을 쪼아댄다. 다른 수컷에게 가는걸 막기 위함이다. 게다가 다른 수컷 둥지를 부수거나 재료를 훔치기까지 한다. 한낫 새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낯이 익다. 늘상보는 일일드라마 속 이야기 아닌가?
또다른 예는 핸디캡이론이다. 공작 수컷은 길고 화려한 꼬리로 유명한데, 자연계에선 이는 불필요한 장식이다. 포식자 눈에 띄기 쉽고 공격 당할 경우 도망가기도 어렵다. 핸디캡이론은 '최고는 남들에게 자신의 우월성을 납득시키기 위해 핸디캡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아라비아 노래꼬리치레는 가장 높은 나무에 올라가 척적인 매로부터 보초서는 위험한 일을 서로 하려고 적극적으로 경쟁한다. 매에게 잡혀갈 수 있는 위험한 일이기는 하나 암컷에게 핸디캡을 안고도 할 수 있다는 힘과 배짱과 여유를 보여줄 수 있다.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용감한 자가 미인을 차지한다는 옛 속담은 여기서 쓰일 수 있다.
인간의 특성이라고 생각했던 행동양식이 자연스런 진화과정에 산물임을 이 책을 통해 공감했다. 자연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인간사회에 그대로 적용시킬 만한 일들 뿐이다. 결국 인간은 자연에서 한발짝도 떨어져 있지 않다는 당연한 이야기다. 만물의 영장이라 스스로 과시한 인간은 다소 복잡한 진화 매커니즘을 가졌을 뿐 그리 특별한 건 없다. 슬픔 기쁨 이타애 마저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다양한 진화 생물학에 푹 빠져들었지만, 이책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 자신을 고민케했다. 한없이 자유롭고 신비롭게 느껴졌던 갈라파고스 섬 동식물이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