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놀이 공원 - 심리학자들과 떠나는 환상 여행 사계절 지식소설 1
이남석 지음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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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을 드러낸 살벌한 늑대 아래 차분히 웃고 있는 여성. 표지부터 심상치 않았다. [자아놀이공원]이라니. 제목 또한 곱씹을수록 의미심장했다. 지식성장소설이라는 그럴듯한 표제로 시작하는 소개 글을 보며 괜찮겠다 싶었다.

기존의 심리학 책들은 퀴즈쇼에 나가면 딱 좋을 백과사전식의 널리고 널린 교양 책에 가깝다. 하지만 자아놀이공원은 특이한 표지만큼이나 뭔가 달랐다. 놀이공원 형식을 따서 다양한 심리이론을 살핀다는 아이디어부터가 참신했다.

그러나 이 책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기존의 책들이 단순주입식 교사라면, 이 책의 저자는 스스로학습을 중시하는 대안학교 교사와 같다고나 할까.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느 순간부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이 거꾸로 가듯 나의 시간도 거꾸로 가기 시작했다. 청소년이 아닌 내가 아직도 질풍노도의 시기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끊임없이 자아에 대해 고민을 하듯 어느새 나도 내 자아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자아놀이공원에서 수행하는 미션들이 내가 사회생활을 하며 헤쳐 나가야하는 상황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난 사람들이 말하는 ‘88세대’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신과 패배자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 속에 살고 있다. 목표의식도 없이 사람들이 말하는 데로 휩쓸리기 일쑤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 살기 바빴다.

주인공 상준이의 말처럼, 시간이 흘러가면 저절로 자아정체성을 갖춘 어른이 될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사회 환경에 적응하면서 우리의 자아는 언제든 위기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다. 자아정체성의 문제는 살면서 평생 고민해야 하는 문제였던 것이다. 

책의 내용 중 마음에 드는 구절이 많았다. 힘든 삶에 대처하는 방법을 말해주기도 했다. 

“희망은 현실에 대해 불신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나중에는 자기가 원하는 것이 끝내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야. 보통 희망은 미래에 어떤 일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소원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희망은 믿음과 불신의 긴장에서 나오는 끝없는 투쟁이야.” p158

"의지가 있다는 것은 고집이 세다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판단으로 자신을 통제할 줄 아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의지는 결심을 하고 행동으로 옮길 때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거나 결심 자체에 의심이 든다고 해도, 결국 결심을 깨지 않고 나서는 것이야.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을 가로막는 제약을 뛰어넘는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이야"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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