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의 작품들은 빠르게,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그러한 그의 장점은 이 작품에 와서 정점에 도달하며 폭발한다. 깔끔하고 간결한 문장, 그리고 처지지 않는 전개 속도. 덧붙여 전작들보다 훨씬 자기 고백적인 소설이라 개인적인 취향에 맞아 더 즐겁게 읽었다. 그러나 어째서 고급스럽게 포장한 청량음료를 마신 것만 같은 뒷맛이 손끝에 남아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하는 한국 문학의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역시 더 다양한 작가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능숙한 솜씨로 깊은 이야기를 써낸 소설은 아니다. 다이아나와 아야코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십대까지의 시간을 300페이지에 아우르려다 보니, 처음에 읽을 땐 이도저도 아닌 청소년 소설이 된 인상도 없잖아 있다. 그래, 이 소설은 문학성이라든가, 문장력이 뛰어나지도 않다. 게다가 일본 대중 문학 특유의 가볍고 진부한 전개와 결말, 정형화된 인물들 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소설을 한 번 더 읽고 싶단 생각이 든 건, 아마도 나 역시 삼십년동안 가져왔던 ˝이곳이 아닌 저곳,˝ ˝내가 아닌 나˝에 대한 심정이 커져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서술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오랜만에 공감하며 읽은 소설이다. 지칠 때마다, 힘들 때마다 들여다 보고 싶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