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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관들에게
연마노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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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을 좋아한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문과인 나는 할 수 없는 그런 과학과 상상이 더해진 글을. 나와 다른 분야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기에 탐구하듯이 보게된다.

<떠나가는 관들에게> 서평단을 신청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작가님만의 독특한 소재 활용법과 그 안에 담긴 발상을 함께 즐기고 싶어서.

책을 읽는 내내 다른 SF소설집과는 조금 다른 결의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 뒤에는 이 흐름으로 가겠지?
아니었다. 이야기는 보란 듯이 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갔다.

발상 이외에 또하나의 재미 포인트는 감각적인 단어들!

”날아다니는 말들“
”모래알이 굴러가는 느낌이 가슴의 밑바닥에 남았다.”
“개들이 내는 푹. 하고 웃기는 한숨 소리”

조금 긴 분량의 단편과 조금 짧은 분량의 단편이 적절히 섞여있어 틈틈이 읽기 좋은 <떠나가는 관들에게>. SF소설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싶다.

(다만, 어떤 서평에서도 보았듯이 설명하는 듯한 흐름이 많은 것이 나역시 조금 아쉬웠다.)

📖 p.72
나로서 너를 만나고 다시 이야기해볼 수 있다면. 다시 서로를 향해 분개하고 욕을 하다가 끝내는 늘 그랬듯 화해하고.

그 모든 시간들을 겪고서도 결국 마지막에 너는,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고,

외로워 말라고, 사랑한가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일 거야. 적어도 내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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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제곱이 되었다 시네마틱 노블 2
전혜진 외 지음 / 허블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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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 사랑 = 되는 공식]

가장 감성과 거리가 먼 것 같은 과학적인 방식으로(사실 TV에 출연한 과학자분들을 보면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가장 감성적인 것을 이야기하는 건 언제나 매력적인 일인 것 같다.
그래서 SF 사랑 이야기가 출판계를 휩쓸고있는 것이겠지.

허블에서 제작한 시네마틱 노블 시리즈의 두 번째 편, '사랑'
[가상 현실 게임 / 감정 동조 장치 / 기억 보조 장치 / 초월적인 존재 / 정반대의 사람 / 꿈]을 주제로 한 단편 소설 6개가 실려있다.

사랑이 주제이긴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 그너머를 생각해보게끔 하는 소설집.
단편소설집이라 각 이야기의 분량이 많지 않으니 모두들 한번쯤 읽어봤으면 한다.


P. 15
죽음과 재난을, 사고와 장애를, 우리는 시시한 농담처럼 이야기하며 남들보다 조금 일찍 철이 들어갔다.

P. 153
인간은 언제부터 시간에 눈금을 매기기 시작했던가. 순환을 인식하는 것은 생의 당연한 본능이지만 이를 잘게 쪼개어 시작과 끝을 정한 것은 인간이 유일했다. 인간이 시간에 부여한 눈금 중 가장 이상한 것은 바로 일주일이다.

P. 252
꿈길은 얼마 안 남았지만 계속해서 흥겨이 걸었다. 내일을 꿈꾸며 설렘 가득히 걸었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천리향이 피어올랐다. 그립고 그리울 서로의 향이었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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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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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
이쯤에서 사고 실험을 한번 해 보기로 하자. 여러분이 잠자리에 들면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어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은 죽는다. 당신은 죽고 내일 아침부터 다른 사람이 당신의 삶을 대신 산다. 그는 여러분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 모든 희망, 꿈, 두려움, 소망을 기억한다. 그는 자신이 당신이라고 생각하고 당신의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새악한다. 하지만 그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전날 밤 잠자리에 들었던 그가 아니다. 당신은 겨우 오늘 아침부터 존재했을 뿐이고 오늘 밤 눈을 감을 때까지만 존재한다. 자신에게 물어보자. 만약 그렇다면 당신의 삶에서 실제적으로 달라지는 점이 있을까? 달라진 점을 눈치챌 수는 있을까?


*익스펜더블(expendable): 소모용의
- 죽어도 죽지 않는 존재. 미키1이 죽으면 미키2가 새로태어나 미키1의 기억을 이어 받아 임무를 수행한다.

내 기억을 가진 내 복제는 '나'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내가 아님에도 사람들이 그를 나로 인식한다면 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내 기억을 이어받은 단백질 덩어리를 만드는 것을, 영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미키7은 존재와 인간 관계, 계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던 책이다. 그리고 왜 봉준호 감독이 이 책을 차기작으로 선택했는지도 자연스럽게 납득이 됐다. 봉준호 감독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봉준호 감독이 그려낼 이 세계가 기다려진다.

+)

p. 15
희망이란 참 우습다. 30초 전만 해도 나는 죽게 되리라고 확신했고 죽음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새 심장이 귀를 울릴 정도로 힘차게 뛰기 시작하더니 머릿속으로 나샤가 리프터를 저 위 어딘가에 착륙시키고 나를 구하려다 잘못될 가능성을 계산하고 있었다.

죽어도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몸이 떨리고 심장이 뛰는 것이 인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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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새와 소년에 대해
장아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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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해주세요.”

전설에 기대어 소원을 비는 것은,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녀가 당연히 할법한 행동이다.
그렇게 희미는 신목에 리본을 매달며 소원을 빌었다.

준후가 나를 좋아하게 해주세요, 내게 고백하게 해주세요.

소원을 빌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민진과 함께 있는 준후의 모습에 질투를 느낀 희미는 다그치듯 고백했다.
그리고 준후는 곤줄박이로 변했다.

이 이야기는 ‘새’로 변한 준후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한 희미, 민진, 새별의 여정에 관한 것이다.

조금은 철이 없어 보일정도로 감정에 솔직하고 순수한 희미
사이가 안 좋은 부모님 사이에서 일찍 철이 들어버린 민진
어딘가 남들과는 다른 신비로운 새별

서로를 질투하고, 못미더워하던 아이들이 준후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만나면서 서로를 진짜 친구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면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셋 중 가장 많은 변화를 겪는 사람은 희미다. 민진과 새별을 탐탁치 않게 여겼으면서 누구보다 먼저, 그리고 활짝 마음의 문을 연 희미가 사랑스럽다.
철이 일찍들었는데 솔직하고 순수한 희미를 만나 활발하고 밝아진 민진.
그리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친구가 생긴 새별.

"제가 저지른 실수를 바로잡고 싶어서, 그래서 여기에 왔어요. 그때 그 말은 제 본심이 아니었어요. 게다가 사람 마음을 멋대로 바꿀 수는 없으니까, 그건 옳지 않은 일이잖아요. 그런 건 제대로 된 소원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니까 제가 정말로 소망하는 건요, 준후를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거예요. 잊지 않는 거예요. 상처 입은 일까지 계속 기억하는 거예요."

희미는 자기의 마음이 어떤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을 망각해버리고 싶을만큼 두려웠다가도, 상처 입은 일까지 계속 기억하게 되더라도, 준후가 원래대로 돌아오기를 소망한다는 것이다.
친구를 위하는 이 마음, 이 용기가, 희미의 성장이 감동적이다.

#별과새와소년에대해 #장아미 #청소년소설 #자이언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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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이름의 숲
아밀 지음 / 허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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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과 아이돌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그저 응원을 주고 받는 관계라기엔 그 사이에 얽힌 서사가 깊다. 한번이라도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하고 응원했던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로 오염된 서울은 이제 과거의 영광을 잃었다. 부유한 사람은 환경이 나은 남쪽으로 떠났고, 그렇지 못한 사람만이 서울에 남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람들은 더이상 직접 만나지 않는다. 수업도, 직장도 가상 현실로 모든 것을 대체한다. 가상현실 속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원하는 이미지로 자신을 커스텀한다.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진짜' 자기 모습으로 활동하는 아이돌 '이채'. 사람들은 진짜인 이채에게 열광하고, 이채는 큰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사람들의 관심이 식고 인기가 떨어지자, 회사에서는 "서울 출신"이라는 이채의 배경을(혹은 부유한 사람들의 환상을) 이용한 새 앨범을 발매하기로 결정한다.

서울이 싫어 아이돌이 되어 서울을 떠났지만, 서울 출신 아이돌이기에 인기를 얻었던 이채.

그런 이채는 자신의 모교에서 자신의 팬이자 "가상현실 저항증"을 앓는 '숲'을 만난다.
📖

팬과 아이돌이 어떻게 만나게 될지 궁금해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지만, 아이돌과 팬의 관계가 단순하지 않듯이 단 두 챕터만에 이 책 또한 단순한 메시지를 담은 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돌 업계의 문제점과 가상현실이 중심이 된 모순적인 현실, 기후위기, 그 사이에서 새로이 소외되는 계층, 그럼에도 서로를 살게 하는 아이돌과 팬의 관계성.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지금 당장 현실과도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우리 자신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래를 구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미래에 있기 때문입니다." 라는 작가의 말에 한동안 눈길이 머물렀던 것도 그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에게도, 아이돌을 어떻게 그렇게까지 좋아하는지 궁금한 사람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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