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9 이쯤에서 사고 실험을 한번 해 보기로 하자. 여러분이 잠자리에 들면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어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은 죽는다. 당신은 죽고 내일 아침부터 다른 사람이 당신의 삶을 대신 산다. 그는 여러분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 모든 희망, 꿈, 두려움, 소망을 기억한다. 그는 자신이 당신이라고 생각하고 당신의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새악한다. 하지만 그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전날 밤 잠자리에 들었던 그가 아니다. 당신은 겨우 오늘 아침부터 존재했을 뿐이고 오늘 밤 눈을 감을 때까지만 존재한다. 자신에게 물어보자. 만약 그렇다면 당신의 삶에서 실제적으로 달라지는 점이 있을까? 달라진 점을 눈치챌 수는 있을까?*익스펜더블(expendable): 소모용의- 죽어도 죽지 않는 존재. 미키1이 죽으면 미키2가 새로태어나 미키1의 기억을 이어 받아 임무를 수행한다. 내 기억을 가진 내 복제는 '나'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내가 아님에도 사람들이 그를 나로 인식한다면 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내 기억을 이어받은 단백질 덩어리를 만드는 것을, 영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미키7은 존재와 인간 관계, 계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던 책이다. 그리고 왜 봉준호 감독이 이 책을 차기작으로 선택했는지도 자연스럽게 납득이 됐다. 봉준호 감독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봉준호 감독이 그려낼 이 세계가 기다려진다.+)p. 15 희망이란 참 우습다. 30초 전만 해도 나는 죽게 되리라고 확신했고 죽음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새 심장이 귀를 울릴 정도로 힘차게 뛰기 시작하더니 머릿속으로 나샤가 리프터를 저 위 어딘가에 착륙시키고 나를 구하려다 잘못될 가능성을 계산하고 있었다. 죽어도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몸이 떨리고 심장이 뛰는 것이 인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