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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여우 창비시선 163
안도현 지음 / 창비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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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참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눈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 그 수 많은 사람 속에서, 지금 난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신비한 눈을 갖고 있는 한 사람을 만났다. 안도현! 그를 직접 만나보지 못했지만 그가 부른 노래 속에서 나는 그의 맑고 순수한 눈을 볼 수 있었다. 그 눈은, 내가 빠른 세상 속에서 잊고 있었던 '작고 소중한 것'들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세상은 내가 중심이고 나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들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나의 생각이 너무도 어리석은 것임을 절실히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잘못 생각했다. 나를 통해서 그들의 존재가 의미있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을 발견한만큼, 그들의 존재를 알아가는 것만큼, 보잘것없는 나의 가치가 커져가는 것이었다. 얼마나 내가 교만한 눈으로, 어리석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는가!

나는 그의 시에서, 그의 눈을 통해서 한 여름 속에서 어린 눈발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엉뚱한 잠자리와도 심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빠르게 지나가는 바람을 붙잡아 아주 천천히 오랫동안 바라볼 수도 있었다. 그들을 만날때마다 나의 마음 속엔 기쁨이 넘쳤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 진정한 나의 가치를 느꼈다.

안도현과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세상 살이가 얼마나 즐거울까? 얼마나 많은 친구들을 얻을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소중한 배움들을 얻을 수 있을까? 세상 속에는 무한한 기쁨과 즐거움의 보물들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의 눈을 조금만 낮추고 우리의 마음에 조금의 여유만 갖는다면 그 보물들을 충분히 만날 수 있었다.

오늘 난 안도현을 통해 '작지만 큰',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가장 소중한' 세상의 선물들을 찾을 수 있는 눈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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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후회 외 - 1994년 제8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작품집
황지우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199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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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내 안에는 표현되지 못한 무수한 감정들이 회오리 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말로 내뱉으려고 입가로 끄집어내면, 말이 되기 전 그 감정은 내 안으로 다시 뒷걸음쳐 도망갔습니다. 그것을 글로 써내려고 펜 끝까지 끄집어내면, 글이 되기 전 그 감정은 어느새 내 안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차라리 그것이 내 안에서 가만히 있기라도 하면 이렇게 답답하지는 않을 텐데 그것은 꼭 세상으로 나올 시간이 다가온 아이처럼 내 안의 무언가를 찢으며 나오려고 애를 씁니다...... 이제는 그것을 표현하기에 지쳐서 눈물로 그 아픔을 매만질 뿐,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내가 표현하지 못한 이 감정들을 눈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황지우의 시를 만나게 되면서 부터 말입니다... 황지우의 '뼈아픈 후회'를 읽으며, 나는 나의 안의 그 답답한 감정은 후회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세상의 어떤 것도 사랑하지 못한 그런 뼈아픈 후회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을 읽으며, 나의 안의 답답한 그 감정은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를 절실히 기다리는 그런 사랑이었습니다... 황지우 그의 시들을 읽으며 나는 내 속의 답답한 회오리들의 정체를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화려한, 찾기 어려운 말들로 그 감정들을 말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내 주위에도 있는 그 평범한 언어들로 그 감정들을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울고 있었습니다.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시속에서는 나와 같이 느끼는, 나와 모습까지도 같을 누군가가 있습니다. 하나, 하나 그의 시를 읽어 가는 것은 알지 못했던 나의 감정과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제는 풀릴 줄 알았던 내 안의 답답함은 더욱 커져 갔습니다. 그리고 더욱 격렬해져 갈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그의 시를 통해서, 이제서야 나는 이 답답한 감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 회오리는, 맥박이 내가 숨쉬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듯이, 내가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당연한 움직임 이었습니다. 나는 더 답답해 하고 더 많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들어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할 것입니다.

작가가 '노스탤지어'에서 계속 고향을 향해 가고 있듯이, 나또한 앞으로 이 풀리지 않을 답답함으로, 답답함이 없이 모든 것을 말 할 수 있는 그 때에 다다르기를, 그곳에 이르기를 기다릴 것입니다. 그 때는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희미한 회오리 가운데 나를 기다리고 있는, 진정한 나를 만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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