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후회 외 - 1994년 제8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작품집
황지우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199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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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내 안에는 표현되지 못한 무수한 감정들이 회오리 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말로 내뱉으려고 입가로 끄집어내면, 말이 되기 전 그 감정은 내 안으로 다시 뒷걸음쳐 도망갔습니다. 그것을 글로 써내려고 펜 끝까지 끄집어내면, 글이 되기 전 그 감정은 어느새 내 안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차라리 그것이 내 안에서 가만히 있기라도 하면 이렇게 답답하지는 않을 텐데 그것은 꼭 세상으로 나올 시간이 다가온 아이처럼 내 안의 무언가를 찢으며 나오려고 애를 씁니다...... 이제는 그것을 표현하기에 지쳐서 눈물로 그 아픔을 매만질 뿐,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내가 표현하지 못한 이 감정들을 눈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황지우의 시를 만나게 되면서 부터 말입니다... 황지우의 '뼈아픈 후회'를 읽으며, 나는 나의 안의 그 답답한 감정은 후회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세상의 어떤 것도 사랑하지 못한 그런 뼈아픈 후회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을 읽으며, 나의 안의 답답한 그 감정은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를 절실히 기다리는 그런 사랑이었습니다... 황지우 그의 시들을 읽으며 나는 내 속의 답답한 회오리들의 정체를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화려한, 찾기 어려운 말들로 그 감정들을 말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내 주위에도 있는 그 평범한 언어들로 그 감정들을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울고 있었습니다.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시속에서는 나와 같이 느끼는, 나와 모습까지도 같을 누군가가 있습니다. 하나, 하나 그의 시를 읽어 가는 것은 알지 못했던 나의 감정과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제는 풀릴 줄 알았던 내 안의 답답함은 더욱 커져 갔습니다. 그리고 더욱 격렬해져 갈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그의 시를 통해서, 이제서야 나는 이 답답한 감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 회오리는, 맥박이 내가 숨쉬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듯이, 내가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당연한 움직임 이었습니다. 나는 더 답답해 하고 더 많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들어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할 것입니다.

작가가 '노스탤지어'에서 계속 고향을 향해 가고 있듯이, 나또한 앞으로 이 풀리지 않을 답답함으로, 답답함이 없이 모든 것을 말 할 수 있는 그 때에 다다르기를, 그곳에 이르기를 기다릴 것입니다. 그 때는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희미한 회오리 가운데 나를 기다리고 있는, 진정한 나를 만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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