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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의 지구 여행 - 아이들과 떠나는 최소 비용 세계 여행 프로젝트
곽명숙 지음 / 아라크네 / 2019년 5월
평점 :
60일 간 가족여행으로 지구를 여행한 이야기.
가족의 버킷리스트를 담은 여행.
네 식구가 꿈꾸는 여행의 목적지와 그림은 다르지만, 또 함께이기에 가능했던 60일의 시간.
우리는 여행 후에도 현재의 생활을 그대로 이어 나갈 예정이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간다거나, 집을 팔고 가는 건 우리의 삶이 통지로 흔들리는 일이었다. 아이들의 학교와 여행 후의 일상을 생각하지 않고 디나는 건 고려해 보지 않았다. 그 정도의 용기는 없었다. 단지 일상에 조금 더 생기를 주고 싶을 뿐이었다. 6쪽
저자 곽명숙님의 그 솔직한 고백이 좋았다.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하지 못하는 여행. "가족여행, 세계여행"
'조금의 용기'를 내어 일상에 생기를 더하는, 가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버킷리트스를 담아 떠난 60일의 지구여행을 읽고 나니
어느새 "나도, 우리 가족도 이 가족처럼 조금만 용기 내보면 안 될일도 아니잖아"라고 정말 이룰 수 있는 현실이 될 거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_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여행 비용을 2천만원으로 한정하고, 욕심으로 많은 경로를 여행하기보다는 가족들이 원하는 꿈을 꼭 실현하는 것에 집중해서 여행지를 선정하고 짐을 싸고 항공권 예야과 숙박을 고르는 기준 등, 초보 여행가를 위한 꼭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우리는 먼저 각자의 버킷리스트를 이룰 수 있는 여행지를 골랐다. 나는 카우치 서핑으로 친구가 된 이들을 만나러 가고 싶었다. 그렇게 터키와 미국이 선정됐다.
비틀스를 좋아하는 남편은 영국을 선택했다.
주현이는 자연사 박물관이 있는 미국 워싱턴을,
서현이는 에펠탑을 보며 디저트를 먹고 싶다면서 파리를 골랐다. 21쪽
저자의 준비성이 돋보이는 가방 싸는 방법과 팁이다. 가족여행에서는 역시 역할 분담이 중요하구나! 각자 자신의 여행 가방부터 잘 책임지는져야하는 구나를 배울 수 있다. 70~71쪽
먼저 가족여행을 경험한 저자의 유용했던 물품 목록은 놓치지 말아야겠다. 혼자하는 배낭여행이라면 또 다르겠지만, 아이 셋인 내가 '가족여행을 세계 곳곳으로 떠난다면' 생각하고 어느 것 하나 놓치면 안 될 정보들이 담겨있다.
60일 지구여행의 시작, 루트를 한 눈에 담고 잠시 상상을 하며 숨을 고르면서 책장을 넘겼다. 순간이동이 시작되었다.
저자 곽명숙님 가족을 따라
나도 어느새 비행기를 타고 총명택시를 타고
길을 헤매다 찾은 동네 맛집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그리스에서 새해맞이 행사를 즐기고
터키에서 저자의 친구 메르베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슐레이마니예 모스크에서 함께 기도를 하고 홍차를 마셨다.
아테네의 사진을 보면서는 '아'하는 탄성과 함께 잠시 멍해졌다. 왠지 저곳에 모모와 친구들이 노래를 부르고, 장난을 치고 소꿉놀이를 하고 있을 것 만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을 떠나면서 몇 가지 계획을 세웠는데, 그중 하나는 조깅이었다. 영화를 보면 아침에일어나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조깅하는 주인공이 종종 나온다. 바로 그게 내 사소한 로망 중 하나였다. 나는 프라하에서 그 로망을 실현하기 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뛰고 들어오겠다는 계획은 의외로 실행에 옮기기 힘들었다. 날마다 아이들을 먼저 챙기다 보니 아침 시간이 훌쩍 지나 버릴 때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프라하에서의 일정이 얼마 남지 않은 날, 결심을 굳힌 나는 해뜨기 전인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간단히 씻고 준비를 했다.
(중략)
완벽하게 화장을 하고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레깅스를 입고 조깅을 하고 있자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일상을 보내는 공간에 여행자로 와 있다는 게 생소했다. 마치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 역시 한국의 우리 집에 있었다면 아이들을 깨우고 학교에 보낼 준비를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조깅을 하지 않아시다면 결코 몰랐을 낯선 감정이 느껴졌다. 이런 작은 일탈이나 사소한 사건들 모두 용기를 냈기 때문에 경험해 볼 수 있는 거라 생각하니 조금씩 마음이 들떴다.
프라하의 진짜 아침을 마주하며, 내가 원했던 여행이 이런 거였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151~153쪽
그가 프라하에서 아침 조깅을 할 때,
나도 두근거리고 오싹하기도 한 그 거리를 함께 뛰었다. 그러다가 그만 나는 지하철 정거장을 몇 곳 더 지나쳤다. 매일 타는 서울 지하철에서 길을 잃고, 낯선 곳에서 다시 환승하기 위해 걸음을 내딛으면서 '작은 일탈이나 사소한 사건들 모두 용기를 냈기 때문에 경험해 볼 수 있는 거'라는 말이 와닿았다. 다시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짜증이 아닌 감사를 느꼈다. 그와 함께 프라하의 새벽 조깅을 하고나니 내 마음도 조금씩 들떴다.
그의 친구 패트리샤의 고향 스페인에서, 친구가 추천해 준 프라도 미술관에서 입장권에 인쇄된 그림을 찾는 데 나도 함께 두리번 거렸다.
프라도미술관 바로 앞에 산 제로니모 성당이 있었다. 해질녁에는 태양 빛을 받아 반짝이더니 어둠이 내리자 조명 속에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뽐냈다. 나는 성당을 바라보며 언젠가 다시 마드리드에 온다면 꼭 프라도미술관 옆에 숙소를 잡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날마다 와서 새로운 작품을 만날 것이다. 일주일 동안 미술관 곁에만 머물러도 충분히 행복하리라.170~171쪽
반고흐의 미술작품 기행을 하고 싶은 내 인생 버킷리스트에 '프라도미술관 옆 숙소를 잡고, 날마다 관람하기'를 새로 덧붙여 담았다.
사하라 사막까지 험난하고 고생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내 아이가 아픈 것 처럼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리며 긴장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착한 사막에서의 저 사진은 정말 '죽기 전에 사하라 사막을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먹게 했다. 저기에서 혹시라도 어린왕자를 만나면, 장미를 다시 만나 잘 지내고 있는지 물어봐야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한국에 있는 집에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던 내가 사막 한가운데서 지는 해를 보고 있다는 게 이상했다. 시간이 조금 흘렀을 뿐인데 상상한 적도 없는 장소에 와 있었다. 세상이 넓은 듯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60일의 지구여행, 여행맘 곽명숙, 184쪽
이사 후 남편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비틀스의 <애비로드> 앨범 재킷 사진을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 넣어 둔 것이었다.
"나중에 우리도 이 횡단보도에 가서 사진 찍자. 네 명, 딱 맞잖아!"
남편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 사진을 가족사진으로 바꿔 걸고 싶다고 했다. 비틀스처럼 애비 로드의 횡단보도를 걷는 우리 가족의 모습으로 말이다. 나는 쿨하게 '그래'를 외쳤지만, 그 약속이 이뤄질 줄은 몰랐다.
우린 파리에 도작하자마자 숙소 1층에 있는 빵집에서 커다란 마카롱을 사서 에펠탑으로 향했다. 마침 눈이 내린 에펠탑 앞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눈사람을 만들었다. 남편은 역시 사진 찍는 데 열심이었다. 그러고 나서 에펠탑을 바라보며 마카롱을 먹었다. 서현이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프리 팔레를 거쳐 센강을 따라 계속 걸으면 오랑주미술관이 나오고, 오랑주미술관을 지나 계속 걷다 보면 루브르박물관이 나왔다. 프티 팔레를 둘러본 우리는 다시 손을 잡고 숙소를 향해 걸었다. 사실 서현이와 함께 파리 시내를 걷는 것 만으로도 좋았다. 미술관 관람은 그저 행복한 덤이었다.
유튜브에서 자주 보던 장소에 직접 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오갔다. 금방이라도 네이스탯이 지나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그 길을 걷다가 다시 벤치에 앉아 블루클린브리지를 바라봤다. 무언가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모든 게 반짝이는 완벽한 하루였다.
No matter, where you are deom, we are glad you are our neighbor.
'당신이 어디에서 왔든 상관없이 우리의 이웃'
팰로앨토, 스티브잡스의 집 팻말
저자 곽명숙님의 조근조근한 안내를 받으며
현지에서 집밥을 해먹고, 느릿느릿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그동안 내가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하고, 가보지못한 세계 곳곳을 가볼 수 있었다. 그녀가 이끄는 대로 지구여행을 하다보니 어느새 '마음만 먹으면 나도 우리 아이들과 함께 어디든 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만나기 전에는 매달 5만원씩, 20년 후에 아이들 다 키우고 남편과 둘이서 여행을 위해 적금을 했는다. 그런데 이번달부터는 30만원으로 늘리고 2023년에는 꼭 우리 가족 아이 셋과 함께 세계여행을 가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이게 다 60일의 지구여행, 여행맘 곽명숙님과 가족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