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가장 먼 단어
박가람 지음, 이진슬 그림 / 누벨바그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책의 표지는 두 남녀가 탈을 쓴 채 얼굴을 맞대고 있다. 서로의 진짜 모습을 숨긴 채 만나고 있다는 비유일까. 사람들이 처음 만났을 때 속마음을 감추고 서로를 탐색하는 것처럼. 가면의 앞면을 자신의 얼굴 쪽으로 쓴다는 저자를 닮았다. 사진 위에 책 제목이 써있다. 언뜻 보면 미술잡지 같기도 하다.

책은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여느 사랑책과는 다르게 사랑의 달콤함만을 바라보는 게 아니다. 사랑의 다른 면,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여기서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포함된다. 어쩌면 그런 사랑에서 멀어진 이야기이기에 제목도 "사랑과 가장 먼 단어"라 한 것이 아닌지 생각했는데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밝힌 사랑과 가장 먼 단어는 "나" 자신을 의미한다고 한다. 따라서 책 속에서의 사랑은 꿈이나 환상과 같은 존재다.

글 위에 그려진 그림, 겹쳐진 글씨들, 낮은 채도의 색감,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도형...
글을 더욱 미스터리한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몸의 모든 감각기관들이 깨어나는 듯 신경과 세포들이 글을 보고 춤춘다.
한 권의 책 위에 여러 가지 의식을 흘려두고 싶었던 저자가 겹겹의 세상을 만들어두고, 읽는 사람이 원하는 세상을 볼 수 있게 했다는 의도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악몽, 죽음에 관한 언급이 많은데 그래서인지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무겁고 습하다. 한 여름의 끝자락, 장마가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책의 마지막에 두 분의 지은이가 쓴 에필로그를 읽으면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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