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산티아고
한효정 지음 / 푸른향기 / 201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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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산티아고는 푸른향기 출판사 이벤트에 당첨 되어 받아 읽게 되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여행을 좋아하는 나지만 약간의 흥미만 있었을 뿐, 꼭 가봐야겠다고 다짐한 여행지는 아니었다.

이런 마음으로 산티아고 가는 길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여 읽어 보고 싶었고, 여행 에세이를 좋아기도 해서 읽어 보고 싶었다.


이 책은 서평 이벤트 이 전에 표지 투표도 진행이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내가 선택한 표지는 아니었다.

난 산티아고고 길이 어떤 길인지에 대해 어렴풋~ 정보만 있었기에... 여행자 같은 표지를 골랐던 기억이 난다.


책을 읽어 보고 저 가리비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되었다.


1유로를 기부하고 순례자를 상징하는 흰색 가리비 껍질 하나를 골라 위시백과 함께 배낭에 매달았다. 복음을 전파하다가 순교한 예수의 제자 야고보의 시신이 배에 실려 스페인에 도착했을 때 가리비들이 그의 몸을 덮어 보호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 후 가리비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상징이 되었다. (20)


​이 후로도 책에 나오는 순례자길을 걷는 사람들의 사진에는 가리비가 하나씩은 꼭 달려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산티아고 길의 상징이 무엇인지 또 하나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산티아고는 야고보를 뜻한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부끄럽네..)

책에서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유명하게 된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단순한 감성 에세이가 아니라 이런 객관적인 정보들도 곳곳에 옮겨 놓아 여행지에 대한 이해가 훨씬 쉬웠다.


스페인에 가톨릭이 알려진 것은 예수의 12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고보(스페인 식으로는 산티아고) 덕분이었다. 그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뒤 유대 땅을 떠나 먼 서쪽 땅으로 선교여행을 떠났다. 에스파냐에서 포교하려고 했던 그는 성과없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헤롯왕 1세에 의해 목이 잘려 순교했다. 그의 시신은 제자들에 의해 수습되어 돌로 만든 배에 실려 스페인 북서쪽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야고보의 시신은 가까운 내륙에 매장되었고, 이후 사람들에게 잊혔다가 한 가톨릭 수도사에 의해 발견 되었다. 어느 날 밤 밝게 빛나는 한 무리의 별빛이 어느 곳을 비추고 있었는데, 별빛을 따라 간 수도사가 야고보의 유골을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이후 그곳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즉 별들의 들판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로마, 예루살렘과 함께 세계 3대 가톨릭 성지가 되었다. 198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처음으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방문하면서, 1993년 뉴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고, 파울로 코엘료가 소설 『연금술사』를 발표하면서 그곳은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 되었다. (146 - 147)


나는 종교가 가톨릭이 아니다 보니 순례자로써의 순례길에 대한 흥미보다는 여행자로써의 순례길에 더 흥미가 생겼다.


아예기의 이라체수도원 근처 양조장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양조장과 연결된 담벼락에 두 개의 수도꼭지가 있었는데 꼭지를 틀면 오른쪽에서는 물이, 왼쪽에서는 와인이 쏟아졌다. 보데가스 이라체라는 포도주 제조업체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와인이었다. (52)


정말 놀라운 정보다. 유럽은 물을 마시는데도 돈을 내야 하는 나라들이 많은데 이렇게 무료 와인이 공짜로 콸콸 쏟아지다니...

이 독특한 와인 꼭지를 경험하고 싶어서라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여행지라도 흔하게 볼 수 없는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빵빵빵. 이른 아침 골목길에서 자동차 경적소리가 동네를 깨웠다. 차 문에 커다랗게 '빠나데리아(PANADERIA)'라고 쓰인 빵 배달 차였다. (125)


유럽 사람들은 은퇴 후 많은 시간을 걸으며 보내고 있었다.

카미노(산티아고 도보순례)는 큰 결심이나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은 아니었다. 힘들면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걸으면 되는 일이었다. (147)


어느 집 창가에 마음씨 좋은 집 주인이 순례자들을 위해 쿠키와 사탕을 내놓았다.

순례자에 대한 존경과 베려를 곳곳에서 보았다. 길을 잘못 든 순례자를 보면 멀리서부터 쫒아와 기어이 발걸음을 돌려놓기도 하고, 목이 말라 어느 집 문을 두드리면 몰통을 가득 채워주기도 했다. (172)


몰리나세까는 하룻밤 쉬어가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버려진 집들도 이따금씩 눈에 띄었다. 이곳 어디쯤 버려진 집을 사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마당에는 체리나무를 두세 그루쯤 심고 키워, 체리가 익어갈 무렵이면 수확한 체리를 바구니 가득 담아 순례자들이 지나느 길목에 놓아두고 목을 축이게 해도 좋겠다. (201 - 202)


어느 집 이층 발코니에 어느 노부부가 상체를 기댄 채 서 있었다. 그들은 그곳을 지나는 순례자들에게 "부엔 카미노!" 하며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띠스란 물기가 가슴으로 번졌다. (214)


이 책 곳곳에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적어 놓았다.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은퇴 후 카미노를 하기 위해 찾은 유럽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그 사람들과 같이 은퇴 후 여유를 가지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고, 집집마다 다니는 빵 차에서 빵을 사 먹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리고 책의 중반을 넘어 가면서 부터는 어느새 작가님과 마음을 동일시 하는 현상이 일어나 나도 저기가서 체리 나무를 키우면서 살면 너무 행복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순례자들을 위한 마음 씀씀이에 같이 감동 받고 있었다.


이처럼.. 이 책은 나에게 많은 생각과 상상을 하게 해 주었고, 나의 중년 버킷리스트에 하나를 더 추가 시켜 주었다.


위에 쓴 것 처럼 산티아고길은 약간의 흥미만 있었을 뿐,

나에게 꼭! 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책을 통해 산티아고 순례길은 나의 인생에서 한번 쯤은 꼭 도전해 보고 싶은 길이 되었다.


난 ... 나의 한계(?? 뭐 비록 히말라야를 간다거나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니지만.. )에 대해 도전해 보고 싶고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들을 통해 존중 받는 느낌이 어떤지, 위로 받는 느낌이 어떤지를 느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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