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달 간 나를 힘들게 했던 시험이 오늘에서야 끝났다. 3학년 마지막 시험이었기에 부담감도 컸고, 그 만큼 많이 지쳐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책장 한켠에 꽂아두었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꺼내들었다. 전에 별 생각 없이 구입한 이 책을 읽고 울었던 기억이 났다. 이번에도 역시나, 책장을 덮고 한동안 눈물을 글썽였다. 멍하니 모리 교수, 그의 삶의 방식과 에너지, 철학에 대해 생각했다.

모리교수는 계속해서 사랑을 강조한다. 인간의 삶을 채우는 것은 돈이나 명성이 아닌, 결국 사랑이라고 주장한다. 흔한 말이지만, 동시에 진리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말을 했고,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어쩐지 지난 한달 간 나를 지독히 괴롭혀왔던 고민들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성적, 가정환경, 교우문제, 내가 가진 열등감... 이 모든 것들은 죽음 앞에서는 무의미하다.

이 책에서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죽음을 앞둔 한 노인의 압도적인 힘이 느껴진다.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것은 아니지만, 글을 통해서나마 죽기 직전 그가 남긴 메시지를 듣고 멍해진다.

고백하자면, 모리가 말하는 인생의 방식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생각도 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마음 깊이 동의하고, 실제로 마음이 충만해져 누구든 사랑할 것 같은 기분이 된다. 그러나 세상 밖으로 나가면 어떠한가? 다시 현실적인 문제에 이리저리 부대끼며 신경질적으로 가족과 친구들을 대한다.

세상 사람 누구인들 모리 교수처럼 살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실제로 사랑에 가장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책은 따스함을 준다. 굳이 철학적인 가치를 부여하지 않아도 제자 미치를 향한 모리 교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애정 어린 인생 이야기는 우리네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첫 번째에서도, 두 번째에서도 내가 울음을 터뜨린 장면은 교수와 미치의 마지막 작별 인사 부분에서였다. 그들의 짧은 대화와 포옹에서, 강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까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그들의 관계에 부러움을 느끼면서도 위안을 얻었다. 긴장으로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이랄까.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무척 졸렸다. 아마 지금 누우면 평온하게, 죽은 듯이 깊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